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8 - 12. 13
문화역서울284
참여작가: 권민호, 김학량, 박길종, 송호준, 신경섭, 신도시, 이응노, 일광전구, 전지인, 정성윤, 정재호, 티에리 소바주(Thierry Sauvage), IVAAIU CITY
공동기획: 이영준
참여기획: 현시원
전기란 무엇인가. 전력(電力)이니 발전(發電)이니 하는 것들은 사람이 만들어낸 말들이지만 전기는 우주적인 현상이다. 생물체의 미세한 신경세포에서부터 거대한 별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전기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에너지이다. 인간은 그 에너지 중 일부를 전력설비를 통해 빌려다 쓰면서 우주의 에너지 순환에 동참한다. 전기를 만드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일정한 품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의 메커니즘에서부터 국가정책, 나아가 한국과 미국의 국제적 관계에 이르는 매우 복잡한 아상블라주를 이루고 있다.
<전기우주>라는 제목은 우주 전체에 가득 차 있는 전기 에너지의 흐름에 인간이 동참한다는 뜻도 있고, 오늘날의 세상에 전기 에너지가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기가 중요하다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전기우주>라는 제목은 우주 전체에 가득 차 있는 전기 에너지의 흐름에 인간이 동참한다는 뜻도 있고, 오늘날의 세상에 전기 에너지가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기가 중요하다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전기우주>에서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근대 사회의 눈부신 발전의 토대가 된 근대산업의 산물인 전기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기에 대한 추상적인 원리와 구 당인리 발전소 설비들의 매커니즘, 재질 등 기계미학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전격 소개하는 이곳은 한편의 강력발전소로서, 예술과 일상의 호기심, 전기를 둘러싼 한국 근현대의 다종다기한 시각적 아카이브 및 사물을 만날 수 있는 거대한 파장의 장소가 될 것이다.
<전기우주>는 국내 예술 기관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기를 모티브로 한 전시다. 전시는 전기와 전기산업의 역사, 전기의 생산과 전기 발전의 의미, 발전소와 발전 설비의 원리 및 기계문명, 메커니즘이 가진 미적(아름다움) 가치를 동시대의 작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도면·사진· 발전설비), 그래픽디자인 등을 통해 재구성한다. 구 당인리 발전소는 <전기우주> 전시의 참여 예술가들에게 구체적인 영감을 주었다. 동시에 <전기우주>는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사물인 구 당인리 발전소 증거물 일부를 문화역서울 284에 옮겨온다.
구 당인리 발전소는 2019년 활동을 멈췄지만 그곳의 발전 설비들은 현재 그대로 존재한다. <전기우주>는 전기를 만든 국내 주요 공간이었던 구 당인리 발전소를 입체적으로 옮겨오는 과감한 모험을 시도한다. 불과 빛, 강력한 힘을 모티브로 한 전기 생산의 과정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기술이자 힘이며, 한국 근현대문화의 살아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구 당인리 발전소에서 가져온 설비, 안내문, 도면, 사진 등은 전기가 생산되는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산업유산이다. 오래 된 문화유산은 기록이 없으면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구 당인리 발전소의 설비들은 매뉴얼과 설계도면이 남아 있고 그것을 가동하던 직원들이 여전히 있어서 그것들의 의미를 알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 대신, 발전설비의 메커니즘이 워낙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일반인들이 전기를 사용한다는 사실과 그 전기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는 사실 사이에는 엄청나게 깊은 이해불가능성의 심연이 가로 놓여 있다. 이 둘을 연결하기 위하여 <전기우주> 전시는 발전설비들에 얽힌 기계적 메커니즘을 내러티브의 형태로 풀어서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기계에는 발명에서부터 설계, 제작, 작동에 이르는 복잡하고 풍부한 내러티브가 있다. <전기우주>는 그 내러티브를 실물, 도면, 설명의 형태로 풀어낸다. 아울러서, 발전소의 메커니즘을 왜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지, 그것을 알면 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지는지, 우리의 일상에서 전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이 전시에서 다루게 된다.
한편 <전기우주>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구 당인리 발전소를 직접 탐방하며 오랜 시간 신작을 준비한 참여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이들은 한국 근현대기 전기를 만들던 발전소/공장의 시공간으로 뛰어들어가 발전 설비 전체를 거대한 사진으로 아카이브하기도 하며(티에리 소바주), 장엄한 기계 풍경을 조선후기 문인이 그린 <강산무진>을 참조하여 가로로 긴 화면으로 변환시키기도 한다.(김학량) 물을 끓여 증기를 내고 쇠붙이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작동 원리를 모티브로 한 작업이나(권민호) 발전소의 소리에 집중하거나 느리고 빠른 움직임 자체를 선보이는 작품들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전지인, 정성윤) 참여 예술가들이 모처럼 생각해낸 ‘전기’라는 것은 점선면의 시각성, 그리고 움직임과 힘의 파장을 모처럼 드러낸다는 점에서 2019년 기계미학과 전기, 개인의 고유한 어법인 예술이 만나는 점프의 양상들을 보여준다.
『전기우주(Electric Universe)』, 2019 도록
발행: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
디자인: 임하영
발행: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
디자인: 임하영
http://workroom.kr/works/electric-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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