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SA 기록 이미지들’ 전(展) 열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일민미술관에서는 5월 17일까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개한 우주 관련 이미지 77점과 현대 미술가 총 7팀의 작품 30점 등 총 107점을 선보이는 ‘우주생활- NASA 기록 이미지들’전(展)이 열리고 있다.
우주로 가기 위한 거대한 실험실, 풍동
3개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분류해보자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섹션은 ‘풍동+설계도면+우주인’이다. 풍동은 고형의 물체 표면 또는 주변에 대한 공기 움직임의 효과 연구를 위한 도구인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우주연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될 만큼이다.
이 섹션은 재미있으면서 아이러니하다. 보통 우주과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최첨단’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러나 20-3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이미지 비중이 많아서인지 아날로그적 느낌이 나기도 한다. 도면 역시 재밌다. 아폴로 11호 발사했을 때 착륙 매뉴얼 우주인들이 몇 시에 일어서나서 몇 시에 이동하는지 상세히 나왔다. 게다가 모두 손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이다. 컴퓨터로 그리 그리기가 일반화된 지금, 이 또한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우주과학도 시작에는 수작업이 많이 활용됐다는 사실이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이 섹션의 작품을 몇몇 살펴본다면, 우선 ‘머큐리 계획: 고도풍동 내의 짐벌 릭’은 루이스연구센터에 설치된 풍동이다. 다축우주관성시험시설이라고 불렀던 짐벌 릭은 우주선이 구르고 도는 동작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세계 최초로 공역학적 탄성을 시험하는 풍동도 있다. ‘천음속다이내믹풍동 속의 록히드 C-141’이 그것이다. 얇고 유연한 항공기 날개의 동적 특성과 탄성 연구를 하는 곳으로 1959년 완공됐다.
클리블랜드의 글렌연구소에는 있는 음향반사시험실‘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향반사시험시설인데, 얼마나 큰지 이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 벽 근처에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기 때문에 비교가 된다. 이 시설은 제트 엔진소리의 7배에 달하는 163데시벨 소리를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로켓이 발사될 때 나는 극저주파를 시뮬레이션 하는 공간이다.
설계도면과 각종 매뉴얼도 전시되어 있다. 우주복을 어떤 순서로 입는지 매뉴얼도 나와 있고 연료전지 계통도도 전시되고 있다. 우주인이 사용하는 통신용 케이블과 심지어 달표면의 암석을 채취하는데 쓰는 삽도 설계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우주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사진들이 나와 있다. ‘아폴로 13호 월면활동 보행연습’ 사진에서는 달에 착륙했을 경우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콜롬비아호의 비극’은 2003년 2월 3일 폭발한 콜롬비아호의 우주인들이다. ‘챌린저호의 승무원들’ 사진도 있다. 1986년 1월 28일 고체연료탱크의 접하부에서 연료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O자형 실링이 불량하여 발사 73초만에 폭발한 챌린저호. 그때 승무원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카시니호가 찍은 토성이미지, 신기함이 가득
다음 섹션은 ‘우주의 모습’이다. 카시니 우주선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사용된 토성이미지 역시 카시니에 찍은 모습이다. ‘토성의 위성 디오네의 모든 표면을 찍어 만든 컬러지도’도 신비롭다. 카니기가 토성 위성 디오네를 10년 동안 찍은 사진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상도 픽셀 하나당 250m인 이 사진은 남반구과 북반구 사이에 색깔과 밝기가 다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야기꾼 엔셀러더스’는 토성의 위성 엔셀레더스의 사진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컬러이미지는 남반구인데, 남극부분에는 푸른 균열들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는 엔셀레더스 안에서 어떤 힘이 활동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기한 사진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왜 토성에 육각형이 있을까?’이다. 1980년대 보이저가 토서 옆을 지나갈 때 처음 발견된 이 육각형의 구름형상은 20년이 지난 카시니에서도 찍었다. 흥미로운 것은 보이저 이후 그 자리에서 그대로 회전하고 있다는 점과 각 변의 길이가 거의 같은 육각형이라는 점이다. ‘화성의 사람 얼굴’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사진이다. 화성 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에 의해 관찰된 이 사진은 꼭 사람 얼굴과 닮았다. 화성 생물체 존재 가능성과 우주인 작품설 등을 제기하는 사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를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선 보여
마지막 섹센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의 ‘헨릭 입센 위성’이라는 작품은 실제 인공위성이다. 다른 것이라면 나무로 똑같은 형태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인공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지원의 작품은 최첨단 산물인 구축함 위에 뜬금없는 돋보기 하나가 이첩되어 그려지는 등 정물 두 개가 조금은 낯설게 어우러져 있다. 마치 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우주과학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담아내는 듯 보이기도 한다.
김홍석의 작품은 아이러니하다. ‘DIN’ 시리즈는 구겨진 큰 하얀 종이가 벽에 걸린 작품이다. 가까이서 보면 석고 모형이다. 그런데 그 옆으로는 이 종이 작품에 설계도가 그려져 있다. 구겨진 종이를 어떤 법칙의 결과인 것처럼 세밀하게 측정하여 그려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구겨진 종이는 정밀함과 거리가 먼 우연적 형태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를 일일이 측정하여 마치 자연 현상인 것처럼 설계도를 그렸다. 자연현상 속에서 필연성을 찾아내는 인간의 태도와도 닮았다.
조춘만의 사진작품은 놀랍다. 어떤 컴퓨터 작업도 걸치지 않은 오직 빛만을 이용한 작품인데, 모두가 중공업 공장이다. 특히 ‘석유화학’ 공장 사진은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봄 직한 사진이다. 보통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석유화학 공장의 모습은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당한다. 그의 다른 작품 속에 나오는 큰 배와 기계들을 보면서 과연 우주의 스케일은 어느 정도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밖에도 박아람의 ‘운석’은 2차원의 면을 교합한 뒤 3D 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이다.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진짜 운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에 대한 상상 자극제인 셈이다. 정재호는 이번 전시회에 ‘괴물’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켓엔지 연료 등을 괴물로 그린 드로잉이다. 원래부터 항공기는 하늘을 날고 싶어 했던 인류의 오랜 희망이지만 양차대전으로 통해 재앙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항공기에 대한 환상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상길의 ‘액세스 넘버(Accession Number)’시리즈는NASA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사진들을 합성한 작품이다. 완성된 기계들은 이에 대한 매뉴얼이 남지만 중간 부품을 만드는 과정 중 시행착오 모형들 부품에는 이름이 없다. 설명하는 어떤 캡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런 것들을 추적하고 내용을 결합해 중간단계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김연희 객원기자
김연희 객원기자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9A%B0%EC%A3%BC%EA%B0%80-%EB%AF%B8%EC%88%A0%EA%B4%80%EC%9C%BC%EB%A1%9C-%EB%93%A4%EC%96%B4%EC%98%A4%EB%8B%A4
Feb. 2015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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