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독해법 : 사물이 말하지 않은 것 Tilted Reading: What's untold by things


필자 : 박경신, 최빛나, 추성아
번역 : 황선혜
사진 : 전명은
디자인 : 신신
인쇄 : 인타임
발행처 : 미디어버스
발행일 : 2019년 12월 14일
판형: 160쪽, 컬러인쇄

사이즈: 150x230mm

가격:  20,000원


이 책은 2019년 11월 d/p 에서 열렸던 전시 <옆에서 본 모양: 참조의 기술>에 대한 기록과 동시에,

여러 해 동안 “실용신안문서”를 작업의 참조점으로 대하며 변화해온 작가의 태도를 다룹니다.

사물 생산에 기반한 문서를 독해하면서 조각가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조각과 문서의 관계를 설정해온 사례를 크게 4챕터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문서에 대한 이해 정도나 관심사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실용신안문서"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작업은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시기적으로 중첩되거나 앞뒤로 연결성을 갖습니다. 또한, 각 작업에 대한 작가 노트와 더불어 시각예술, 제작문화, 저작권법에 관한 전문가들의 글을 함께 엮어 폭넓은 이해를 돕고자 하였습니다. 


목차

#1 옆에서 본 모양: 참조의 기술 Shape, From the Side: Reading Documents 

기울어진 독해법: 사물이 말하지 않은 것 ᅳ 추성아 

피진 데이터를 수행하기 ᅳ 최빛나 

 

#2 도시루 아카이브 Doshiru Archive 

종려나무와 도시루 사이에서 ᅳ 조혜진 도시루 2003-2012 <도시루 아카이브 연작>에 대한 어느 법학자의 단상 ᅳ 박경신 

 

#3 구조들 Structures

#4 오늘의 조각 Today's Sculpture 

 

필자 : 박경신, 최빛나, 추성아

번역 : 황선혜

사진 : 전명은

디자인 : 신신

인쇄 : 인타임

발행처 : 미디어버스

발행일 : 2019년 12월 14일

판형: 160쪽, 컬러인쇄 

사이즈: 150*230mm

https://byeolcheck.kr/product/untitled-1372


“나는 나 자신이.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처럼, 기준점들에 끌리는 것을 느낀다. 우주의 모든 사물의 위치와 거리를 결정할 때 출발점이 되는 축들과 준거점들 말이다.” 

