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1


박응주, 박진화, 이영욱 엮음 
현실문화. 출판 2017년 11월

70년대 말에 등장해 80년대 숱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개되었던 민중미술을 기록한 책이다.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ㆍ‘현실과 발언’ 등 이름부터 이미 문제의식이 드러내는 미술 동인 중 8인의 원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8인의 평론가들과 심층 대담을 진행했다. 이 책은 당시의 민중미술운동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와 그 공과에 관해 뚜렷한 대답을 만들지 못한 오늘을 상기하며, 답을 찾기 위해 바탕이 될 심도 있고 풍부한 자료 축적을 목표로 했다. 같은 시대에 활동했으나 단일하지만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와 그 평가 역시 통일된 몇 단어로 축약이 어려운 평론가들 이야기를 전하며, 민중미술이 지니는 가치와 위상을 본격적으로 연구ㆍ확인하는 일은 이제 막 출발점에 섰다고 말한다.

민중미술 태동 전후를 둘러싸고 8인의 원로 작가와 8인의 평론가가 벌인 심층 대담 
그동안 민중미술에 관한 조명이 전혀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충분한 연구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술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천했던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이처럼 혁신적인 미술을 표방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돌이켜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이 일궈낸 미술사적 성과에 비추어볼 때 6,70년대에 그들이 미술을 하게 되었을 이러저러한 동기, 성장하면서 받았을 미술 교육, 작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식 등과 연관 지어 추측해볼 때 그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1세대 민중미술 작가들 중에서 벌써 고인이 된 분들이 여럿이고 보면(얼른 손꼽아보면 오윤, 김용태, 여운, 원동석 등이 있다), 민중미술에 대한 이후의 제대로 된 조명을 위해서라도 민중미술 태동을 둘러싼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작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도 이 책을 만드는 동기로 작용했다. 민중미술은 불과 30여 년 전의 가까운 시기의 미술 활동들이었지만, 우리 근현대의 고질적인 문제인 아카이브의 부재는 민중미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당시의 활동들을 증명해줄 작품들, 사진들, 문서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기에, 그들의 기억을 들추어 기록하고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아카이브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메꿔줄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이에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1』은 민중미술 관련 연구를 해온 여덟 명의 평론가와 미술사가가 원로 작가들과 벌이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길게는 반세기 전의 기억까지 복원하고 있다. 

