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 송화선 기자의 미술 여행] |
2013.10.07 907호(p73~73)
'오른쪽으로 조금 움직이고 다시 왼쪽으로 기울여서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그곳, 그곳에 닿는다.’
정서영 작가의 설치 작품 ‘무릎’에 적혀 있는 글귀다. 일상적인 단어를 조합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인데 무슨 뜻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라는 전시 제목도 마찬가지다. 뭔가 어색하고 알쏭달쏭한 느낌.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정서영 개인전은 그래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1990년대 조각과 드로잉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 작가는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와 2008년 광주비엔날레, 2012년 덕수궁 프로젝트 등을 통해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단어와 물건을 낯설게 보게 함으로써 긴장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 안은 일견 ‘이상한 나라’다. 알루미늄 지팡이는 세로로 갈라진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고(‘지팡이’), 나무 책꽂이는 등판이 뚫린 채 역시 벽에 위태롭게 의지해 있으며(‘운동’), 시멘트 돌멩이에 괴인 함석 양동이 바닥에는 한쪽으로 쏠린 검은 액체의 흔적이 남아 있다(‘알려진 대로, 그 시간에’). 각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이 물건들이 왜 이런 모습으로 그 자리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3개 채널 퍼포먼스 비디오 영상 ‘미스터 김과 미스터 리의 모험’ 역시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정 볼펜을 든 남자, 콧수염을 붙인 여자, 여자 분장을 한 남자, 아이 분장을 한 여자 등 여러 명의 ‘퍼포머(performer·무대예술 연기자)’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정해진 자리에 꼼짝 않고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오직 남자 한 명만 개 한 마리와 함께 이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정물은 위태로운 동작성을 품고 있고, 동물은 오히려 멈춰 있는 세계. 그 안에서 작가는 조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텍스트 드로잉, 포토 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전시한다.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eekly/2013/10/07/201310070500023/201310070500023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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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개인전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_알 듯 모를 듯 ‘이상한 나라’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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