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취향의 지리학 : 빨리빨리 패스트 포워드 : 한국으로부터의 사진 메세지展 Fast Forward: Photographic Message from Korea

참여작가: 구성수_김상길_김아타_김한용_박경택_박진영_백승우_

오형근_이윤진_정연두_황규태

기획_이영준_셀리나 런즈포드 / 보조기획_한금현

주관_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KOGAF)포토그라피 포럼 인터내셔널_프랑크푸르트市 꼬뮤날레 갤러리

 2005_1008 ▶ 2005_1127

Fotografie Forum international, Frankfurt am Mainwww.ffi-frankfurt.de
『Portrait』을 주제로 한 워크숍_강사_정연두2005_1008 ▶ 2005_1009_10:00am~06:00pm

시각적 취향의 지리학 : 『빨리빨리: 한국으로부터의 사진 메시지(Fast Forward: Photographic Message from Korea)』 

20세기말부터 한국의 예술사진은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사진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외국에 어렴풋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이화와 동화』라는 다분히 서구중심적인 제목의 전시를 통해 한국의 사진가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알려진 작가들이 이제는 한국에서는 중견작가들이 되었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전시는 그와는 좀 다른 세대, 다른 지형, 다른 감각의 사진들을 보여주려 한다. 이제 세월이 흘렀고, 해외에서의 한국사진전시도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 전에, 무엇을 보는 가를 먼저 묻자.

구성수_마술적 리얼리티 7
김상길_off-line/ alaskan malamute internet community_컬러인화_180×220cm_2005

한국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미지를 보며 살고 있는가? 일반인들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정신 못 차리며 시대의 대세에 떠밀려 가고 있지만, 작가와 비평가는 달라야 한다. 그들은 시각문화의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여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해가야 한다. 그들은 적어도 시대의 흐름 속에 무반성적으로 떠밀려 가서는 안 된다. 때로는 시대의 결을 거슬러 가기도 해야 하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다. 작가는 때로는 시대의 윤리를 거스를 수도 있고, 시대의 감각을 거스를 수도 있다. 『빨리빨리: 한국으로부터의 사진 메시지(Fast Forward: Photographic Message from Korea)』는 프랑크푸르트라는 엉뚱한 곳에서 한국의 사진가들이 시대의 감각적 흐름을 읽고 자기 나름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모아 놓은 전시이다. 대중문화 속에서의 시각문화의 변화에 비하면 예술사진은 훨씬 느리게 변하는 편이고, 동시대 미술의 변화와 비교해 보아도 예술사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반성과 혁신이 좀 근본적이지 못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김아타
김한용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의 예술사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사진을 시작한 작가들과 1980년대에 사진을 시작한 작가들 사이에는 확실히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들은 풍경을 다르게 보고, 색채를 다르게 보고, 인간을 다르게 본다. 좀 심하게 말하면, 그 차이가 예술과 비예술을 가른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이 전시는 그런 차이를 면밀하게 들여다 보는 현미경적인 태도로 기획되었고, 관객들에게도 그런 현미경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그런 태도로 보지 않으면 그저 요란한 광고판을 찍은 것, 물건 대강 늘어 놓고 찍은 것 정도로 밖에 안 보일 것이다. 특히 사진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반인의 통념 때문에,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은근히 시끄러운 디테일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는 작은 데서 오는 법. 사진가들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그들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과 시각의 원리를 본다. 그들의 눈에는 도시의 변화가 보인다. 앞 세대의 사진가들 눈에는 도시의 빛과 그림자, 삶과 애환 같은 것만 보였는데, 새로운 세대는 구조로서의 도시가 보인다. 이것은 큰 변화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눈을 가진 사진가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구성수, 박진영, 김상길, 백승우, 박경택을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박경택
박진영

반면,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스승의 스승 세대의 사진가도 참여하고 있다. 50년대부터 부지런히 광고사진을 한 김한용이 그런 경우이다. 그는 수도 없이 많은 기업, 수도 없이 많은 모델의 광고사진들을 찍었는데, 그의 사진 콜렉숀은 곧 한국의 자본주의 이미지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이 비교적 젊은 층에만 국한되어 있어, 김한용의 사진은 그들은 보여줄 수 없는 한국 사진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고 있다. 황규태도 이 작가들 중에는 상당히 윗세대에 속하지만 그는 역사적 단면 대신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써서 디지털의 감각을 보여주는 신묘한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한 없이 장난스러운 그의 태도는 우리들 감각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를 쉽게 털어버리고 우리들을 날아갈 수 있게 해준다.

