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게임-서교육십 2009展

갤러리 상상마당 Gallery sangsangmadang

1부 / 2009_3. 7 ▶︎ 4. 5참여작가 / 구민자_구헌주_김과현씨_김새벽_김승택_김지문_노정연류현미_문무왕_박재영_박천욱_백현희_사타_신동근_윤성지_이리케리_이문호_이미연_이예린_이유선_이이다_이재훈_임소담_장성은_전지은_정윤희_조혜정_최종운_최지연
2부 / 2009_4. 10 ▶︎ 5. 10참여작가 / 곽철종_구현모_권성운_권순영_김승연_김애정_김영석_김운용_김윤재_김은수_김정옥_김혜나_문정현_박병래_박영주_박지혜_변정현_웁쓰양_이선경_이재범_이종미_이주영_이준용_지니리_조문기_차동훈_천영미_최기창_추미림_티더블유_한영권
『서교육십2009: 인정게임』은 2008년 『서교육십 2008: 취향의 전쟁』의 연장선에서 기획되었으며, 미술계 현장에서 기획과 비평활동 등을 통해 취향과 가치를 확인하려는 전문가 60명으로부터 추천 받은 60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준비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기획의 의의는 전시기획자, 미술평론가, 갤러리스트, 교수 등 미술계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비전을 모아 앞으로 전개될 한국미술계의 양상을 예측하는데 있다. 
현대는 매우 다양한 가치와 제도와 힘이 갈등하고 투쟁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예술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등 모든 국면에서 작동하고 있다. '인정게임'이란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며 공존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인정게임'은 '인정투쟁'이고 '인정에 대한 갈망'인데, 무엇에 대한 인정인가? 의문은 취미의 문제로 향하는 각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 과정은 시간을 거슬러 개별적 취미가 갈라져 나온 파열의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다원성과 다양성의 세계는 다른 한편으로는 엄격한 일원성이라는 유일의 진리성에 기초한다. 우리가 다원성이라는 무수한 가치와 가치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정신분열을 겪지 않으며 안전하게 또는 우여곡절 끝에라도 정신의 고향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 가지 유일한 가치와 방향에 대한 힘 때문이다. 아직까지 모래알처럼 많은 이들의 소우주가 명멸하는 세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운행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다원성의 그물에서 벗어나 힘차게 뛰어오르는 하나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각자 유일한 가치를 향해 각개전투를 한다. 그것은 현대예술에서도 유효해 보인다. 신예작가는 신예작가대로, 중견작가는 중견작가대로 또 원로작가는 원로작가대로 자신들의 미적 탐험과 미지에의 모험을 예술의 이름으로 표상한다. 타자로부터의 인정을 위한 경쟁에 뛰어든다. 어떤 이들은 세속적인 인정게임에 뛰어들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게임의 룰을 어기는 셈이 된다. 그들의 선택은 더 이상 예술이란 맥락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그런 선택은 인생관이나 일종의 처세술과 보다 더 긴밀해진다. 그것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 또한 하나의 훌륭한 선택이고 존중(인정)받아야 할 선택이다. 그러니 우리가 다루려는 '인정게임'이란 아주 협소한 국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또한 존중 받아야 할 선택이다. 무엇보다 창작의 중력권에 거주하는 자들은 자신의 시간을 타인으로부터 분리해 내야하고 동시에 자신의 언어를 타인의 언어와 파열시켜야 한다. 이러한 분리와 파열의 과정에 한 명의 온전한 작가적 세계가 만들어진다.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이 전시의 제목은 알렉상드르 코제브(Alexandre Kojeve 1902~1968)의 '인정투쟁'이라는 개념에서 빌려왔다. 코제브는 헤겔의 사상의 역사발전의 법칙을 '주인과 노예의 투쟁', '생사 변증법' 등을 중심으로 이해하면서 그 중심에 '인정투쟁'을 두고 있다. 거기에서 코제브는 생산의 주체인 노예가 역사발전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노예와 주인의 이상한 역설처럼 보인다. 가치전도이다. 비약하자면 예술노동자인 창작자들도 역사발전의 주인공인 노예인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인정투쟁'의 주체이다. '인정투쟁'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타자와 주체의 관계를 얼핏 떠올릴 수 있다. 사실 이번 전시와 코제브의 헤겔에 대한 비판 내지 해석은 크게 상관없다. 8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예술계에 인상적인 동기의 원천이자 사상적 단초를 제공한 많은 후기구조주의자들의 생각에 코제브의 '인정투쟁'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는 점만 기억하면 족하다.
제목을 보고 어떤 이들은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나 스맥다운 같은 미국의 프로레슬링을 떠올릴 수도 있다. "Respect Me!" 프로레슬링 선수들은 치고 박고 팔을 꺾으며 외친다. 상대에게 침을 튀며 악을 쓴다. 그것은 '인정투쟁'의 사자후와 같다. 마치 올림피아 산에서 내려온 이 근육덩어리의 불한당들조차 자신들을 인정하라며 주먹을 휘젓는다. 이들의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의 향연에서 숭고한 세계와 천박한 세계가 상호 삼투한다. 이 몸과 몸이, 땀과 땀이 부딪치는 퍼포먼스는 어떤 영감을 준다. 『서교육십 2009: 인정게임』을 통해 우리는 보다 현장에 밀착한 기획 또는 커뮤니티를 구성 해보려 한다. 무수한 방향으로 가로지르고 걸치고 또는 평행한 채 가상假想적으로 형성되어 온 미술계라는 성좌들과 심미적 공간에서 어떤 이들이 어떤 이들과 어떤 행위를 선호하는 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이번 전시는 일정한 수준에서 현재의 미술계의 한 단면을 노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매 순간 선택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가능한 많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려 한다. 우리는 그들의 견해를 존중하려 한다. 이 또한 인정게임의 한 사례가 될 것이다. ■ 김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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