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form for Korea Contemporary Art 기획연재: 공간과 문화

Amado Art Space
아마도 예술공간

Oan Kim Show: Death in the Afternoon
Oan Kim Concert: Film Noir Machine


http://www.theartro.kr/issue/issue.asp?idx=48&curpage=

깨끗하고 하얀 벽, 높은 천장, 넓은 면적은 이제 다변하는 문화예술적 움직임을 수용하기 위한 공간의 필수조건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벤트 성격에 맞춘 하나의 선택조건이 되었다. 시간의 때가 묻은 낡은 벽과 창문, 희미한 문턱만 남은 오래된 집, 옛 산업화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폐공장,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건물의 구석진 공간은 오히려 작가들에게 시공간의 의미를 환기시키며 다양한 형태의 창작 욕구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재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전시공간의 변화된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활동들은 작품이나 행사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거나, 일상 도처에 자리한 삶의 공간을 재발견해냄으로써 전시공간의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있다. 2013년 6월에 개관한 한강진역 근처의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 역시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 중 하나다.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비영리 예술공간이다. 이름처럼 이곳은 전시와 각종 문화예술이벤트가 벌어지는 전시공간인 ‘아마도 예술 공간’과 이곳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마도 예술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다. 두 건물 모두 70-80년대 한국의 도시경관을 형성했던 단독주택의 전형적인 외관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습이다. 특히 하나의 입구를 통해 각 층으로 세대가 분리되어 있는 형태나 별도의 옥상공간이 존재하는 등의 건축적 특징은 주거 공간이 수직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했던 70년대 도시 주거 양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또한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의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현시대에 이렇게 40~50년 전 도시의 주거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특징은, 건물의 독특한 외관과 함께 공간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주거공간의 물리적 특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활용하여 건물자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움직임은 현대 도시개발의 한 지류를 형성하는 건물 전용(轉用, adaptive reuse)의 한 형태를 반영한다.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의 경우, 부엌과 방, 거실과 욕실 등 과거 공간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공간의 구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전시와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나감으로써 나름의 색다른 공간개념을 도출해내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좁은 복도를 따라 입주해 있던 크고 작은 공간과 동네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옥상은 회화와 조각, 영상, 설치 등의 작품이 전시되거나 퍼포먼스, 공연, 발표와 강연, 토론회가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변화했다. 참고로 지상 2층과 지하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아마도 예술 공간은 총 8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실과 1개의 사무실, 그리고 온실과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본래 이곳은 최정화 작가가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술 공간이라는 이념아래,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던 스페이스 ‘꿀’이 자리했던 곳이다. 생활 속에 스며든 예술이라는 정신을 표방하며 주택가 골목 사이에 자리 잡고 관객과 예술인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일련의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2013년 6월부터 동일한 장소에 문을 연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는 전시와 교육, 워크숍, 비평과 담론을 연구한다는 취지아래, 자유로운 예술적 실험과 연구 및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활동을 지향하면서 한남동 일대의 새로운 대안적 전시공간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예술공간/연구소에는 미술평론가와 이론가, 작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자문위원회가 존재하며, 실재적인 운영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향방을 결정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이 공간의 지속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한 정기 모임을 갖고 있으며,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자문 형태로 적극 참여하면서 신구세대 간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나가고 있다. 내부적으로 운영체제를 확립하고, 교육과 워크숍, 토론회 형식을 통해 신진기획자와 작가, 이론가들과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은 전문 분야에서의 세대 간 교류를 찾아보기 힘든 미술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의 개관기념전으로 기획된 《목하 진행 중》은 공간의 성격과 운영방향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준 시도로 평가된다. 이 기념전은 운영위원단이 비평단을 이뤄 젊은 기획자 5인과 참여 작가 5인으로 구성된 5개 팀(큐레이터-작가 순으로 백곤-박재영, 신승오-김다움, 양지윤-전미래, 이보성-윤성일, 황정인-강서경)과 함께 작품과 전시에 관한 난상토론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오고간 피드백을 통해 각 팀별로 작품을 진화시켜 나가는 형태의 전시다. 나름의 작품세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작가들이 또래 큐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들은 다시 중견 작가, 비평가, 실무자로 구성된 운영위원과의 생생한 토론과정을 거쳐 사고의 깊이를 만들어 나가는 기회를 가졌다. 이는 작가에 대한 리서치와 작가-실무자 간의 피드백, 신진 비평가의 활발한 활동을 도모하면서 실험적인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해나가겠다는 아마도 예술공간/연구소의 설립의지를 행동으로 옮긴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8월 말 《목하 진행 중》이 막을 내리고, 10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킴킴갤러리(김나영&그레고리 마스)가 기획한 ‘더글라시즘 페스티벌(Douglasism Festival)’의 일환으로 작가 김오안의 전시 《Death in the Afternoon》이 이어졌으며, 11월에는 작가 정연두와 정진열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기획전 《쓸만한 구석》과 작가 이해민선의 개인전《물과 밥》, 12월에는 기획전 《떠나! 돌아오지 마》와 《한중일》전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실무진의 정보에 따르면, 앞으로도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는 참신한 전시기획과 신진 작가와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삶의 터전을 마련하면서 시공간의 역사를 만들어갔듯, 아마도 예술 공간/연구소가 참신한 기획과 행사를 통해 공간의 역사를 새롭게 쌓아가면서 지역의 문화지형을 형성하고, 국내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실험적 실천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 아마도 예술 공간/ 연구소 위치 및 정보
아마도 예술 공간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31
아마도 예술 연구소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94
+82-(0)2-790-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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