평론가 중심의 민중미술론에서 작가 중심의 민중미술론으로!
민중미술론은 그동안 평론가 중심으로 기술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80년대 당시에도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평론가들이 주창하는 이론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일이 없지 않았다. 그러한 간극이 80년대라는 급박한 현장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적인 긴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중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단순화시키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민중미술을 이해하는 방식도 많은 부분에서 평론가 중심의 민중미술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때로 민중미술에 대한 편협한 이해도 이에 기인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1』에서 여덟 명의 원로 작가들은 같은 세대이면서도 민중미술에 대해 견지했던 각자의 입장과 기억이 결코 단일하지 않다. 심지어 민중미술에 대한 작가들의 평가 역시 몇 개의 단어로 축약할 수 없는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많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들은 평론가와 다르게 민중미술을 어떻게 말하고 있으며, 그동안 평론가 중심의 민중미술론이 주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며, 그러한 간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물음들이 가능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물음들이 민중미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 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주재환
1940년 생으로 본적은 충북 옥천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 살아왔다. 재동초등학교,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한 학기 수학했다. 이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점차 출판 관련 일들에 집중하여, «미술과 생활» 기자, 미진사 주간을 역임했다. 1980년 ‘현실과 발언’ 그룹에 참여하여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민족미술협의회 대표를 지냈다. 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2000년 그의 나이 60세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최초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10여 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심정수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부터 ‘현실과 발언’ 창립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사)민족미술협회 고문을 지냈다. 1981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2008년 일민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질 때까지 여덟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1966년 신인예술상, 1991년 가나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많은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신학철
1943년 경북 금릉군 감문면에서 출생하여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70년 «AG전», 1972년 «앙데팡당전», 서울미술관 제1회 개인전 등 수많은 작품과 전시를 통해 신선한 충격과 문제작들을 발표해온 그의 예술 세계는 사회적 현실 혹은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현상과 사물의 진실을 드러내왔다. 대표 연작으로는 ‹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 ‹갑돌이와 갑순이› 등이 있다.
손장섭
1941년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서 출생했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수료한 후 1979년에는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참여했으며 1985년 민족미술인협의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역사와 현실, 혹은 삶에 대한 애정을 담은 풍경을 통해 유연하지만 단호한 민중미술의 미학을 견지해오고 있다. 2017년 학고재갤러리에서의 전시를 비롯, 15회의 개인전과 15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1998년 제10회 이중섭미술상과 제15회 금호미술상을 수상했다.
박석규
193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와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목포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20여 년 동안 갯벌에서 노동하는 민중들의 강인한 삶의 리얼리티를 그려내오고 있다. 목포미술협회 회장, 목포민주시민운동연합 공동의장, 목포민족문화운동연합 의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라남도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민중미술 작가와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김정헌
1946년 평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80년대 미술운동에 참여, 민족미술협의회 대표를 맡았고, 이후 문화연대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여러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고 제1회 광주비엔날레 국제현대미술제 특별상을 수상했다.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문화예술 행정가이자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그리고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체 운동가로서 현재에도 그의 실천은 미술과 삶의 구분 없는 영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인순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3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생활미술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20년 뒤인 1984년에 첫 개인전을 열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85년 윤석남, 김진숙과 여성주의 그룹 ‘시월모임’을 결성했고, 민족미술인협의회 창립에 참여했다. ‘여성미술분과’ ‘여성미술연구회’ ‘그림패’ 둥지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고, 유홍준과 민미협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의 삶과 예술은 ‘여성’ ‘인간’ ‘예술정신’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 그는 ‘태몽’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강연균
1940년 전남 광주에서 나고 1962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하여 짧은 수학기를 거쳐 중퇴(1996년 명예졸업장 증정)했다. 1980년 광주의 참화를 겪고 난 체험을 ‹하늘과 땅 사이› 연작들로 환생시켜 1982년 서울 롯데미술관에서 전시했으며 1996부터 98년까지는 광주광역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광주오월시민상(1996), 광주시민예술대상(1998), 보관문화훈장(1998)을 수상하며 현재는 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예술은 고향에 깔린 향토적 서정, 즉 서민들의 삶이 담긴 일터나 민중의 애환이 담긴 남도의 산야를 현실 감정이 깃든 사실주의로 표현한 풍경, 정물 등의 수채화로 민중미술의 한 축을 이루었다.
이영욱
1957년 서울 출생으로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9년 미술비평연구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하고 미술평론을 시작했다. 1999년에는 대안공간 풀의 대표와 «포럼A» 발행인 등의 일을 맡았다. 민중미술, 문화정치, 아방가르드 미술, 공공미술, 미술과 전통과 같은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번역과 글쓰기, 사회활동을 지속해왔다. 현재 전주대학교 문화융합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태만
1962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국립서울산업대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등을 거쳐 현재 국민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쓴 책으로 『미술과 도시』 『미술과 혁명』 『한국현대조각사연구』 『미술과 사회적 상상력』 등이 있다.
심광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동 대학 인문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계간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인을 역임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맑스와 마음의 정치학』 『유비쿼터스 시대의 지식생산과 문화정치』 『문화사회와 문화정치』 등이 있다. 
박진화
1957년 전남 장흥 출생했으며 홍익대학교를 졸업했다. 개인전 25회. 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박현화
공립중학교에서 13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했으며, 이후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논문 「민중미술에 나타난 남성성 연구―‘동성사회적 욕망’과 ‘성정치’의 관점에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무안군 오승우미술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전시기획, 미술교육, 미술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민중미술을 비롯하여 80년대 변혁적 사회에서 전개된 여러 시각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대한 소논문을 쓰고 있다.
신정훈
1975년 생으로 미술사학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빙햄턴 소재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서울 공간 환경의 변모와 연관지어 196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의 전개를 다룬 논문(“Seoul Art Under Construction from the Late 1960s to the New Millennium”)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련 논문으로는 「산업사회, 대중문화, 도시에 대한 ‘현실과 발언’의 양가적 태도」(미술이론과 현장), 책으로는 『X: 1990년대 한국미술』(공저) 등이 있다.
김종길
1968년 전남 신안 생으로, 목포 문화패 갯돌에서 활동했고, 서울시립대학교와 경희대학교, 국민대학교에서 조각과 예술경영, 미술이론을 수학했다.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이동석전시기획상, 자연미술연구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신인평론상,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 장려상, 김복진미술이론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전시 기획으로는 «2007경기아트프로젝트―경기 1번국도» «2008경기아트프로젝트―언니가 돌아왔다» «1970-80년대 한국의 역사적 개념미술: 팔방미인» «경기도의 힘» 등이 있고, 저서로 『포스트 민중미술 샤먼/리얼리즘』 『100.art.kr』(공저) 등이 있다. 
박응주
홍익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지에서 강의하며, 미술의 사회학적 읽기에 관한 글을 미술비평지 «컨템포러리 아트 저널»에 기고하고 있다. 「1930~40년대 미국미술의 이행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 『죽을 수 있는 사랑—박응주의 미술비평』과 「고암 이응노의 예술철학—일획론을 중심으로」 「그린버그의 미술역사주의의 문제: 그린버그와 아도르노」 등의 논문이 있다. «신체적 풍경» «길에서 다시 만나다» «입장들» «내 안의 DMZ»전 등의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목차
발간에 부쳐 … 4
1. 주재환과의 왁자지껄 명랑 방담 / 이영욱 … 9 
2. 민족미학에 뿌리 내린 심정수의 조각 / 최태만 … 79 
3. 신학철,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회화적 정신분석 / 심광현 … 119 
4. 그림의 신명, 손장섭의 예술 / 박진화 … 159 
5. 갯벌에서 민중을 만난 작가, 박석규 / 박현화 … 231 
6. 김정헌, 미술을 통해 세상을 보다 / 신정훈 … 269 
7. 김인순, 여성의 현실에 맞서다! / 김종길 … 319 
8. 민중의 정한(情恨) 속으로 낮게 강직하게, 강연균의 길 / 박응주 … 381
http://www.daljin.com/book/37102