— 조르주 페렉


사물은 예술의 영역으로 일찍이 포섭되면서 그 독자성이 사회적 체계 안에 한 축으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사물의 질서는 우리에게 선험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와 표준화된 경험을 제시한다. 어느덧, 사물과 사회의 관계는 그 기술의 질서를 대하는 ‘사용자’들로부터 스스럼없이 수용하고 재생산하는 태도를 실천한다. 더불어, 사물이 실재하는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 보다 이미지의 인터페이스에 소속되어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미지 위에 또 다른 이미지를 위한 적극적인 소비 행태와 행동의 문화(culture of activity)로 작동한다. 우리의 일상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사물이 생산되는 배경에 기인하여 사회가 제공하는 서사적인 조건 안에 은밀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어떤 사물들은 그 기능적 가치 때문에 예술적 가치가 누락되는 경우도 존재하고, 극단적으로 사물을 발명한 전달자의 확고한 믿음에 공감하여 사물을 완벽한 조각의 가능성으로 열어 두기도 한다. 후자와 같이 사물을 조각으로 환원시키는 태도는, 사물을 실증적으로 기록했던 근거들을 통해 숨겨진 공백과 간격을 비집고 들어가 사회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조롱하고 보이지 않은 흔적들을 독해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사물에 대한 조혜진의 관심은 주변 상황에 처한 사물의 형태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유되고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자생하는 사물의 용도와 서사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는 특정 사물을 소유한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평범한 개인이 자신들의 경험에 기인한 일상의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기술을 고안하고 출원한 문서들에 집중한다. 흥미롭게도, ‘실용신안문서’라 불리는 문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건들로 심사된 특허의 하위개념으로써, 일반 사람들이 고안하는 사물, 기술, 효과에 대해 건조하게 서술한다. 조혜진은 고안자들 중 발명가 기질과 사물에 대한 개인의 확고한 의지와 믿음에 무게를 둔 특수한 사례의 문서에 주목한다. 이는 문서적 성격이 담고 있는 보편성과 안에서 진화해 나가는 체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과 동시에, 사물을 통해 제한적인 내러티브 구조에 기인한 삶의 방식을 처방하는 압축된 허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혜진은 조직된 사물의 체계를 참조하여 데이터를 압축/팽창시키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고안자가 기록한 문서의 도면과 참조한 또다른 문서(선행기술조사문헌)의 도면들에 연결된 지점들을 조합해 기형적인 형태의 가벼운 종이 조각을 만들어 왔다. 그를 공통적으로 끌어당기고 있던 사물은 독자적으로 발산하는 ‘사물성(things)’에 대한 매력 너머에 평범한 고안자들이 집중했던 유용성과 그 효과를 위해 새롭게 덧붙여지는 사물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고안자들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제작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문서를 들여다보면 사물을 고안하게 된 배경과 발명의 효과를 기술한 문구가 문서적 성격에 맞게 기록된 반면, 고안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민망함과 절실함 같은 사심이 묻어나는 문구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들의 주관적인 경험은 대부분 오늘날 우리가 동시대 상황에 부합되어 읽는 자로서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하지만, 인과관계의 요소들을 해명하는데 그치는 문서적 성격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발명은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부분들을 건드려 생활을 개선하고 노동력을 줄이며 시각적인 조형미를 높이는 명목에 부합하여 자격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심사에 거절되어 실현되지 못한 기획으로 남기도 한다. 이들의 문서는 텍스트의 서술과 동시에 사물의 꺽임선, 재단선, 접착부의 각도와 꼭지점, 모서리, 전면부 등 형태와 구조를 더욱 견고하고 구체적인 도면의 이미지로 명시하기도 한다. 도면 이미지들은 텍스트와 동떨어진 느낌도 들어 보다 독립적인 개체로 작동하는데, 이들의 목록은 흰 종이라는 공간 안에서 끝없이 부유하면서 나열하고, 재배치되고 수집된다. 이로써, 도면에 존재하는 각각의 지시체(referent)들은 어떤 관계로 서로 연결되고 전체를 이루는지에 대해 관계의 해명을 이루고 있으며 고안자의 조감적 시선 아래 조각적으로 관철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 «옆에서 본 모양: 참조의 기술(Shape, From the Side Reading Documents)»에서 조혜진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되어 출원된 사물의 쓸모와 사회적 필요나 경제적 기여까지 반영하여 고안된 작은 발명들에 대한 실용신안문서의 도면을 참조하여 대상을 조각적인 태도와 형식으로 접근한다. 이번 조각들은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두 개의 키워드 ‘모양’과 ‘참조’가 전시를 구성한다. 작가는 발명품 중에 출원된 문서와 반려된 문서들을 선별하여, 등록된 사물 중 형태의 측면에서 조각적인 데이터로 우위를 점하는 요소와 배경 기술이 흥미롭고 주관적으로 드러나는 고안자의 태도에 집중한다. 제작된 사물이 아닌 제작 이전의 사물을 기록한 문서 읽기는, 미셸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일상 생활에서 “생산-소비 축의 기저에 숨어 있는 움직임들을 관찰”하는 것에 해당되는 “은밀하고 고요한 생산”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손기술의 구현까지 다다르지 못한 단계에서 대상의 기술적인 요소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박제한 고안자의 시선에 애정을 두고 긍정하는 작가의 태도와 유사하다.

