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2023.7.24.
"당신이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What you see is not what you see).
일상의 이미지를 뒤집어 '보이는 것'과 '실체' 사이의 틈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김범(60)의 개인전이 25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과작(寡作) 작가인 그의 작품은 간혹 단체전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오롯이 그의 작업을 모은 국내 개인전은 2010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후 13년 만이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2016년까지 70여점이 나온 전시는 작가의 개인전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과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등 해외에서도 작품을 빌려왔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과 매체를 통해 일상을 '다르게 보기'를 제안하며 우리에게 보이거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현실의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산의 능선을 그린 것처럼 보이는 작품은 사실 작가가 사용하던 현관과 자동차 열쇠의 골을 확대해 그린 것이고, 벽에 뚫린 구멍을 표현한 '두려움 없는 두려움'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벽에 구멍이 난 것처럼 입체적으로 그린 평면 작업이다.
'교육된 사물들' 연작은 제목 그대로 사물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에서는 돌을 앞에 놓고 비디오 속 강사가 정지용의 시를 가르치고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에서는 역시 나뭇가지 위에 올려진 돌을 두고 강사가 끊임없이 나는 법을 설명한다. 교육을 통해 대상에 의미가 담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나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와닿는 이미지 대신 찬찬히 뜯어보며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 많다. 언뜻 난해해 보이지만 작품을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거나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다리미와 라디오와 주전자가 탁상에 놓인 작품은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사물들 같지만 제목을 보고 작품을 보면 이해가 된다. 라디오인 줄 알았던 것은 사실은 다리미였고 주전자는 안테나가 달린 라디오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다.
2012년작 '"노란 비명" 그리기'에서는 마치 예전 EBS의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처럼 화면 속 강사가 노란색 선으로 구성된 추상화 그리는 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강사는 선을 그을 때마다 다양한 비명을 지르며 그림을 완성해 간다.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진지하게 선을 긋는 강사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명'으로 완성된 실제 그림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지시문이 적혀 있어 관객들이 뭔가 따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종의 '인터랙티브' 작업도 있다. '이 파란 하늘을 보시오, 이 나무들을 보시오, 여기 흘러가는 강을 보시오'라는 영어 지시문만 적힌 캔버스를 보고 관객은 자연스레 파란 하늘 밑 흘러가는 강가에 있는 나무들이 있는 풍경화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는 식이다.
전시작 중 가장 최근의 작업은 2016년 '폭군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 작업이다. 이른바 '불의한 권력자'를 위한 인테리어와 생활 소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 프로젝트로, 특정 분야 제작자·디자이너와 협업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저작권료는 공익을 위해 기부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싱가포르 판화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폭군이 선호할 만한 벽지'가 전시되고 이 이미지를 이용한 부채, 우산, 컵, 비누, 엽서 등을 리움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앞서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봤던 관객이라면 두 작가의 작업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한 방법이다.
두 전시를 모두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이 생각을 짧게 하고 이를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면 김범은 생각을 길게 하고 이를 최소한도로 보여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그러나 본질적으로 두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관장은 "김범의 작업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오래 보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감상법을 요구하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9월 7일에는 김범 작가와 김성원 부관장, 주은지 미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과 매체를 통해 일상을 '다르게 보기'를 제안하며 우리에게 보이거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현실의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산의 능선을 그린 것처럼 보이는 작품은 사실 작가가 사용하던 현관과 자동차 열쇠의 골을 확대해 그린 것이고, 벽에 뚫린 구멍을 표현한 '두려움 없는 두려움'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벽에 구멍이 난 것처럼 입체적으로 그린 평면 작업이다.
'교육된 사물들' 연작은 제목 그대로 사물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업이다.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에서는 돌을 앞에 놓고 비디오 속 강사가 정지용의 시를 가르치고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에서는 역시 나뭇가지 위에 올려진 돌을 두고 강사가 끊임없이 나는 법을 설명한다. 교육을 통해 대상에 의미가 담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나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와닿는 이미지 대신 찬찬히 뜯어보며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 많다. 언뜻 난해해 보이지만 작품을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거나 '아하'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다리미와 라디오와 주전자가 탁상에 놓인 작품은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사물들 같지만 제목을 보고 작품을 보면 이해가 된다. 라디오인 줄 알았던 것은 사실은 다리미였고 주전자는 안테나가 달린 라디오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다.
2012년작 '"노란 비명" 그리기'에서는 마치 예전 EBS의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처럼 화면 속 강사가 노란색 선으로 구성된 추상화 그리는 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강사는 선을 그을 때마다 다양한 비명을 지르며 그림을 완성해 간다.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진지하게 선을 긋는 강사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명'으로 완성된 실제 그림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지시문이 적혀 있어 관객들이 뭔가 따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종의 '인터랙티브' 작업도 있다. '이 파란 하늘을 보시오, 이 나무들을 보시오, 여기 흘러가는 강을 보시오'라는 영어 지시문만 적힌 캔버스를 보고 관객은 자연스레 파란 하늘 밑 흘러가는 강가에 있는 나무들이 있는 풍경화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는 식이다.
전시작 중 가장 최근의 작업은 2016년 '폭군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 작업이다. 이른바 '불의한 권력자'를 위한 인테리어와 생활 소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 프로젝트로, 특정 분야 제작자·디자이너와 협업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저작권료는 공익을 위해 기부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싱가포르 판화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폭군이 선호할 만한 벽지'가 전시되고 이 이미지를 이용한 부채, 우산, 컵, 비누, 엽서 등을 리움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앞서 리움미술관에서 열렸던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봤던 관객이라면 두 작가의 작업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한 방법이다.
두 전시를 모두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이 생각을 짧게 하고 이를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면 김범은 생각을 길게 하고 이를 최소한도로 보여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그러나 본질적으로 두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관장은 "김범의 작업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오래 보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감상법을 요구하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9월 7일에는 김범 작가와 김성원 부관장, 주은지 미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하는 김범 개인전과 연계해 리움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 안내문. '폭군이 선호할 만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저작권료는 공익을 위해 기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