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미술관 ZAHA MUSEUM, Seoul
2015. 8. 13 ▶︎ 9. 20
참여작가: 김지평_김형관_박혜원_신은경_오윤석_윤석남_이피_임영주_정경심_주재환_차기율
오프닝 퍼포먼스 「인왕산 호랑이」: 2015_0813_6 pm_목진호 외 7명
점집 퍼포먼스 「사주를 봐드립니다」: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2 ~ 5 pm_신은경
전시연계 세미나 / 2015_0916_4 pm
전시 『용한 점집』(큐레이터 유정민)은 무엇보다도 부암동 언덕에 자리잡고 인왕산의 정기를 가득 받은 자하미술관의 터줏대감이 기뻐할 만한 전시이다. 인왕산은 '예족'의 토템이었던 호랑이 산신이 터줏대감인 고로 이 전시는 한바탕의 대감굿이라고 할 만하다. '대감굿'이란 터주, 즉 한 토지에 부착되어 자신의 신격을 한 차원 떨어뜨린 대감(Taigam, 토지신)이 본래가 없는 하늘이라는 지고의 신격인 텡그리(Tengri, 천신)로 다시 격상되는 굿 형식이다. 그러니까 호랑이 산신이 다시 천신의 신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 남한에서 '씻김굿' 위주로 흘러가는 굿 형식에서 12마당 중에 하나의 마이너리티 굿처럼 되어 있거나 드물게 하는 굿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대감굿' 형식이야말로 주어진 문화의 정체되어 있는 조건을 뒤흔들어 한 사회의 건강한 교란을 만드는 트릭스터의 놀이이다.
● 동북아시아의 문화와 문화가 서로 사귀는 형식은 '대감굿'이었다. 이것은 인간과 인간끼리 인과적인 대화 형식으로는 불가능해도 한 차원 높은 신격들끼리는 비인과적으로 "감통(感通)" 즉 느껴서 한 방에 통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1984년 도쿄 초월(草月) 회관에서 펼쳐진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의 소위 「코요테 콘서트」는 그런 "감통"의 형식으로 진행된 '대감굿'이 무엇인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 달과 달빛에 해당하는 음악들을 덩덩그리 피아노로 연주하며 마치 몽골 초원의 쓸쓸한 정취를 맛보게 할 때, 보이스의 늑대 울음소리가 그 사운드스케이프 위로 울려버치는 것이다. 마치 달을 뛰어넘는 선회의 춤을 보여주는 것처럼, 흑판에는 '뮤즈 부호(Muse code)'를 가득 찍어놓고서.
- 주재환_고장난 시계_혼합재료_33×24cm_2015
- ● "감통"이란 비인과적으로 문득 이심전심 연결되어 버리는 사태인데, 여기에는 호랑이 발도 필요하다. 김형관 작가와 신은경 작가가 설치한 사방치기 놀이는 바로 호랑이 발을 끼고 뜀뛰기 하는 동안, 어느 순간 호랑이 자체로 변신하는(!) 놀이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놀았던 이 놀이의 금 그어진 공간 속에 몸을 던지는 동안, 마치 『삼국유사』 신도징 에피소드에 나오듯이 "벽에 걸린 호랑이 가죽을 입고 문득 호랑이로 변하여" 인왕산 숲 속으로 내달리기 직전의 임계점까지 치달아야 마땅하다. 자하미술관 바깥에 텐트를 설치하여 신은경 작가가 '용한 점집'의 점 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과 아울러 이 호랑이 산신-되기는 서로 맞닿아 있다. 그리고 벽에 걸린 비디오 영상 「뉴타운 순교」는 마치 호랑이 산신이 된 것 같은, 신인합일이 된 것 같은 의식 상태, 즉 변성의식 상태(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의 무지막지하고 랜덤한 걸음과 그 걸음 걸음마다 확확 변하고 핸드헬드의 흔들림까지 혼곤한 의식의 반영처럼 느껴지는 안팎풍경이 여과없이 진행된다. 이제 호랑이 산신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 인왕산 준령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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