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경기작가집중조명 ‘작은 것으로부터’ [전시리뷰]
‘인간’이란 존재는 나를 둘러싼 ‘사회’라는 거대한 철근 구조 속에 놓여있다. 반대로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물은 ‘개인’이라는 수많은 미시적 존재가 집합한 결과다. 하나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를 둘러싼 구조를 살펴봐야 하고, 반대로 하나의 구조물이란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를 구성하는 철근 조각, 즉 각각의 개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경기도미술관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2025 경기작가집중조명 전시 ‘작은 것으로부터’는 작은 것으로부터 이를 둘러싼 사회 구조와 제도, 시대를 읽어 나간다. ‘2025 경기작가집중조명’은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자 경기문화재단의 ‘경기 시각예술 집중조명’ 사업과 협력으로 마련된 기획전이다.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이 세 팀의 합은 ‘작은 감각’이란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작업 세계가 태동한 1990년대에 미술은 이념적 대의에서 벗어나 미시적 일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은 것’은 단순한 물리적 크기나 대상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는 감각적 전략이 됐다. 관람객은 조각에서 출발한 작가들이 20여 년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며 갱신을 거듭한 모습을 살펴보며 비교하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이질적 장면에서 가능성을 엿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하나의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김나영&그레고리의 신작 15점과 킴킴 갤러리의 첫 공공미술관 전시 프로젝트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2008년 시작한 킴킴 갤러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예술 작업을 선보이는 창작 주체로 이번 전시에선 독일, 미국,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43명의 작가의 작업물을 만나게 된다.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구조물은 신작 ‘사이코빌딩 No. V’(2025, 경기문화재단 제작 지원)이다. 연두색, 분홍색,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의 철근 구조물은 마치 거미줄처럼 지상에 다리를 내리고 서로 손과 손을 맞잡은 듯 상하좌우로 손을 뻗어나간다. 김나영 작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질적 요소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며 예상치 못한 의미의 탄생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하늘 높이 솟아 위태로운 공사장의 철근 구조물은 지상에 내려와 관람객의 시선과 맞닿는다. 작업에 쓰일 빨간색의 천 장갑, 페인트통, 물건을 싣고 날랐을 카트의 바퀴 등이 놓여있다. 그 위에 자리한 앙증맞은 모습의 강아지 인형 조형물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다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한 ‘킴킴 갤러리: 트라우마 자랑’(2025, 경기문화재단 제작 지원)이 배치돼 있다. 그레고리 마스 작가는 “개인의 고통이 경쟁적으로 소비되고, 트라우마가 사회적 자본으로 활용되는 현상을 드러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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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6일과 13일에는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6일에는 킴킴 갤러리와 협업한 구민자 작가의 ‘정통의 맛: 매운 해물 맛 라면’ 퍼포먼스와 사라 벨라스 작가의 ‘벨라슬라바세이 파노라마’ 시연 퍼포먼스가 열린다.
13일에는 박혜수와 사운드 아티스트 ABOPF의 ‘클라우드 드림’ 사운드 퍼포먼스, 최수앙과 콘노 유키 비평가의 아티스트 토크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경기일보 이나경 기자 2025-11-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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