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스페이스 연례 기획 Pick & Pick 5번째 전시 2005년 4월 8일 ~ 5월 22일 쌈지스페이스, 서울 기획: 이영준 참여: 김상길, 박지은, 윤사비, 전지인, 조춘만, 최원준, 이영준 ◎오프닝 이벤트: 권병준과 윤사비의 퍼포먼스 <특별 대담> “직업의 세계” 2005년 5월 17일 5시30분 ~ 7시 쌈지스페이스 2층 미디어 씨어터 ‘바람’ 참여: 이영준, 김상길, 박지은, 윤사비, 전지인, 조춘만, 최원준 쌈지스페이스(관장 김홍희)에서는 오는 4월 8일부터 5월 22일까지 제5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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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산업도 많이 유연해져서 우리들이 먹는 조리퐁의 낱알이나 베개에 들어가는 충전제 같이 말랑하고 부정형인 것들까지도 다 산업화됐을 정도다. 다만 산업화되지 않은 것은 그것들에 대해 사고하는 우리들의 대뇌피질뿐이다. 아마도 인간의 의식은 가장 마지막으로 산업화되지 않을까 싶다. 일찍이 계몽의 변증법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의식산업'이라는 말을 썼지만, 당시 그들은 오늘날의 첨단과학이 어느 정도까지나 인간의 두뇌 속으로 파고 들을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인간의 의식은 1781년 이래로 가장 산업화되지 않고 남은 마지막 섬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흑산도나 백령도 같은 섬에도 광케이블이 깔려 민박집 마다 홈페이지가 있는 시대에 의식이 산업화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수치는 될망정 자랑은 되지 않는다. 굳이 의식이 산업화되지 않은 것을 자랑하려면 산업화에 맞서거나 그것을 살짝 빗겨 나 있는 어떤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걸 하려면 인류가 탄생한 이래 나타난 모든 발명품들의 역사와, 그 배후에 있는 천지를 꿰뚫는 원리를 체득해야 하나, 그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고 본다. 따라서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우리의 의식을 산업화하려는 모든 기도들이 내거는 치사하고 달짜근한 유혹에 자신을 내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미용실에 가면 모든 것을 미용사에게 맡기고 자신의 실존은 잡지책을 보고 있듯이 말이다. 이런 말들이 마치 산업화를 축복으로 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산업화는 우리에게 축복이자 저주라는 두 가지 얼굴로 다가왔다. 우리는 두 얼굴을 동시에 보기에 바쁘니까 한쪽 얼굴만 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시간적으로 바쁜 것 만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바쁜 것과도 상관이 있다. 오늘날 우리들의 주거구조는 하도 복잡한 나머지 사상과 감각의 온전성이라든가 전체성 같은 말들은 오늘날의 주거구조에서는 가능하지가 않다. 우리의 주거구조는 1930년에 발터 벤야민이 말한 감각의 파편화에 걸맞게, 미로화, 파편화, 밀실화, 그러면서도 귀족화, 세련화, 웰빙화, 생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주거구조의 산업화는 가장 바쁜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데, 이는 인간과 공간이 얽혀서 짜내는 컨텍스트의 직조(동어반복, 그러나 할 수 없다. 인생은 어차피 동어반복)를 매우 다차원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시뮬레이션의 절차를 고지식하게 다 밟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허난성 사람들은 거짓말과 사기 잘 치기로 유명한데, 만약 그들이 한국의 주거구조의 착잡함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거기에는 귀족, 웰빙, 홈스위트홈, 낭만, 첨단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주거를 포기하고 예술을 택하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 물론 주거와 예술은 서로 비교하거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항목들이 아니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의 안락한 주거를 포기하고 노매드의 길을 가기로 한 사람이므로, 그에게 주거란 마치 새로 산 텔레비전을 포장 박스도 뜯지 않은 채 거실에 들여다 놓고 보고 앉아 있는 것 만큼이나 거추장스럽고 촌스런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예술과 산업은 새로운 차원에서 만나게 된다. 그 차원은 흔히 상상하듯이 쎄련되고 멋진 첨단 기술과 우아하고 고상한 예술이 만나서 루브르에서 전시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아주 많이 다르다. 예술이 곧 산업이라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의미에서 가능한데, 예술은 본디 가리봉동에서 파는 회전톱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 가까이 가면 살을 벤다. 물론 살을 베지 않는 예술도 있으나 그건 예술이 아니다. 가리봉동 회전톱날은 그 본성상 살을 베는 것이다. 대중을 위하여, 눈높이에서, 쉬운, 누구나 알 수 있는 예술은 살을 베지 않는다. 뚱뚱하게 할 뿐이다. 예술의 회전톱날에 살을 베는 예술가들은 좀 미련한 사람들이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대체로 살을 베는데서 오는 손실을 미리 예감하고 멀찌기 피하거나 합성고무나 실리콘으로 된 톱날을 택한다. 그들은 단지 거짓 비명을 지르며 살이 베는 시늉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미련한 예술가들은 가리봉동 회전톱날에 살을 베며 아까운 피를 흘리고 폐인이 되어 간다. (물론 모든 폐인들이 서울역 앞 노숙자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예술가도 있다) 탄소함유량이 많은 텅스텐합금으로 된 회전톱날 옆에 살면서도 살을 베지 않으려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수 밖에 없다. 