1980년대 폭발한 민중미술의 기운을 총결집했던 민족미술협의회(1985) 창립 30돌을 계기로, 8명의 작가와 8명의 평론가가 나눈 대담집이 묶여 나왔다.  주재환·심정수·신학철·손장섭·박석규·김정헌·김인순·강연균 8명의 선배 미술인들이 각각 이영욱·최태만·심광현·박진화·박현화·신정훈·김종길·박응주 8명의 후배 평론가들과 짝을 이뤄 자신들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이들이 미술에 입문했던 시기는 도처에 독재정권의 살기가 도처에 뻗쳐있던 때인 동시에, 조각을 한번도 배우지 않고도 서울대 조소과 입학이 가능했고(심정수),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몰려다니며 초코파이 ()처럼 엉켜 일하던(주재환) 어수룩한 시절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엇이 미술인지 몰라 헤매던 이들은 일제 식민지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까 고민하고(박석규), 미술엔 실천문학사 같은 없을까 의문을 품었다(김인순). 
이런 물음들은 1979현실과 발언 창립으로 모아졌고, 이후 서울미술공동체, 두렁, 임술년,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등으로 뻗어나갔다. 미술을 무기로 정치에 참여했던 8명의 작가들은 이젠원로라고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예술의 정체성을 곱씹는다.
미술이란 하찮은 신음이야. 체제를 바꾸는 거야. 이거는 총칼로밖에 바꿀 수가 없잖아. 그래도 미술은 자연스러운 신음이니까, 인간이니까. ( 수밖에 없는 거지.)”(주재환)
미술하는 사람은 (사회의) 중심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변두리나 이런 부족하고 없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작가로서의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보지를 않아.”(김정헌)

이주현 기자
Jan.  2018Seoul

저자

엮은이: 박응주, 박진화, 이영욱 ; 글쓴이: 김종길, 박응주, 박진화, 박현화, 신정훈, 심광현, 이영욱, 최태만 ; [대담자]: 주재환, 심정수, 신학철, 손장섭, 박석규, 김정헌, 김인순, 강연균.

발행사항 현실문화A, 2017.
형태사항 415 p. ;23 cm.
표준번호 ISBN: A978896564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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