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ecrow
Mixed media on Canvas
“사람이 나무·돌·시냇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무의 속도는 사람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범이 1996년에 제작한 <허수아비>라는 작품은 캔버스 위에 “아침에 밀짚모자를 쓰고 이 캔버스를 가지고 들판으로 가라. 이 캔버스를 들판 바닥에 놓아라. 그리고 그 앞에 서서 팔을 쭉 뻗어라. 새들이 (캔버스 위에 있는) 낟알을 먹더라도 절대로 움직이지 마라. 어두컴컴해지면 이 캔버스를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씌어 있다.
이 작품은 시각 표현이 아닌 언어를 사용하여 관객이 실제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릿속에 그리게 한다. 즉 관객이 망막에 맺히는 이미지가 아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인 이미지너리를 의식하게 한다. 이와 같은 망막에 국한된 시각적 경험으로부터의 탈피는 작품을 볼때 마다 다르게 경험되는 자유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김범은, 허수아비를 보러 갔다가 들판에서 양손을 위로하고 허수아비가 된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는 <허수아비> 외에도 많은 작품들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장난스러운 재치와 유머를 불러일으킨다.
유머의 요소는 개 먹이로 만들어진 <개 먹이 개>(1993)에서 보여지듯 작품의 주제·내용 외에 시각표현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김범 작품의 다른 특징은 관객이 직접 캔버스를 들고 전시장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영원히 미완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작품과 관객, 즉 사람과 물질(무생물체)간의 상호 교감을 나타낸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겹쳐있는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똑바로 해놓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나무가지들의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젓가락을 상 위에, 또는 망치를 도구상자 안에 아주 편안해 보이도록 놓곤 합니다.
누가 압니까. 그들이 정말로 우리처럼 느낄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임신한 망치>(1995), <기도하는 닭>(1994)은 물질과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방법이 씌어 있는 책인 <변신술>(1997)은 관객을 무생물체인 허수아비가 되게 하는 <허수아비>와 같이 인간이 물질과 동물이 되는 것에 관심을 표현한다.
“사람이 나무·돌·시냇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무의 속도는 사람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범의 작업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존중에 근거한다.
이처럼 그의 단순하고 조용한 움직임은 하나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월간 미술 2003년 1월호
송민아 기자
http://cafe.daum.net/valgwuang/GnUp/14?docid=RfhnGnUp1420030127150956
왜냐하면 나무의 속도는 사람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범이 1996년에 제작한 <허수아비>라는 작품은 캔버스 위에 “아침에 밀짚모자를 쓰고 이 캔버스를 가지고 들판으로 가라. 이 캔버스를 들판 바닥에 놓아라. 그리고 그 앞에 서서 팔을 쭉 뻗어라. 새들이 (캔버스 위에 있는) 낟알을 먹더라도 절대로 움직이지 마라. 어두컴컴해지면 이 캔버스를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씌어 있다.
이 작품은 시각 표현이 아닌 언어를 사용하여 관객이 실제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릿속에 그리게 한다. 즉 관객이 망막에 맺히는 이미지가 아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인 이미지너리를 의식하게 한다. 이와 같은 망막에 국한된 시각적 경험으로부터의 탈피는 작품을 볼때 마다 다르게 경험되는 자유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김범은, 허수아비를 보러 갔다가 들판에서 양손을 위로하고 허수아비가 된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게 되는 <허수아비> 외에도 많은 작품들에서 예측할 수 없는 장난스러운 재치와 유머를 불러일으킨다.
유머의 요소는 개 먹이로 만들어진 <개 먹이 개>(1993)에서 보여지듯 작품의 주제·내용 외에 시각표현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김범 작품의 다른 특징은 관객이 직접 캔버스를 들고 전시장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영원히 미완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작품과 관객, 즉 사람과 물질(무생물체)간의 상호 교감을 나타낸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겹쳐있는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똑바로 해놓지 않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나무가지들의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젓가락을 상 위에, 또는 망치를 도구상자 안에 아주 편안해 보이도록 놓곤 합니다.
누가 압니까. 그들이 정말로 우리처럼 느낄 수 있는지 말입니다.”
<임신한 망치>(1995), <기도하는 닭>(1994)은 물질과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방법이 씌어 있는 책인 <변신술>(1997)은 관객을 무생물체인 허수아비가 되게 하는 <허수아비>와 같이 인간이 물질과 동물이 되는 것에 관심을 표현한다.
“사람이 나무·돌·시냇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속도에 맞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무의 속도는 사람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범의 작업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존중에 근거한다.
이처럼 그의 단순하고 조용한 움직임은 하나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월간 미술 2003년 1월호
송민아 기자
http://cafe.daum.net/valgwuang/GnUp/14?docid=RfhnGnUp142003012715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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