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뉴질랜드 전-일상의 연금술

2005_11. 18 ▶ 2006_02. 26
Christchurch Art Gallery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주최_국립현대미술관_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후원_한국국제교류재단_대한항공_아시아 뉴질랜드 파운데이션
국립현대미술관(관장 金潤洙)은 사소하고 평범한 물건들이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의 소산이 되어 귀중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 『일상의 연금술』展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로 자리를 옮겨 개최한다.2004년 4월 24일부터 6월 27일까지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됐던 본 전시는 미술계 안팎으로 커다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에 뉴질랜드에 진출함으로써 『일상의 연금술』展은 한국현대미술을 주제로 하여 만든 기획전시의 해외수출사례를 기록하며 또 한번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21명에 달하는 작가의 작품 27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한국현대미술에 관한 소개가 거의 전무했던 뉴질랜드에 한국미술의 최근 경향과 그 매혹적인 자태를 유감없이 뽐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많은 관광객들을 매혹시키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도시이자 동시에 뉴질랜드에서 한국 이민자가 두 번째로 많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 뉴질랜드 전-일상의 연금술》展은 한국현대미술을 뉴질랜드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 무대이다.

원래의 전시는 새로이 맞게 된 전시공간의 규모에 맞추어 2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27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규모로 조정되었다. 예술작품으로 탈바꿈된 일상의 사물들에 초점을 맞춘 본 전시는 작품제작의 방법론에 따라 조합/변형, 반복/집적, 모조/가상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조합/변형은 서로 다른 몇 가지 사물을 결합시키거나 특정사물을 변형시킨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복/집적에서는 특정사물이나 일정한 단위의 사물을 계속 반복시키거나 쌓아올려 만든 작품들과 만나게 된다. 모조/가상에서 관람객들은 일상적인 사물 또는 가상으로 존재하는 사물을 베끼거나 흉내 내어서 만든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상한 예술의 지위에 반기를 들고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권위를 파괴하려 했던 예술가들의 몸부림은 유서 깊다. 그중 일상의 사물을 미술에 끌어들인 현대미술이 거둔 성과는 단연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의 이 같이 유서 깊은 몸부림이 오늘의 한국미술에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그리고 현대미술의 역사를 통하여 중요한 단계마다 개발된 혁신적 방법론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되어 한국미술의 모습을 일구어가고 있는지에 관해 뉴질랜드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한국 교민들, 그리고 수많은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유감없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류’라 일컬어지며 선풍적인 열기를 불러일으킨 각종 문화산업의 성공신화와 더불어, 우리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본격 순수미술전시가 이제 아시아를 넘어 태평양 너머로도 공략하고 있다.

전시구성

1. 조합/변형
피카소 작 <황소의 머리>에서 자전거 손잡이는 황소의 뿔이 되고 안장은 머리가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두 사물의 간단한 만남은 그 시각적 재치를 뽐내며 관람객을 미소 짓게 만들고, 거장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느끼게 한다. 콜라주를 통해 일상의 사물들을 조합하고 변형시켜 신선한 조형적 체험의 세계를 열었던 장본인은 이렇듯 유희적인 조각적 결합에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사물, 이미지, 텍스트를 조합하고 변형시키는 이 같은 방법은 오늘날에도 많은 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올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에서도 소개되었던 김범의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는 친숙한 사물들에 대한 관람객의 기대를 배신하면서, 우리가 보는 것이 과연 진실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눈에 보이는 사물과 실재의 관계를 문제시함으로써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사물의 질서를 뒤흔들고자 한다. 본 작품은 사물과 개념의 관계를 재조합하고 변형시킴으로써 보는 이에게 새로운 사고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만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재활용 조각가로서도 주목받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정현의 <네티즌>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컴퓨터의 부품 중 키보드와 마우스를 재료로 사용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낸 조각이다. 정보화 기술이 빚어낸 사회 현상에 관해 만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풍자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피카소가 그렇게 하였듯이 두 사물을 재치 있게 결합시켜 참신한 상상력의 세계와 만나도록 하는 작품이다.

2. 반복/집적
1960년대 프랑스의 작가들은 사물들을 그저 쌓아올리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미적체험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많은 작가들은 일정의 단위를 반복함으로써 전체형태를 구성하는 방식의 작업들을 다양하게 탐구하였다. 특히 인위적 흔적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에서 기계적 반복은 창작의 중요 방법론으로 자리잡았다. 규격화된 상품의 대량생산과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는 반복과 집적이라는 조형적 방법에 의해 은유될 수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중 이인희는 사용되고 버려지는 사물들을 모아 그것들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버려진 생선비늘을 반복해서 여러 사물들에 붙여나가 보는 이에게 이 사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손질된 일상>은 일상적인 실내공간을 온통 생선비늘로 뒤덮어 관람객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끈다.
의자를 주요 모티브로 작품을 제작하던 작가 조성묵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국수를 쌓아 올려 다양한 사물들을 연출한다. 하얀 빛의 가느다란 선이 반복되고 쌓아 올려져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실내의 모습을 보여주어, 보는 이에게 낯설고 생경한 체험을 제공한다.

3. 모조/가상
오늘날엔 현실보다는 가상의 세계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진짜 곤충보다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곤충이, 살아있는 쥐보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훨씬 더 익숙하다. 이 사물들은 진실을 보여주지는 않더라도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들의 일상임에는 분명하다. 최근에 많은 작가들이 이런 식의 일상과 이것이 주는 독특한 감성에 주목한다. 특히 오늘날의 환경은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간접적인 체험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실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작가 이동욱은 매우 작지만 기가 막히게 생생한 묘사를 담은 조각들을 만든다. 이 작품들은 소비상품과 대중문화로 가득 찬 사회에 대한 작가의 반응을 보여준다. 특히 <그린 자이언트>에서 소비사회의 상품들을 즉물적이면서도 즉자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기괴한 환상과 풍자의 결합을 드러낸다. 상품을 판촉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된 캐릭터를 그대로 흉내 내어 만든 조각이, 보는 이에게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모조품과 허구적 이미지들로 그득한 현대사회를 해석하고 반영하는 또 하나의 방식을 우리는 정소연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저급한 룸살롱에서 안주를 담는데 쓰는 금장접시들에 모조보석들로 만들어진 가짜 디저트들을 진열해 놓는다. 이 가짜 푸딩들은 현란한 빛을 발하며 욕망의 허상을 빚어낸다.
본 전시는 서로 다른 지적․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여러 층위의 관객들에게 각각 다른 깊이와 폭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다층적 텍스트로 기능하도록 의도하였다. 전문적인 식견보다는 평범한 관심을 가진 일반관람객들에게는 친근함과 경이로움을 뒤섞어 다가갈 것이며, 일정 정도 이상의 전문지식을 가진 관람객들에게는 새로운 사고를 자극하고 또 다른 차원의 해석적 지평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계층의 관객들에게 공히 교육적인 가치를 충분히 발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www.mcst.go.kr/servlets/eduport/
http://www.mmca.go.kr/notice/n77/77_d.html
https://neolook.com/archives/2005121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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