조혜진의 문서 읽기는 사물을 빗겨서 관찰하고 기울어진 방식으로 소비, 재생산, 제작의 단계까지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축적된 참조의 기술을 발휘해 왔다. 그는 예술가인 자신과는 또 다른 형태의 창조적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 고안자의 시선을 통해 제작의 단계를 뛰어 넘어 자신이 이야기할 수 있는 ‘조각하기’의 태도로 접근한다. 참조된 시선은, 작가인 자신이 문서를 열람하는 익명의 관람자이자 또 다른 주체의 공동 저자이자 고안자가 되어 사회적, 경제적 현상을 기록하는 것 너머에 도상적 재료로 활용하고, 사물과 조각 그 경계에 있는 교환가치의 역할로 작동한다. 그가 문서의 비물질적 데이터들을 종이를 사용하여 접고, 오리고, 이어 붙이는 섬세한 방식으로 가벼운 조각을 풀어온 반면에 주조하고, 깎아내고, 직조하는 전통적인 조각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덩어리와 표면에 집중한다. 허나, 오늘날 매체를 극대화하기 위해 묵직하고 자극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조각적인 시도를 해 왔던 여느 작업들과 다르게, 그는 문서에서 튀어나온 건조한 사물의 파편들을 중의적으로 보여주고자 별도의 가공과 채색을 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특성이 드러나는 조각을 만들기시작한다.도면안에서실제크기로측정된사물은몇배로팽창된 흰 조각들로 환원되어 문서 밖의 카테고리로 규정되면서 조각의 범주를 향해 사물들을 서로 접목시켜 나간다.

크게여섯가지항목의문서를추려선택한도면중여섯개의‹손으로 그린 정육면체›(2019) 연작은, 완벽해 보이는 문서 안 여러 고안자들이 그린 입방체에서 드러난 소묘적 오류들을 찾아 점토로 직조한 조각들이다. 소묘 혹은 조소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입방체 그리기, 직조하기를 통해 훈련되는 정확성과 다르게, ‘양조절이 쉬운 큐브 모양 스프’, ‘변형기능을 갖는 학용품 세트’ 등 다양한 용도로 고안된 문서에 큐브들은 때로는 투시도가 맞지 않은 형태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이 모순적이다. 조혜진은 자신이 경험했던 조각의 가장 기초적인 입방체 직조와 다르게, 고안자가 그린 각기 다른 형태의 입방체들을 다양한 질감 표현을 통해 그 오류를 노출시킨다. 이렇게 그는 문서에서 가장 찾기 쉬운 형태의 오류의 태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각을 다시 탐구해 나간다. 이어서, 반려된 문서에 해당되는 도면을 작가가 현실화한 ‹조립식 벽›(2019), ‹모서리를 위한 구조›(2019), ‹인조 넝쿨식물 방음벽›(2019)은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단순한 설계 변경에 불과하거나 인용 발명에 그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허가에 실패한 조각들이다. 문서를 보면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거나 환경 미화를 위한 목적으로 장황하게 설명되었으나, 실제로 문서를 독해하는데 되려 어렵거나 불편함이 발생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러한 모순점을 안고 있는 실용신안문서들이 많다는 점에 집중한 그는 전시 공간에서 피할 수 없는 구조들, 가령 굵은 콘크리트 덩어리의 정사각형의 기둥과 벽을 이용하여 장소에 들어맞는—마치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처럼—조각을 조립해 나간다.

‹인조 넝쿨식물 방음벽›은 말랑말랑한 스펀지 소재로 떠낸 유일한 부조로 조각의 한 갈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평면과 입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로 떠낸 넝쿨잎은 도로변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철망 펜스에 부착하는 용도로 고안되었다. 문서에서 가장 회화적으로 드러나고 복잡한 구조로 연출되는 요소들인 줄기부, 열매부, 잎부, 꽃부는 간단히 조립하고 구성되게 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그가 2017년 인조 이파리 “도시루”를 통해 조화 제작 기술의 발달을 매핑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방음을 위해 거창하게 짜여진 부속들은 문서에서 명시된 방음이 되는 기능과 도면에서 드러나는 회화적인 인상에 기인한 작가의 손기술을 통해 섬세하고 이국적인 조각의 표면을 공유하게 된다. 불투명한 이 부조는 방음이라는 기능에 반응하여 흡음력이 있을 것 같은 말랑한 스펀지 재질을 고정하기 위해 가장자리에 틀을 덧댄다. 이처럼, 액자 혹은 좌대 등 하나의 지지체로 제시되는 사물에 의존한 오브제 조각은 각자의 역할을 모호하게 드러낸다.

