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희가 순간의 느낌을 화면 안에 오랜 시간 담아낸다고 하면, 성낙영은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글, 음악과 회화를 넘나들며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계산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성낙희는 다양한 색상과 기본적인 조형요소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의 드로잉, 유화, 벽화등의 회화작품을 만든다. 외적인 형상이 제거된 화면은 음악의 운율이 느껴지는 경쾌한 시각적 리듬감을 보여준다. 반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된 성낙영의 작품은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하나로 통합된 입체적인 형태로 보여진다. 성낙영의 회화는 성낙희의 작품에 비해 형상이 있고, 주로 인물의 형태를 띄고 있다. 작가에 의하면, 이 인물들은 특정한 누군가를 그린 것이 아닌 어떤 분위기나 느낌을 표현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형상이 일종의 상징의 기표로 쓰이는 그의 회화 역시 성낙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추상화로 보이기도 한다.
기존의 정돈된 갤러리 공간이 아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장소 안에서 선보이는 성낙희, 성낙영의 회화작품들과 이들을 관통하여 벽과 바닥을 타고 흐르는 드로잉들은 서로 다른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끈끈하게 묶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크릴과 플래쉬 물감으로 그린 성낙희의 2008년작 Escalade, Portal, 그리고 Location 외에 다수의 회화작품들은 마치 화면 밖으로 뻗어나가기 전 웅크리고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내포하며 전시장 안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생동감 넘치는 색면 화면에 유동적이고 진행형인 월드로잉이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하면서 전시 공간의 흐름과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벽에 그려진 드로잉들은 마치 그림들로부터 확장되어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정반대로 외부에서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낙영의 회화작품들과 벽에 그려진 그의 드로잉은 마치 처음부터 한 작품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둘 사이의 시각적, 물리적 거리감을 없애며 자신의 색깔을 공간 안에서 잘 녹여내고 있다. 벽면 한 구석에 걸려있는 2011년작 Badges나 Untitled 속의 등장인물은 전시장 정면 벽에 그려진 머리 없는 몸뚱이의 잃어버린 부분으로 보이기도 하고, 바닥에 그려진 커다란 팔과 연결된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낙서처럼 쓰여진 문장들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기 보다는 흩어진 이미지들과 함께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주는 것 처럼 보인다.
음악적인 감성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들의 대화는 마치 가사 없는 연주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전시장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배선들, 벽에 고정되지 않고 튀어나온 콘센트 커버, 벗겨져 나간 벽면, 정리되지 않아 공간 내부까지 들어온 호일로 감겨진 보일러 파이프 등은 마치 음악 중간중간 들리는 타악기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벽에 그려진 드로잉은 현악기나 전자음과 같은 소리를 내는 듯 곡의 중심이 되는 선율을 만들면서, 관악기처럼 굵직굵직한 목소리의 회화작품들과 함께 묘한 화음을 이룬다. 형상 없는 음악이 재현된 듯한 전시 공간은 음악적 감수성을 독특한 색감과 상징적인 인물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성낙영과 음악적 운율감이 보다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성낙희의 작품을 통해 무엇인지 규정되지 않은 어떤 것을 뭉뚱그려 지칭할 때 사용하는 stuff라는 단어로 묶인 이번 전시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맹지영 Jee-Young Maeng
Jan. 2012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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