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 특별전; 일상으로의 초대

◆ 크기의 빅교, B-52;빈 라덴

자신이 버린 판자가 무심코 들른 미술 전시장에 작품으로 걸려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일상적이며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잡동사니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주재환 작가, 그가 59점 작품을 들고 제주를 찾았다.
  화가 강요배 4•3 전시회를 통해 처음 제주와 인연을 맺은 주재환 작가는 2년 여의 준비 끝에 이번 특별전를 열게 됐다.
미술 전시회를 자주 접하지 못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약간(?)의 부담을 안고 전시회장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안고 이번 특별전을 찾는다면 예고 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황당할 것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뛰어난 작품성을 찾는 눈이나 그로 인해 매겨지는 점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무언가를 느끼고, 공감하면 그만이다.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는 실, CD, 껌 종이, 티슈 등 다양하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초등학생의 작품처럼 자르고 매달고 붙인 그의 작품들은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포착되면 웃음 끝에는 이내 씁쓸함이 묻어난다.
 <흰 실을 보고 울다>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실타래를 흰색 실로 모두 연결시켜 개성을 무시한 사회의 획일성을 비꼬고 있다. <성형수술>은 붕대를 감은 사람의 두상을 본뜬 모형과 그 옆에 다이어트 알약이 함께 붙여져 있어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전시회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기의 비교, B-52:빈 라덴>이라는 작품이다. ‘2002 광주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 프라이즈 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에 동원된 B-52폭격기와 빈 라덴의 실물을 1/10 크기로 축소해 설치한 작품이다. 전시장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폭격기 그림에 비해 너무나 작은 빈 라덴의 대조적인 모습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힘의 크기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망과 폭력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있다. 주재환 작가는 “삶의 모습, 즉 우리나라의 생활 모습이 나의 관심분야다" 라며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과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변의 것들을 오리고 붙여서 생명을 부여한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미처 잊고 있었던 삶의 편린들을 되돌아 보는 듯하다. 가을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느즈막한 오후, 가까운 전시회장에서 잠깐의 여유를 찾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19일까지 세종갤러리에서 열린다.

http://news.jeju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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