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갤러리 관람기
글: 김노암
킴킴갤러리는 두 명의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갤러리의 형식을 하나의 작품으로 해석하고 연출한다. 여기서는 킴킴갤러리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작품이 되는데 이 시각에서는 초대된 정서영 작가의 작업은 다른 지평 또는 경로에 놓인다. 작업으로서의 킴킴갤러리와 정서영의 작업은 충돌하고 이격(離隔)하거나 서로 다른 지평에 놓여지고 새로운 형태를 구성한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2008년 영국 글레스고 마켓갤러리에서 킴킴갤러리를 처음 기획하였고 국내에서는 2010년 서울 이태원의 공간 해밀턴을 포함해서 대구와 부산 등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였다. 킴킴갤러리는 기존의 관습적 갤러리 문화와 역사, 의미를 해체하고 재규정하려는 시도로서 2000년대 들어 미술관제도, 문화에 대한 정치적 미학의 한 갈래에서 이해할 수 있다. 킴킴갤러리는 갤러리의 얼개를 한 채 갤러리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프로젝트 또는 일종의 메타갤러리를 향한다.
반면 정서영의 <사과 vs. 바나나>는 전형적인 미술관제도와 미학의 형태로 재규정할 수 있다. 그녀에게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미술이 수행해온 미술의 정의와 개념, 일상의 비일상화, 현대 오브제의 미학을 읽을 수 있는데, 무엇보다 ‘언어’와 ‘의미’의 문제를 다룬다.
몇 년 전 포럼A에서 정서영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으로 많은 작가들, 작품들, 그리고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간다. 어느 선전의 문구처럼 '콕 짚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지금 미술 하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이리라.” 바로 작가 본인의 작업에서 관객들이 받는 인상과 일치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인 주택문화관이라는 공간과 그녀의 오브제가 다양한 파장과 갈래의 인상들, 연상들, 관념들을 떠올리며 정말로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의미의 불가해, 언어의 애매성을 자아낸다.
언어와 사물 그리고 그 상황을 조각, 오브제, 설치, 텍스트들로 수행(perform)한다. 물음을 던지고 받는 것. 진위, 객관과 주관,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를 탐색하는 것, 오늘날 현대미술가들이 수행하는 바로 그것을 한다. ‘애매모호함’과 ‘복잡성’이라는 전통적인 현대미술의 큰 운동을 재현한다. 이런 상황의 재현은 정서영 작업의 개인적 특징이자 동시에 보편적인 현대미술의 전형성을 드러낸다.
킴킴갤러리는 정서영의 다양한 작업 가운데 매우 전형적인 요소를 초대한다. 그럼으로써 현대미술의 통념, 전시의 관례를 해체하는 작업 킴킴갤러리와 현대미술의 관례 한 가운데에서 진동하는(혹은 내파하는) 정서영의 이번 작업을 그들이 함께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대조하도록 연출했다. 다른 작업에서는 정서영 또한 메타비평적 시도를 한다.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서면, 이상한 나라의 벽지는 너덜너덜 바닥타일은 틈틈이 깨져있고 부엌 싱크대는 온대간대 없이 사라진 아파트가 있다.그리고 그 곳에 정서영의 이상한 오브제들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만나는 것은 초대를 받건 받지 않았건 개방되어있는 공간에 놓인 오브제들이다. 그리고 오브제들의 합창. “배운 이론과 지식은 모두 버리세요. 그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봐요.” 이런 식으로 현대미술과 현대부동산이 만나 기이한 동거를 한다. 킴킴갤러리는 현대미술을 담는 그릇으로서 현재의 전시 담론과 문화는 잠시 멈춰서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한다.
사과와 바나나는 세잔과 워홀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냥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환청처럼 들리기도, 또는 헛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야를 확장해보면 사실상 작가는 사라지고 어떤 시각, 어떤 소리만이 남는다. 시선을 채우는 것은 오브제와 공간이 아니라 그것과 그것의 관계 모두이고,우리의 의식이 듣는 것은 내가 또는 작가가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이든 무의식이든 뭐가 되었든 바로 ‘그것’의 소리이다. 나아가면 내가 보고 내가 듣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듣고 그것이 본다. 의미와 이해에 다가가는 것만큼 의미와 이해가 스스로 강림해야한다.
우리는 한 작가의 작업이 결코 그 자신의 과거 작업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현대미술은 우리의 주위를 그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모습을 하고도 생생히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죽은 공간과 죽은 의미의 이 불가해한 활력. 아파트라고 별수 없다. 현대미술은 여지없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비일상으로 되돌아 나가고 물론 그 역도 언제나 가능한 채로 열려있다. 그렇게 일상과 비일상, 의미와 무의미의 회전문을 돈다. 그 문은 모두에게 애매모호하지만 열려있다. 소유할 능력과는 상관없이 주택문화관이 열려있듯.
[출처] 킴킴갤러리리뷰 2011-현데주택문화관|작성자 김노암
http://blog.naver.com/PostList.nhn?from=postList&blogId=windbomb&categoryNo=11¤tPage=4
June 2011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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