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eed of the Large, the Small and the Wide










정서영 모노그라프 ;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
published by Hyunsil books 현실문화 출판
Designed by Baan

-정서영 작가의 1999-2012년 주요 작품과 전시
-기획자 김현진의 정서영 평문
-8명의 인터뷰어: 김수기, 김인혜, 김장언, 김현진, 
                          김희진, 문영민, 안소연, 이영준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사유의 공간, 조각
모노그래프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는 작가 정서영이 1990년대 말부터 2012년 최근까지 열었던 17개의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의 작품 90여 점을 집성한 책이자, 큐레이터 김현진이 큐레토리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도한 출판 방식의 기획물이다.

정서영은 90년대의 조각적 작업에서부터 최근의 퍼포먼스, 드로잉, 사운드 설치에 걸친 작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동시대적인(contemporary)’ 미술을 해오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정서영의 작업은 극단적인 몰이해라 할 만큼 난해함에 대한 토로, 억측과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이는 정서영의 작업이 조각이라는 전통적인 장르를 고수하는 듯이 보이면서도 전통적인 조각 언어에서 철저하게 빗겨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모노그래프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알 듯 모를 듯한 정서영의 말 언어가 어떤 의미를 이해하게 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조형적 언어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정서영의 언어는 제도가 만들어낸 어떤 형태의 서술적 언어의 권위에도 의탁하지 않는다. 당연히 의미는 어느 한곳에 정박하지 않으며, 독자나 관객은 의미의 바깥에서 서성이게 된다.

관습적인 언어화와 범주화를 철저하게 부정한다는 점에서 정서영의 조각 혹은 조각적 작업은 매우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실천을 수행한다. 정서영은 조각적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조각이라는 장르를 타자로 인식한다. 조각에 덕지덕지 덧붙여진 기존의 의미망으로부터 철저하게 빗겨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 스스로가 바로 이와 같은 인식론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서 관객/독자들은 극단적인 몰이해나 난해함을 토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전하게 정박하기보다는 조각 안팎에서 생성될 수 있는 표류와 비약의 가능성에 내맡기는 이와 같은 과감한 자기 투기는 작가 특유의 조각적 수행성을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독자/관객과의 소통 방식
모노그래프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는 정서영의 작업을 둘러싼 오해와 몰이해를 완화시키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비록 지면상이긴 하지만 정서영의 작업 전체를 일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자/관객들은 정서영의 작업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관된 특징, 예술 혹은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억측과 오해를 생산해온 장본인이랄 수 있는 평론가와 큐레이터 8명(김수기, 김인혜, 김장언, 김현진, 김희진, 문영민, 안소연, 이영준)이 자신의 정체를 ‘Ms. C’라는 익명으로 숨기면서 쏟아내는 질문들은 그간의 오해와 몰이해가 양산되는 지점들을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이번 책 작업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장치로, 각각의 작업에 대한 설명을 작가가 직접 작성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작업 설명 방식에 있어서도 정서영의 작업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즉 작업의 의미나 해석을 부여하기보다는 작업의 특수한 계기, 작업 과정에서의 세부 형식의 결정, 제작 방식, 전시 맥락 등을 필요에 따라 최소한으로 설명하고 있다. 독자/관객들은 작업 결과물과, 이러한 선택 혹은 결정이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볼 수 있으며,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언어화되지 않는 그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큐레토리얼 실천으로서의 책 작업
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큐레이터의 역할과 큐레이팅의 대상, 그리고 그 의미를 둘러싸고 큐레토리얼 담론이 폭발적으로 일면서 큐레토리얼의 실천 역시 훨씬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책은 작가 정서영의 모노그래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시, 글쓰기, 인터뷰, 워크숍, 세미나, 책 출간 등 큐레토리얼 실천을 둘러싼 최근의 다양한 시도의 일면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큐레이터 김현진이 진행해온 1인 작가 프로덕션 방식의 큐레이토리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도된 이번 출판물은 정서영의 작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망할 수 있는 틀을 모색하고 있다. 정서영은 최근까지 조각 혹은 조각적 작업, 퍼포먼스, 드로잉, 사운드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도 조각이라는 차원에 입각하여 작가의 조각적 언어를 인식론적으로 조망하는 데 집중하면서, 드로잉이나 퍼포먼스 작업들이 조각적 언어와 어떠한 근원을 공유하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작업은 크게 2008년을 기점으로 두 시기(‘전망대’와 ‘괴물의 지도’)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이 두 개의 작업들이 2008년을 기점으로 각 시기의 정서영 작업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알라딘 제공]
Jan. 2013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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