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풀 프로덕션 《드로잉 룸: 풀 20년 다시 읽기》

○ 작가: 김지평, 남궁호석, 신익균, 엄지은, 정서영, 주황
○ 기획: 안소현
○ 기간: 2019년 8월 1일(목) ~ 9월 1일(일)
○ 장소: 아트 스페이스 풀

‘드로잉’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을 때마다 매끈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종이 위의 선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밑그림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습작이라 했고, 또 누군가는 생각의 메모라고 했습니다. 결국 형식도 매체도 정해져 있지 않지만, 목적지에 대한 강박이 없는 모든 것이 드로잉이었습니다. 그냥 만들어가다 보면 어떤 꼴이 나오고, 그 꼴이 마음에 들면 이름을 붙여 불러주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 켠에 남겨두는 그런 것이 드로잉이었습니다. 그런 애매함이 꼭 풀 같았습니다. 20년동안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미지로 풀을 그려왔습니다. 그것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드로잉 룸’은 이제는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드러난 일반적 공간에서 감춰진 특화된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응접실 같은 곳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풀의 20년을 다시 읽으면서 특화시키고 싶은 몇 개의 이야기들을 아카이브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풀이 앞으로 더 깊숙히, 신중하게 파고 들어갔으면 하는 주제를 제시해보려 했습니다. 여섯 작가들이 그 주제들을 통일성 없는 연쇄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사실 19주년과 크게 다르게 보내고 있지는 않지만, 십진법이 선사한 이 소소한 즐거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풀의 지난 20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기념 말고 기억의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