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본풀이 Ha-Neul Bonpuri (Retracing the essence of Tengri)展

2017_0414 ▶︎ 2017_0604
참여작가김지평_김월식_김미란_김태준_성능경최중낙_양아치_양희아_달라이바트르현지예_이소영_최윤_최수연_강영민_주재환
자하미술관 ZAHA MUSEUM, Seoul
하나의 원, 천원[天圓]이 하나의 수레바퀴처럼 구르고 굴렀다. 구르는 바퀴의 가장 바깥쪽에 찍힌 점이 만드는 아름다운 곡선은 원을 살해하면서 탄생했다. 자전거 바퀴처럼 앞으로 굴러가던 곡선은 자신을 직선이라고 착각했고, 자신이 살해한 원을 '주술 세계'라고 불렀다. 주술은 사람의 마음과 객관적 현실 사이의 연결이었지만, 근대라는 또다른 주술이 지나간 후에는 '얽힘관계'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천원의 자연은 그대로 자연법이었고,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계약법은 이 법을 폐기했다고 풍문이 떠돌았다.
『하늘 본풀이』 전시는 그 근본내력을 춤과 노래로 풀어간다는 '본풀이'의 해학과 흥을 살려서 지금은 자연법으로서 작동하는 것을 믿지 않는 '하늘' 개념을 다뤄보는 전시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안다" 라는 말,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라는 말 속에 담긴 하늘의 인식, 하늘의 눈[眼]은 몽골-시베리아뿐만 아니라 만주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자연법적 윤리의 기초였다. 태양숭배라든가 하는 하늘의 오브제에 대한 페티시즘은 없었으며, 바느질 자국 없고 솔기 없고 순수하며 활수한 동시에 가없이 높다란 하늘 그 자체가 마음 속에 보르헤스의 지도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때가 있었다. 천하[天下]라는 개념은 "하늘 아래"의 질서라는 뜻으로서 이 지도가 5만분의 1, 2만5천분의 1로 점점 현실을 담아내는 욕심을 내다가 결국 1분의 1 축도의 지도가 되는 순간, 천하에는 땅에 들러붙은 '터줏대감'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하늘 본풀이』 전시는 '터줏대감'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득권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이 되어버린 현실 그 밑변에는 여전히 '대감' 즉 "하늘" - 육당에 의하면, '텡그리(하늘)』타이가』대가리』대감'이란 어원분석 - 이라는 세계가 잠재해 있음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또한 땅에 들러붙은 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직성대감', 즉 "저 하늘의 별과 연결된 대감"이라는 우주적 상상력과 운명에 대한 지혜를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런데 '직성대감'의 특징은 무엇인가. 바로 "웬만해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대감"이란 사실이다. 그 운명애는 고집스럽고 한번 정한 실천의 방침은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적이라고 해도 존경할 만한 적인 셈이다.
이 전시에는 하늘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하나의 자연법적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킨 소위 몽골철학개론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철학'이라는 용어가 아시아의 사상과는 궤를 달리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 불가능한 철학개론은 단순히 순환하는 주술 세계의 질서로만 머무르지 않으려는 표현이다. 제주도굿, 몽골굿 그리고 아시아굿 등등 그 감흥의 에너지를 포괄하면서도 땅의 소유론적 질서에 사로잡힌 '터줏대감'이 지금처럼 하늘의 인식, 하늘의 눈[眼] - "'아름다운 구속'이다, 하늘이 무심치 않다" "하늘의 그물눈이 성긴 것 같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漏]" - 이 번뜩이는 시대에 그 내부의 '하늘'을 들여다보고, 드넓은 열린 공간의 하늘로 회귀하려는 잠재적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것이다. 
터는 '빈 터'라고 해도 반드시 주인이 있고, 주인은 자기만의 욕망의 곡선을 통해 원을 살해하는 법이다. 이제는 그 곡선을 통해 원으로 돌아가는 궤적도 살펴볼 역사의 반복 구간이다. 
■ 김남수

https://www.instagram.com/p/BU8Xd-fAr6L/
주재환, 자전거여 순박하던 너마저 이렇게 변할 줄이야, 2017
39 × 54.2 cm
exhibition catalog
서명 하늘 본풀이
저자 자하미술관 [편].
발행사항 자하미술관, 2017.
형태사항 180 p. ;2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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