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8 ~ 6. 30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문화의 모든 형식들은 여럿이면서 동시에 하나다. 그것들은 다양한 양태를 취하면서도 결국 같은 시대와 사회의 정신과 감각을 공유한다. 시각문화에 있어 소위 엘리트문화와 대중문호의 전형과 같이 각각의 길을 걸어 온 미술과 만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 둘은 각기 다른 예술의 영역을 형성해 왔으면서도 다시 보면 한 문화의 두 얼굴에 다름 아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이 2003년 봄 특별전으로 마련하는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은 그런 모습을 보려는 시도다. 미술과 만화의 다름과 같음을 통해 한 시대의 문화를 다층적으로 보면서도 또한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의 하나인 것이다. 그것은 가까운 곳에서 먼곳까지 두루 포괄하는 문화에 대한 유연한 시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만화와 미술의 만남을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화와 그렇지 않은 미술의 만남은 고급과 저급이란 벽으로 갈라져 있던 과거의 사고와는 달리 미술과 만화가 그 경계를 허물고 한 몸으로 만났다 할 수 있다. 오늘날 만화적인 기법과 양식을 스스럼없이 가져다 쓰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그 변화에 주목하는 전시회도 늘고 있다. 2003년 3월 8일(토)부터 6월 30일(월)까지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리는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은 이런 화단의 흐름을 읽고 이해하는 하나의 기회이다. 미술과 만화가 소통하는 현상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시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한다. 전시는 크게 네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흔히 캐릭터라 일컫는 만화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도상(그림으로 그린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묶은 ‘우리 시대의 도상학’이다. 대중문화가 위력을 떨치는 가운데 사회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만화 영웅의 이미지들이 대중을 사로잡는다. 시대적 풍경화라 할 정도로 만화 도상은 오늘날 시각문화의 주요 요소가 된다. 그것으로 인해 문화의 혼성과 골동취미(키치)의 우위라는 또 다른 문화 지형이 만들어진다. 이 같은 현실에서 현대미술이 어떤 의도와 맥락을 가지고 만화 도상을 차용하는지에 대한 그 양상과 의미를 살펴 볼 수 있다. 미키마우스와 아톰, 그리고 그것의 혼합인 아토마우스, 도널드 덕과 피넛츠에 대한 주인공의 이미지 등이 작가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아기공룡 둘리, 약동이와 영팔이 같이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만화 주인공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시대의 문화적 정체성 논의와 새로운 언어로서의 만화 아이콘에 대한 논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둘째는 만화의 특성으로 꼽히는 그림과 말의 결합 구조를 갖는 ‘말하는 형상’ 이다. 작가들은 형상을 통해 소통의 의지를 실현하고, 형상의 의미 구조에 대한 천착을 통해 그림과 말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하고 있다. 붓으로 그린 그림과 이야기, 이미지적 연상력을 갖는 문자, 말풍선의 구조, SF적 상상력으로 이야기하는 생명의 의미, 이야기를 갖는 조각 등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셋째 ‘칸과 칸 사이’는 만화 고유의 특성인 칸과 칸 사이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연속성과 그 사이로 유발되는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말하는 주제이다. 만화의 기본 형식으로서 ‘칸’은 시간과 공간을 제한하는 방식이며, 이야기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제조건이다. 흥미로운 것은 칸과 칸 사이에 비어있는 시간과 공간을 독자가 채우게 되는 점이다. 마지막 주제인 ‘풍자·상징·기호’는 전시회의 결론을 제안하는 부분으로 가볍고 재미있으며, 억압된 욕망과 금기를 깨뜨리는 만화의 힘을 볼 수 있다. 최호철씨의 ‘을지로 순환선’은 도심의 정지된 풍경을 잡아내, 그 안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독특한 방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의 그림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있다. 서울의 도시풍경에서 우리는 풍자적 시선을 맛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열 한 개의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과 폭넓은 언어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것으로 애니메이션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훌륭한 전시에 따르는 행사도 풍성하다. 4월 12일 오후 1시부터 박물관 시청각실에서는 ‘현대미술과 만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리고, 박물관앞 뜰에서는 5월 3일 오후 1시부터 ‘만화가와 함께 만화 그리기’와 3월에서 5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1시부터는 캐릭터 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아티스트 벼룩시장’ 행사가 펼쳐진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4월에 현대미술과 만화의 만남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를 보다 넓게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 |
© 오산대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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