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에서 13년 만에 선보이는,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 "당신이 보는 것이 보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
- 미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관점
- 김범의 최대 규모 서베이 전시

바위가 되는 법, 2023. 전시 전경. 제공 리움미술관. ⓒ김범. (촬영=이의록, 최요한)
바위가 되는 법, 2023. 전시 전경. 제공 리움미술관. ⓒ김범. (촬영=이의록, 최요한)

 리움미술관은 한국 동시대미술 작가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을 7월 27일 부터 12월 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동시대미술에 큰 영향을 준 김범의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이자 국내에서 13년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초기 회화부터 해외 소장품 등 그동안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총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질러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표 연작 '교육된 사물들', '친숙한 고통', '청사진과 조감도' 및 최근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통해 '보이는 것'과 '실체' 간의 간극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인지적 간격에 대한 탐구를 담은 초기작에서 주로 미술의 전통 매체인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소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보이는 장면의 <무제>나 생각하지 못한 시각으로 옮겨져 바라본 신체를 담아내고 있는 <서있는 여인>에서 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What you see is not what you see)"라는 통찰을 수행해낸다. 

 캔버스에 미로 퍼즐을 그린 '친숙한 고통' 연작은 미로 이미지를 통해 일상 속 크고 작은 난관을 은유하는 한편, 실제로 관객 앞에 등장한 일종의 문제가 되어 그것을 해결하려는 본능을 자극한다.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2010. ⓒ김범. (사진=이미희 기자)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2010. ⓒ김범. (사진=이미희 기자)

 또한 생명이 없는 사물을 마치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물활론적 사고방식은 김범의 작품세계에 중요한 테마이다. 망치라는 공구가 지닌 생산적 기능성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시킨 <임신한 망치>는 허를 찌르는 해학을 발휘한다. 돌에게 새라고 가르치는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모형 배에게 지구가 육지로만 되어있다고 가르치는 <바다가 없다고 배운 배> 등의 '교육된 사물들' 연작은 교육과정의 맹점과 교육된 현실의 '부조리'를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 교육된 사회 속 우리의 일부는 어떤 모습인지 뒤돌아 보게 한다.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2010. ⓒ김범. (사진=이미희 기자)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2010. ⓒ김범. (사진=이미희 기자)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바위가 되는 법>은 김범의 아티스트 북 『변신술』에 수록된 글의 제목이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자기 변화와 가변적인 인간의 모습을 주제 삼아 독자에게 다양한 생물이나 사물이 되는 법을 지시한다. 

 수업을 듣는 사물과 바위가 되려는 인간, 해결해야할 미로가 등장하는 부조리극은 매일 같이 속도전을 치르는 우리에게 김범이 예술로써 내놓은 잠재적인 응답이다. 이러한 모순과 해학은 흥미로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습과 체제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그 밖에 다양한 매체와 주제를 가로지르는 김범의 작품세계는 예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그 실체의 간그게 대한 끊임없는 탐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의미심장한 이미지는 자기성찰의 장을 열어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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