'꿈의 공간' 모델하우스, 예술 공간으로 재해석


서울경제 | 2011.05.31

계동 옛 현대주택문화센터서 현대미술가 정서영 개인전

서울 종로구 계동의 현대그룹 사옥 옆에는 '현대 주택문화센터'라는 곳이 있다.
북촌과 비원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1990년대까지 모델하우스 전시장으로 쓰였다. 아직 세워지지 않은 아파트를 가장 이상적으로 꾸며 선보인 모델하우스는 일종의 '꿈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강남 양재동으로 '현대건설 문화관'이 옮겨간 뒤로는 반쯤 버려진 공간으로 전락해 다른 용도로 쓰여왔다.

이곳을 운영하는 현대종합상사에 최근 현대미술가 정서영(47)과 전시기획자들이 찾아왔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이자 아뜰리에 에르메스,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전시에서 활약해 온 작가 정서영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재해석ㆍ재명명하는 작업들로 유명하다.'아파트 신화'라는 역사와 존재감을 가진 공간에 예술적 요소를 가미했을 때 그 결과로 어떤 마찰과 조화가 생겨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는 게 이들의 제안이었다.

정서영의 개인전 '사과 vs. 바나나'가 1일 개막한다. 79 m²(24평)형과 109 m²(33평)형 모델하우스를 재구성한 지하 1층의 전시장은 예술적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삭막하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모델하우스에 실재했던 싱크대를 재료로 삼은 작품 '싱크대'. 싱크대의 비례를 변경하고 배치를 바꾼 다음 이를 작은 돌 4개 위에 얹어놓았다. 덕분에 평범한 싱크대는 예술적 비범함을 확보했다. 또 물이 없어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수족관에는 큰 못 하나를 박아놓고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했다.
진짜 눈을 굴려 만든 듯한 신작 '눈덩이들'은 겨울철 야외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듯 하다. 밖에서 볼 수 있는 눈(雪)을 실내에서 만나는 낯선 느낌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무너뜨린다. 아파트 안에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던 시멘트의 존재감을 드러낸 '시멘트' 작업 외에 드로잉 등 총 1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듀오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창립한 '킴킴갤러리'가 기획한 것으로 일정한 공간 없이 기획의도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가 새로운 방식으로 시대성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전시는 30일까지 평일 정오부터 낮 3시까지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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