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전시구성을 위한 공동큐레이터 후보들의 제안 및 토론
SK사옥 21층 대강당2001.5.26 10 am~ 6 pm
일시멈춤 2002. 광주비엔날레 제1차 국제학술회의■ 일시멈춤 : 글로벌리즘과 현대미술에 대한 반성Pause : A Reflection on Globalism and Contemporary Art
2002 광주비엔날레의 첫 학술대회의 전체 주제로 '멈춤 : 글로벌리즘과 현대미술에 대한 반성'(Pause : A Reflection on Globalism and Contemporary Art)을 제안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Pause'는 지난 20세기 우리가 숨가쁘게 달려온 속도에 대한 '잠시'의 제어일 수 있다. 잠시, 그러나 그것은 선적인 의미의 시간이 아니고 시공간이 교차하며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공시적인 시간이어서, 그 자체로 엄청나게 증폭될 수 있는 시공간의 의미를 갖는다. 그 시간만큼 우리는 멈춰 서서 지난 시간의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뒤엎고 아예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역사와 자본주의, 개발의 논리, 진보의 개념, 서구적 이성주의, 식민주의, 글로벌리즘, 신자유주의와 기술공학, 스펙터클, 소비사회의 리듬, 속도와 광기에 대한 문명론적이고 문화론적인 그리고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반성과 비판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Pause'는 정지이자 새로운 활동을 배태한다는 점에서 모순된 개념이다. 그 모순된 성격이 사실 'Pause'를 그야말로 생동감 있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Pause'는 그 자체로 독립되고 중립적인 상태이지만, 동시에 무언가의 지향점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맥락을 지니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어떤 본질적인 맥락 혹은 상징적인 맥락을 갖는 인식론적 체계 속에서의 한 차원이 있을 것이고, 현실적 차원에서의 가치판단의 문제를 따르는 가치론적 체계가 다른 차원일 것이며, 그리고 그 자체로 자족적인, 무목적의, 순수정지의 상태에서의 놀이와 휴식의 의미를 갖는 차원이 있을 것이다. 이 세 개의 차원은 각각의 영역을 갖지만,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니며 상호연관 속에서 읽혀질 것이다.
인식론적 차원(Nowhere)에서 'Pause'는 물질과 육체적 차원에서의 중지이면서 다른 차원에서의 '움직임'을 준비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방향을 상정하지 않으므로 '자유'를 말한다. 방향을 준비할 경우 자유는 없다. 'Pause'에 대한 상징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은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고도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진공과 침묵, 없음과 무장소성, 시간 개념이 사라진 상태와 정적과 같은 공간, 그리고 탈주와 블랙홀, 영원함 등 기존의 시간과 공간 개념으로 헤아리고 설명할 수 없는 상징어로 그 의미를 모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치론적 차원(Material World)에서 'Pause'는 현실적 개선과 부정 등 적극적인 문명론적 판단을 수반하는 실천행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 경우 멈춤의 행위는 목적의식적인 일시적 중단일 뿐이다. 발전, 진보, 성취를 위한 행진에 대한 반성이 되는 휴식과 휴전(休戰), 브레이크 타임(진행 중의 짧은 휴식), 파업, 거부, 저항 등이 그것이 되겠다. 환경문제와 관련한다면 'Pause'는 생존과 보존, 균형과 조화 등의 차원을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생존의 문제로 해방과 수면, 치유, 재발견과 반성 등의 차원이 있다.
무목적적인 차원(Everyday)에서 'Pause'를 보면, 그것은 멈춤 자체를 즐기는 의미가 된다. 삶 속에서의 휴식과 즐김, 놀이와 오락, 유머와 농담, 일상과 산보의 한가함 등이 순수 놀이 개념을 달성하게 되는 단서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Pause'는 문명론적 반성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방향전환이기도 하다. 속도, 광기, 신문명 등 모든 다급한 진행형들에 대한 속도낮추기 권유이면서 스스로의 반성과 비판적 성찰을 통한 동양적 사유의 정중동·동중정(멈춤 속의 감춰진 운동 같은) 의미와 내적 에너지를 새롭게 마련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공간적이고 시각적인 사유로서 시각미술을 비공간적·비시간적·인문적인 성찰의 입장에서 바라 볼 수 있으며, 존재의 의미태를 철학적으로 볼 수 있다. 즉 작가스스로도 미처 소화되지 못한 시각적 충격과 조급함, 버거운 주제 중심의 미술로부터 힘을 빼는 예술을, 그리고 불안정성·위태로움 속의 균형, 극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생명존재의 모습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생태적인 접근으로 본다면 예술의 본질은 일상으로부터의 '한 걸음 물러나는 것, 비어있음 속에서의 본원적인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숨돌림' '생산적 일탈(逸脫)' '생태회복' '놀이의 즐거움 속에서 재창조'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주제를 제안하는 입장에서의 편의적이고 잠정적인 구분일 뿐이다. 실제로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 의견제시가 필요하고, 특히 5월 26일의 국제학술회의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토론의 장이 되리라 본다. ■ 2002 광주비엔날레
● 진행순서
기조발제_'세상의 매일과 아무 곳'_성완경_2002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1부 : '어떤 경제? : 민주주의, 시장 그리고 자유주의'▷진행_김춘미_한국종합예술학교▷발제'겸손한 제안, 그리고 그 밖의 멈춤들'_찰스 에셔_스웨덴 말뫼현대미술센터 관장'역사적 성찰의 계기로서의 개념주의:세계질서 예술제도 개념주의'_제인 파버_MIT리스트 비주얼아트센터 관장'해외의 집 : 디아스포라(離散)의 관점에서 본 정체성'_민영순_UC어바인 미대 교수▷지정토론_이영준_이미지 비평가, 박찬경_작가/평론가, 윤진섭_호남대
2부 : '대안 만들기 : 경험과 제안'▷진행_김민수_디자인문화비평 편집인▷발제'도시의 현실과 예술적 개입:이론과 실험들'_박경_작가/미국'영화, 건축, 예술:영상이미지와 도시의 쇄신'_코린 디제랑스_독립큐레이터'역동적 멈춤 또는 대안으로서의 전 지구적 협력-제안에 대한 몇가지 이상주의적 견해'_후 한루_독립큐레이터▷지정토론_이영범_경기대 건축대학원, 조성룡_서울건축학교, 이영철_계원조형예술학교https://neolook.com/archives/20010526a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