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 7시 /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공간 지금여기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23-617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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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토크 : 2016.04.30(토) 오후 4시 / 이영준 + 조춘만
오프닝 : 2016.04.30(토) 오후 6시
전시문의 : 김익현 010-7438-7484 / 홍진훤 010-7334-3089 / flag@space-nowhe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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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만의 산업사진이 미래에 필요하게 될 이유
이영준 <기계비평가>
조춘만을 산업사진가로 부르기로 하자. 그는 기존의 사진이 하지 않았던 것을 한다. 그것은 산업에 대한 풍부하고 정확한 시각적 표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춘만의 사진은 산업홍보나 프로파간다 보다는 디드로의 백과전서에서 시작하는 근대산업 초창기의 그래픽을 닮았다. 그것은 인간적 담론의 탈을 쓰지 않고 곧바로 사물의 세계로 접근하여 산업이라는 괴물의 광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다. 혹은, 조춘만의 시도는 최초로 정확한 인체해부도를 작성한 의사 베살리우스를 닮았다. 베살리우스는
조춘만은 산업경관의 전체를 담지 않는다. 광활하고 복잡한 조선소나 석유화학공장의 전체를 담는다는 것은 어차피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전체를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체를 포기하는 대신 조춘만이 강조하는 것은 밀도다. 산업의 밀도, 물질의 밀도, 선과 공간의 밀도 등 다양한 차원에 걸쳐서 나타나는 밀도다. 그는 산업경관의 금속성 질감의 밀도, 화학공장의 파이프라인을 이루는 흐름들의 밀도에 주목한다. 즉 산업이 이룩한 다양한 차원의 밀도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가 쓰는 장초점 렌즈는 그런 밀도를 잡아내기에 아주 좋은 수단이다. 지나친 밀도가 일상을 파고 들면 짜증이 난다. 버스나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러나 일상의 스케일을 초과한 거대한 밀도를 거리를 두고 보다 보면 미적인 쾌감이 생긴다. 그것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조춘만은 밀도를 관조할 수 있게 된다. 선원근법을 벗어난 사진 속에서 조춘만이 해내는 것은 우리를 산업의 밀도에 훈련시키는 것이다.
울산의 산업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고밀도집적회로의 확장판이다. 울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점점 더 밀도가 높은 설비들이 들어서고 있다. 고밀도집적회로는 현미경을 통해서만 보고 조립할 수 있듯이, 오늘날 산업의 밀도는 인간의 감각을 추월해 버린 지 오래다. 조춘만은 밀도를 강조하는 사진을 통해 산업의 밀도에 맞선다. 조선공학이나 석유화학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조춘만의 사진에 나오는 설비들은 파악이나 동일시가 불가능한 밀도이다. 조춘만의 사진은 그런 밀도들을 하나의 미적 체험으로 전환하여 어느 정도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산업의 밀도, 강철의 밀도를 봄으로써 조춘만의 사진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물질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조춘만의 사진을 통해 강철이라는 물질에 다가간다는 것은 두 번째 의미를 띤다. 그것은 소비자인 우리가 잊고 있는 생산의 고향을 본다는 것이다. 요즘 기계의 고향은 따스한 사람의 품이 아니라 또 다른 기계이다. 하나의 기계를 만들려면 기계를 깎고 다듬는 공작기계가 필요하다. 공작기계를 만드는 부품은 또 다른 공작기계가 만든다. 이렇게 공작기계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끝에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작기계의 연속과 산업의 패러다임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우리의 존재의 기초인 사물들이 어디서 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고향은 푸근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라 살벌하다. 하지만 오래 동안 소외돼 있던 생산의 풍경이 당장 푸근하게 다가올 거라고 기대하면 그것도 지나친 것 아닌가?
조춘만의 사진은 테크놀로지의 긴장 앞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조춘만이 사진 찍은 시설들에서는 온갖 종류의 기계들의 긴장이 대기를 팽팽하게 메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수도 없이 얽혀 있는 석유화학공장의 파이프라인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터져 버릴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일부러 구부러지게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안을 흐르는 액체의 압력이 너무 세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조선소의 긴장은 전적으로 강철구조물이 바다라는 가혹한 환경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형 선박의 선체가 아무리 강해도 파도의 반복되는 운동에 걸려들면 위아래로 흔들리다가 마침내는 두 동강 나고 만다. 액화천연가스를 가득 실은 LNG선의 탱크 속에서 액화천연가스는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탱크의 벽을 흔들어 댄다. 이런 기계들에 걸려 있는 긴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천년 후에 새로운 인간-사물의 관계 네트웍을 짜려면 뭔가 과거에 대한 참고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때 가면 조춘만의 사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조선소가 언제까지 세계최고, 최대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의 조선소들이 큰 덕분에 일본과 유럽의 조선소들은 몰락해야만 했다. 모든 것이 빨리 바뀌고 허물어지는 우리의 역사시간 속에서는 어떤 것도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록은 먼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 초기 근대의 역사적 자료를 찾기 위해 일제가 남긴 자료를 뒤져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해 보자. 당시 조선은 신통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지배자들의 기록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결핍의 역사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 걸까? 조춘만 덕분에 우리는 최소한 산업미에 대해서만은 기록의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정교하고 감각적으로 풍부한 최상급의 기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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