인조 대리석으로 떠낸 ‹미끄러지는 알›(2019) 파트 A, B는, 젓가락으로 메추리알을 짚는데 거듭 실패하는 불편한 식사 문화에 용이함과 위생, 더불어 메추리알 소비 촉진에 도움을 준다는 경제적인 기여가 반영된 용기를 떠낸 조각이다. 아래는 오목하게 함몰되어 있고 가운데가 돌출된 형태의 가로, 세로 1미터에 가까운 추상적인 조각은, 기능적인 요소를 제거하지 않은 형태의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끄러지는 알›은 다른 조각들과 달리 사물의 쓰임새가 가장 명료하면서도 조각적인 인상이 짙어 사물과 조각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인지 조혜진은 이 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브제를 조각의 둘레에 딱 맞는 55센치 높이의 흰 좌대 위에 올려 둠으로써 전시 방식에 의해 조각을 규정하는 장치를 부각시킨다. 또한, 이 조각 오브제는 사물의 둥글고 매끈한 면을 조각으로 옮겨오면서 공간 전체를 그리드로 상정했을 때, 그는 꼭지점에 해당되는 한쪽 귀퉁이의 모서리 전체를 오목한 표면의 조각으로 덧대어 기능적 가치에서 파생된 사물을 조각적 형태로 뒤집는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지금껏 문서 안에서 관계를 찾으려 했던 것과 다르게, 참조했던 방식을 뒤집고 문서에서 사물이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결고리를 독해하는 법을 제시한다.

반면에, ‘메추리알 장조림 전용 반찬 그릇’의 다른 버전을 2미터, 높이 60센치에 가까운 예각의 조각 케익 형태가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인조 대리석 조각이 있다. 직조하고 떠서 표면만 남긴 사물의 부분은 형태만 봐서는 어떤 사물에 해당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속이 빈 껍데기만 남겨진 덩어리의 상부 표면은 곱게 다듬어져 매끄러운 기성품 일부를 단편적으로 제시하고, 측면은 일차적으로 직조했던 흙의 물성이 거칠게 들어나 흐르는 듯한 질감을 표현한다. 이 하얀 물성의 조각은 사물이 갖고 있는 개성이 완벽하게 누락되거나, 반대로 가장 뚜렷한 부분만 채집된 매우 인조적이고 중의적인 사물과 조각으로 온전히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모양과 그 윤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잘 다듬어진 덩어리는, 조혜진이 ‹오늘의 조각›(2017)에서 “새로운 사물을 위한 기획, 실행단계에서 현실적인 조건에 맞추어 버려서 점점 축소되는 디자인”을 언급하면서 관계 지향적으로 풀어나갔던 것을 단일한 조각의 언어로 독해한 결과물이다. 그는 문서에 명시된 문장을 독해하면서 “머릿속에 어떤 상을 계속 떠올리는 이 순간이 굉장히 조각적”이라는 믿음을 그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조각적인 순간의 태도로 가져온다.

우리는 대개 조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을 대상이 갖고 있는 공간과 시간성을 두고 이야기한다. 이 요소들이 소거된 문서는 그것을 읽고 풀어나가는 사람의 몫에 의해 되살아난다.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문서에 안착된 시각적 잉여들은 고유의 목적을 지닌 이미지와 보조하기 위해 덧댄 부수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출원된 문서들은 쓰임새에 미치지 못하고 허공에 표류해 버리기도 하는데, 조혜진은 숱한 데이터들을 참조하여 나름의 원칙에 따라 편집하고 재배열하여 현실로 동조화(synchronization)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문서에 있는 실체들을 위태로운 재료들을 사용하여 섬세하고 건조하게 하나의 풍경으로제시해왔다.그러나지금그가하고자하는것은무언가 부정확하고 투박하며 덜 만들어진 것을 통해 사물과 조각에 대한 관계의 여지를 남기려 한다. 어느 때보다 도면의 원형에 무게를 둔 조각들은 기본에 충실한 형태와 재료들인만큼 문서 상에서의 사물 혹은 실재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참조된 대상들이지만 느슨하게 여유로움을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드러낸다. 지금의 조각들은 더이상 고안자의 시선도 수용자의 시선도 아니다. 수십 차례 복사가 반복되면 흑과 백만 남게 되는 것처럼, 조혜진의 조각은 용도와 목적을 지워낸 흰색의 확장 가능한 독립적인 단위들이며, 공간을 매개하여 다시 분류되고 조직하는 순수한 조각의 몸짓들이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9ClbU2Q-itpH1Z3D9qORxoMGKkNQRTQXznj6sUt2f3U/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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