백승우
오형근_유영아,17세

그렇다면 21세기 초에 한국에서 사진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전시는 속도의 문제를 통해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카메라가 날로 작아지고, 사진 찍기가 날로 쉬워지는 요즘 이 작가들은 다루기 힘든 대형 카메라를 주로 쓰고 있다. 그들은 사진을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찰과 관찰의 통로로 쓰고 있다. 대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소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을 담고 있다. 디테일들은 사진에 강한 현존성을 부여하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작용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있었다더라는 단순한 사실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만일 사진이 증거라면 이들의 사진은 렌즈 앞에 있는 피사체의 현존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 그런 특수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의 증거일 것이다. 오형근의 인물사진, 김아타의 휴전선 풍경, 이윤진의 실내 풍경이 그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카메라 앞에 놓인 물체의 현존성 만큼 사진에서 힘이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정말로 힘이 있는 것은 그 물체의 현존성을 꿰뚫는 사진가의 시선이다.

정연두
황규태

사진촬영금지구역인 휴전선 풍경을 대형 카메라로 찍은 김아타의 사진에서는 그런 시선이 돋보이는 것이다. 여고생의 초상을 똑바로 들여다 보고 있는 오형근의 시선은 마치 건축물을 다루듯이 인물의 우뚝 선 자세, 몸가짐, 옷의 작은 디테일들이 가지는 현존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실은 길거리의 건물들이 행인들에게 자신의 현존성을 내세우면서 위압감 있게 다가가듯이, 자신의 현존성을 내세우는 인물들의 건축적 특성을 잘 포착하고 있는 것이 그의 사진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진은 다른 사진가들이 찍은 초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형근은 인간을 건축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윤진도 마찬가지인데, 그녀의 스케일을 실내의 정물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는 정물을 꿰뚫는 자신 만의 시선으로, 한정된 스케일을 확장된 공간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그녀에게는 사물들이 놓여 있는 그 앉음새 자체가 건축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정물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모습을 구조로 봤다는 점에서 그녀의 사진은 앞서 언급한 사진가들과 통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여기 열거한 사진가들 중에서 예외적인 위치를 가진 사람이 정연두이다. 본래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차례의 국제비엔날레에 참가하여 미술의 경험이 풍부한 그는 사진과 미술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는 흔치 않은 작가이다. 흔히 사진을 이용하는 작가들이 사진이라는 재료의 운명을 꿰뚫고 지나가기 보다는 그저 가벼운 수단 정도로 쓰는데 반해서, 정연두는 스스로 사진가의 진지함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그가 지향하는 것은 사진적 리얼리티를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에서는 미술과 사진이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이 모든 작업들을 보고 나면 좀 정신이 없을 것이다. 우선, 예술사진 하면 떠오르는 뽀시시한 안개 핀 장면들은 하나도 없다. 그런 것들이 예술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 시대는 예술로 하여금 과학보다도 더 냉정한 관찰자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소재들이 너무 다양하다. 인물사진에서부터 산업시설까지 한 전시에 넣는다는 것은 백화점식으로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감각의 지형도를 보여주려면 소재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끼어들을 수 밖에 없다. 2005년의 혼란스럽고 요란한 감각의 지형도를 보았다면 그걸로 이 전시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 이영준

https://neolook.com/archives/20051015b

http://www.iphos.co.kr/webzine/news/news_read.asp?lrg_no=0&ins_no=683&menu=14

https://aaa.org.hk/en/collections/search/library/fast-forward-photographic-message-from-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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