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faire de coeur 마음이 시키는 일 5



2019. 10. 2  - 10. 26 
Lee eugean Gallery,  seoul

the most beautiful bird of our time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어쩌면 한 그릇의 포타주potage일지도 모른다. 포타주가 식으며 생겨난 얇디 얇은 막 위로 우리는 조심스레 한 걸음씩 서툴게 디뎌 간다. 하지만 아뿔사. 걸음을 반 발이라도 헛딛거나 걸음에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는 순간 그 막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우리는 끈적하고 걸쭉한 수프에 몸을 적셔야 한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짐이 무겁다고들 흔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 순간의 과제란 크리스머스 트리를 장식하는 유리 오너먼트를 만지듯이 가볍되 버겁다. 눈으로 보기에 그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아름답고 반짝인다. 그러나 손 끝에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거나, 손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오너먼트는 바닥에 떨어져 깨어져 버린다. 예리한 조각에 찔려 피 흘리는 상처만 남긴 채.
삶의 표면이란 그렇듯 상처입기 쉬우며vulnerable 부서지기 쉽다fragile.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경계란 포타지 위에 앉은 덮개나 오너먼트의 표면처럼 얇고 덧없다. 딛고 서 있는 땅이 단단하다면 삶은 어쩌면 조금은 더 살기 쉬울지 모른다. 현실과 비현실, 팩트와 상상의 경계가 명확하다면, 선과 악의 구분이 좀 더 쉽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우리 자체로서 놓인 실재는 그렇지 않다. 살아갈수록 인생은 어렵고,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알 수 없으며, 의지란 것이 애초에 존재했는지도 의심스러운 순간이 수시로 찾아온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이라는 괴물이 아닌가 싶다가도, 그 괴물의 맨 얼굴은 과연 무엇인가 불현듯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눈을 감은 채 써커스의 광대처럼 공 위에 서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그런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우리의 손을 잡아주고, 나아갈 곳을 일러주며, 빛을 비추어주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것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불러도 좋다. 수호 천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해도 괜찮다. 한 줄기 빛이 울고 있는 나를 비추었다고 말해도 좋다. 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그곳에서 보았노라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루돌프 뤼에그의 <마음이 시키는 일5- the most beautiful bird of our time>이 2019년 10월 찾아온다. 나의 마음을 살피고 그 후 타인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았던 이전 전시들과는 달리, 이번 다섯 번째 전시에서는 우리가 딛고 선 세상의 유한함과 불안정함에 관심을 돌린다. 여러 작가의 아트워크와 빈티지 디자인 가구들은 유독 추상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작품의 협업으로 이뤄진 공간은, 현대성이라는 표면을 스쳐가는 현란한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연약하여 바스라질 것 같은 현실에서 고개를 꼿꼿이 들어보라고 관객에게 권한다. 몸에 힘을 빼고 멀리 바라보며 그러나 멈추지 말고 꾸준히 움직이며, 당신의 새를 찾을 때까지.
글: 조윤주
https://leeeugeangallery.com/exhibitions/introduction/55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컨셉추얼 디자이너이자 가구 콜렉터 루돌프 뤼에그는 이유진 갤러리와 함께 2015년부터 해마다 디자인 가구와 예술이 어우러진 전시 <마음이 시키는 일>을 기획, 개최해왔습니다. 
제5회를 맞이한 올해의 전시에서는 ‘the most beautiful bird of our time'이라는 부제로 6명의 예술가가 함께합니다. 회화에서 사진, 설치미술에 이르는 헬가 리치, 죠셉 초이, 정지필, 이태수, 경현수, 로버트 에스터만의 작업과 르 코르뷔지에, 알프레드 로스 등이 디자인한 희귀 가구 작품의 만남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B2k-8uFpWK2/
As I went to the studio one morning, I noticed someone sitting behind the window of the door, someone who was apparently watching me. A guardian! From the inside of the studio came a lot of light. Normally, I work there with my colleagues. Some steps lead to the studio. The entire space was empty, everything was stowed away on a wall behind boards, only our naked tables were still there (without chairs) in a row crossing the space. The floor was shiny clean and there was a penetrant smell of disinfectant. In a corner near the entry was a puddle of urine. I was not alone. I noticed that, apart from the guardian, there were still a handful of other people whom I didn’t know, and who like him were wearing the same green-blue clothes. „What are you doing here? Is this a performance? Are you allowed to speak?“ But they were also speaking, however. They were entirely natural, were eating their sandwiches, were looking upwards, … and nevertheless, in these circumstances, I don’t know if I can use the word ‚natural‘ here. It doesn’t seem to fit what I actually saw. Their presence astonished me. What made them behave this way? Like lightning I imagined I was in the house of a six-headed monster, or an intruder amongst martians. I also noticed a real bird who was flying around in the studio. It wasn’t an exotic bird, but one from our region (a black one), as if by mistake it had flown through one of the panes. The occupants spent a lot of time with the bird, by watching it and by shouting at it. Within each stroke of its wings was hidden one of their sights. The bird and they seemed to be attached to the same destiny. The bird was not allowed to escape. This was what the guardian was for, I believe. (…) After that day the bird and the occupants had disappeared.

a visitor, Paris, 1997

Wola Shield, 2011
print on light boxes 
187 x 116 x 16 cm, 100 x 140 x 16 cm
Fans in Artist's Studio,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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