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에 세워진 가상공간


in Public Art 퍼블릭 아트
Monthly Art Magazine

모델 하우스에 새워진 가상 공간_ 정서영 전_킴킴 갤러리
-Jiyoon Yang 양지윤

Seoul
Jul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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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에 세워진 가상공간
정서영 전 6.1~6.30 킴킴 갤러리

아파트는 대표적 주거 공간이자, 투자 상품이다. 땅은 좁고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1970년대부터 짓기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1980년대 아파트 열풍과 함께 한국인의 삶의 보금자리이자 재테크의 수단이 되었다. 발레리 줄레조의 이야기처럼, 한국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성냥갑 아파트를 하나 소유한다는 사실은 도시 중산층으로의 지위를 확보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아파트의 진화는 현대인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의 진화가 되었고, 우리는 단독주택을 떠나 아파트로 이주하였다.
정서영의 개인전이 열린 현대문화센터는 현대건설이 오늘날 한국의 주택문화의 표준을 제시하는 아파트주거환경을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하우스이다. 그러나 이 작은 테마파크는 지난 20년간 방치되었고, 1990년대 초 한국 중산층의 아파트에서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작가 정서영은 24평과 33평의 낡은 아파트 모델하우스 두 채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구성하며, 비록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주위에 존재하는 일상의 미학을 낯설게 하는 놀이를 행한다. 유럽 대저택의 발코니를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둥근 베란다와 어린왕자 무늬의 어린이방 벽지, 금빛 문고리와 초록색 알루미늄 창은 작가의 작품들과 기이하게 공존한다.
정서영은 바나나와 사과 두 과일 중, 다이어트 용으로 어느 것을 택하겠느냐는 다소 엉뚱한  제목을 던지며, 유머러스하게 현실을 뒤튼다. 돌 대신 카페트로 세워진 파고다, 스티로폼 위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얹은 코너 스톤, 모델하우스의 싱크대를 4개의 돌 위에 얹어 배치를 바꾼 싱크대들은 그 본래의 기능은 잃어버린 채, 형태로서만 존재한다. 화장실에는 베란다에 놓였던 석탑이나 선인장 화분이 옮겨와 있다. 창문 밖으로는 가짜 숲이 우거진 디지털 프린트가 보인다. 사과와 바나나 마냥 서로를 비교라도 하라는 듯, 두 개의 하얀 공이 아파트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정서영은 모델하우스라는 하나의 가상공간에 또 하나의 세계를 세운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아파트’라는 윤수일의 노랫말처럼, 아무도 없는 공간에 남겨진 사물들은 관객과 마주한다. 주인없는 아파트에 덩그러니 존재하는 오브제들은 자신만의 알레고리 속에서 새롭게 진화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들을 만든다. 여기서는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다. 오브제가 우리를 보는 것이다. 시선의 주체가 바뀌며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이 전시에서 흥미로운 점은 ‘킴킴 갤러리’라는 기획단이자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의 존재이다. 킴킴 갤러리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2008년 영국 글래스고 마켓갤러리에서 개관전을 개최하며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주변 동료 아티스트와 작가 자신들을 전시에 초대하며, 기획의도에 따라 전시 공간을 옮기는 갤러리이다. 이들은 그 행위 자체가 미술 작업인 유기적 예술 집단이며, 끊임없이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 자신들의 해법을 제시한다.
이번에 열린 [사과 vs. 바나나]전은 킴킴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개인전으로, 오픈하우스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전시 제작비 마련 행사에서 전시 작품, 공간과 홍보를 포함한 새로운 전시 플랫폼을 시도한다. 킴킴 갤러리는 점점 형식화되는 현대 예술 전시의 방식들에 ‘좋은’ 전시란 무엇인지, ‘큐레이터’란, ‘아티스트’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킴킴 갤러리는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 작품 제작 협력자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오늘날 ‘좋은’ 전시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지 모색한다.

• 양지윤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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