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와 가상현실의 메시지…성곡미술관 개관10주년 ‘쿨&웜’展 6월5일까지

다가서면 피하는 쓰레기 로봇, 앉고 싶지만 앉을 수 없는 살찐 소파, 사진속의 숨은 그림찾기,앵커의 이상한 뉴스보도, 나프탈린 냄새가 가득한 블록,보이지않는 거울,저절로 반동하는 농구공 ….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이 개관 10주년으로 개최하는 ‘쿨 앤드 웜(Cool & Warm)’ 전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감성과 이성을 주제로 마련한 한국현대미술의 현장이다.

미술에서 감성은 작가의 강력한 욕구와 창조성이며,이성은 감성을 실현할 수 있는 지적능력과 테크닉을 의미한다. 감성과 이성은 곧 자기표현의 한 방법으로,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결과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이성과 감성은 미술에서 절대적 상호관계를 지켜왔고 작품들은 언제나 이성과 감성의 그 사이에서 우위를 반복하며 미술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이는 또 우리사회의 일면과 정서를 반영하면서,미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출품 작가는 김범, 김수자, 김영진, 김호득,노상균, 문범, 심재현, 안규철, 오인환, 우순욱, 윤영석, 이기종, 이인현, 조덕현, 홍명섭, 홍승혜, 황규태, 황인기 등 19명이다..
이들은 6월5일까지 본관과 별관에서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종이박스와 화분에 센스를 부착한 안규철의 ‘쓰레기 로봇’은 사람이 다가서면 갑자기 움직이면서 관람객을 놀라게 한다. 이는 장애물 앞에서 방향을 바꾸면서 ‘인간의 목적없는 서성거림’을 보여준다.

검은 방안에 기형적인 살찐 소파를 거울 앞에 배치한 윤석남의 ‘살찐 소파의 기억’은 뚱뚱한 사람이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움츠려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2x2m 크기의 스테인 원판에 푸른색 시킨(반짝이)을 붙인 노상균의 ‘One End’는 마치 푸른 바다속에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텍스트를 가득 채운 나프탈린블록을 쌓아 둔 오인환의 ‘True Story’는 시간이 흐르수록 나프탈린은 증발되고 텍스트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이는 텍스트가 놓여진 상황과 시간적 요소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황규태는 화사한 벚꽃을 촬영한 대형사진에 300여마리의 곤충과 꽃무늬 팬티 등의 이미지들을 화면곳곳에 합성배치함으로써 마치 숨은 그림찾기 게임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기봉의 반투명 이미지는 익명의 공간에 놓인 식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뿌옇게 아크릴로 처리함으로써 실재의 재현보다는 복제된 이미지들의 환영을 보여 준다.TV뉴스 앵커가 보도한 내용을 말이 끊어지듯 이어지듯 재편집한 김범의 작업은 내용의 겹쳐짐과 반복을 통해, 뉴스의 허구성을 꼬집어며 전달되는 뉴스는 결국 현실의 껍데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쿨 앤드 웜(Cool & Warm)’전은 이성과 감성이라는 코드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한국현대미술의 현장과 실재와 가상현실이 뒤엉켜 있는 포스트모던시대 한국미술의 성과를 보여 준다.

‘열린미술관’을 지향해 온 성곡미술관은 지난 1995년 쌍용그룹 창시자 성곡 김성곤 회장의 자택이었던 자리에 건립한 미술관. 한국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젊은 작가 지원및 발굴에도 힘써 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2005.05.03 장재진기자
https://www.fnnews.com/news/200505031302512309

김범_무제(뉴스)_단채널 영상, DVD, 테이블, 모니터, 부속품_107×122×80cm_2002
https://www.mmca.go.kr/collections/collectionsDetailPage.do?wrkinfoSeqno=5987&artist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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