왜냐면 회전톱날의 회전수가 2700rpm이상이면서도 그 소음은 56db이하로 낮추고, 톱날에 반사되는 빛을 순한 것으로 만들어서 봄날에 고양이의 콧잔등에 비치는 따뜻한 빛으로 만들어줄 주거의 재료와 품성을 가지려면 고도의 위장술을 쓰던가 고도의 솔직술을 쓰던가 모순되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틈바구니에서 착한 주거는 살아나갈 방도가 없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고, 못되고 성질 나쁜 주거들은 착한 주거의 약점을 속속들이 파악하여 내몰아버리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오늘날 한국의 주거환경의 동맥이자 혈소판이다. 따라서 진정한 예술가라면 위장술과 솔직술 사이에서 째째하게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주거 자체를 포기하고 노매드가 되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그가 노-매드(no-mad: 정신이 돌지 않고 온전함)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예술가에게 가장 어려운 과업은 주거를 포기하고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주거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만 삶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심술(마음을 독하게 먹는 기술) 대신 착심술(마음을 착하게 먹는 기술)을 택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착심술이 만연해 있는 우리들의 주거공간은 무척이나 포근하고 지루한 곳이 될 것이다. 그 지루함과 권태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예술의 불안함으로 실존의 단단함에 금을 내는 것이다. 예술은 등 뒤에서 우리를 습격하여, 불쾌하고 잔인한 하루를 만들어줄 것이 틀림없다. ■ 이영준 전시개요 ● 본 전시는 쌈지스페이스의 연례기획전인 『Pick & Pick』의 일환으로 1회 『홍성민 picks... 불가능한 미디어』전(2001), 2회 『문주 picks… 無造/open code』전(2002), 3회 『조덕현picks… Pick & Pick & Pick…』전(2003), 4회『안상수 picks…. 한글다다』전(2004)에 이어 5번째로 열리는 전시회이다. ● 이전의 Pick & Pick 전시가 중견작가/교수를 기획자로 초대했던 것에 비해 이번 5회전은 비평가,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영준 교수를 초대하여 전시자체 뿐 아니라 전시 이전과 이후의 문제들, 나아가 전시관행, 전시담론에 대해 숙고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 이영준 자신이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한 이번 전시는 총 7명의 순수예술가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산업화에 따른 사회적, 병리적 결과에 대한 작가들 각각의 해석을 건축물, 공공장소, 주거환경과 관련된 소재를 선택하여 제작된 사진, 플래쉬 애니메이션, 배너 작업, 설치, 비디오 작업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 구성 ● 전시장 외벽_박지은은 주거환경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알러지 증상(특히 집먼지 진드기)의 관계를 도표화한 큰 배너를 제작, 쌈지스페이스 건물 전면에 설치한다. ● 옥상_윤사비는 자신이 2003년부터 운영해오던 윤사비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쌈지스페이스에서 운영한다.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레지던스 시설을 옥상과 주차장, 계단에 설치하고 레지던스 작가에게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오프닝에서는 윤사비스튜디오 레지던스 3회 입주작가인 권병준과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 3층_Main Gallery_최원준은 한국의 대표적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가 사회적, 정치적인 이유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업소내부의 공간기록사진으로 표현한다. ● 조춘만은 현대중공업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사진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일했던 울산의 공장지대를 기록한 사진이 소개된다.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지어진 공장들의 사용 만기가 다해가고 있으며, 대규모 공장건축은 신설부지는 동남아시아로 이주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기록되는 공업단지의 모습은 공장지대의 실존적 가치를 부여한다. ● 2층_Project Gallery_전지인은 도시생태에 대한 3개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 동방방문기는 서교동에 위치한 동방사우나에서 수십명의 손님들이 마치 운석처럼 자리잡고 드러누워 있는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로 찜질방이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을 포착, 탐사하는 작업이다. ● 1층_Garage Gallery_김상길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제작한 전세계의 돔(dome)형식의 경기장 사진을 발표한다. 이 작업은 그의 『Like a still Life』와 『Landscape』시리즈의 후속 작업으로 경기장의 건축구조와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 이영준은 충격적이고 혼몽한 도시이미지를 플래쉬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선보인다. 형식상 장영혜 중공업의 아류이자 확대라고 작가 자신이 해석하는 본 작업은 빠른 화면 전환으로 보여지는 산업화된 도시의 장면을 통해 이미지 구축의 논리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https://neolook.com/archives/20050409a http://cafe312.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UyQL&fldid=LQtZ&datanum=48&openArticle=true&docid=UyQLLQtZ4820050503170257 |
K237-주거환경개량사업 : 충격과 당혹의 다큐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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