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5일 - 2019년 7월 25일
우란문화재단
http://www.wooranfdn.org/program/sisun_view.jsp?idx=137
‘전통’ 이란 말은 ‘근대’에 생성된 용어이다. 즉, 전통을 전통이라 인식하게 된 것은 근대화라는 변화와 전환의 세기를 맞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진 그간 존재해온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보존의 요구와 닿아 있다. 오늘날 ‘전통’은 무엇이 탈락되고, 왜곡하여 형성된 것인가? 이 과정에서 전통신앙의 세계관은 근대화라는 시대적 프레임에 덧씌워져 ‘미신’ 이란 오명 하에 반근대적인 것, 비과학적인 것, 낡고 오래된 것, 버려야 할 것들로 배제, 제외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도교, 불교, 유교의 이데올로기 아래에서도 무속이라 불리는 민간신앙은 민중들의 생활과 삶, 관습 속에 그 흔적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이와 같은 신앙은 인간의 본원적인 공포이자 미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의 세계와 닿아 있을 것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와 존재에 관한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 바깥의 것으로, 이는 인식 영역 밖의 직관적 경험에 기인한 논리와 합리로 재단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사람들은 이처럼 현실 ‘너머’ 세상에 대한 관념을 ‘이야기’ 즉 설화, 신화, 무가巫歌 속에 그려냄으로써,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 반이성적이라 여겨지는 삶과 죽음의 영속된 세계관을 역사와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자 했다.
이를 의식화儀式化, 의례화儀禮化 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은 다소 다루기 쉬운 소재인 ‘종이’ 를 사용해 초월적 존재나 근본적 두려움에 맞서는 형식을 구현해왔고, 이는 종이 무구의 형태로 남아있다. 이는 믿음의 대상인 초월적 존재가 물리적인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기인한 상념임을 인지하고, 종이에 새겨진 문양과 글귀 그리고 조형 형태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시각을 자극하여 직관적 감각을 꾀하고자 했다. 이로써 설위설경, 기메, 지화의 종이 무구는 죽음 이후의 극락을 상징하거나, 현실의 장소를 신성한 장소로 전환하고, 영매가 활동할 수 있는 중간 영역을 구현하면서, 인간과 신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성을 의미하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인간은 죽은 이의 넋을 기리고 가족의 안녕과 현실의 고통을 신에게 기원하여,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기적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왔을 것이다.
각각의 요소들은 터부시 되고 단절된 기억을 복원하면서 전시장을 현대적 제의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이로써 전통이 그 자체로 보존 고립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굴절 변형되는 과정을 제시하고자 하며, 전통이란 명명 하에 미처 기록되지 못한 것 기억하지 못한 것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김범, 피어남과 시듦 (기본형-흑색), 2014, 한지, 68x5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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