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10주년 한국현대미술 ''Cool & Warm''전
사람들은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밀로의 ‘비너스’를 극찬하면서 으레 작가의 감성(영감과 직감)을 통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이 수많은 이성적 시행착오 끝에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비례를 알아냈고, 그 결과 밀로의 8등신 비너스가 탄생될 수 있었다. 결국 미술은 작가 정신적 욕망인 감성의 욕구를 이성의 조화로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강렬한 욕구와 창조성을 감성이라 한다면, 이성은 감성을 실현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테크닉을 의미한다. 이성과 감성은 미술에서 절대적 상호관계를 지켜왔고 작품들은 언제나 이성과 감성의 사이를 그네 타며 미술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성곡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쿨 앤드 웜(Cool & Warm)’전은 한국 현대미술 속의 이성과 감성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어느 작품이 이성적이고 감성적인지 가려내기보다 이성과 감성의 교직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한층 깊게 보여주는 19명의 작가들이 초대됐다.
성곡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쿨 앤드 웜(Cool & Warm)’전은 한국 현대미술 속의 이성과 감성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어느 작품이 이성적이고 감성적인지 가려내기보다 이성과 감성의 교직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한층 깊게 보여주는 19명의 작가들이 초대됐다.
김범은 임신한 망치, 라디오 주전자 등 실재하지 않는 존재의 작품을 통해 일상에 대한 기존 관념을 벗어던지고 현실을 새롭게 보도록 유도한다. 사물에 대한 놀라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예기치 못한 해학적 상상력을 만들어낸 후 형상과 텍스트 사이의 관계를 진지하게 되묻는다. 작품 ‘무제(뉴스)’는 뉴스 편집을 통해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뉴스가 사실은 복제되고 편집된 얇은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현실의 껍질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버려진 쓰레기들로 로봇을 만들어 센서를 부착한 안규철의 ‘쓰레기 로봇’은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방향을 바꾸어 움직인다. 목적 없이 떠밀려 사는 인간군상들의 끝없는 서성거림을 보여준다. 노상균의 ‘One End’는 둥근 알루미늄 판에 푸른색 시퀸(일명 반짝이)을 촘촘하게 붙여 깊은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기법으로 사실적인 사진들을 오히려 비사실적이고 낯선 것으로 보여주는 황규태는 화사한 벚꽃을 촬영한 사진에 곤충과 꽃무늬 팬티 등의 이미지들을 합성함으로써 숨은 그림 찾기의 즐거움을 유도한다. 이기봉은 익명의 공간에 놓인 식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뿌옇게 아크릴로 처리함으로써 실재의 재현보다는 복제된 이미지들의 환영을 보여준다.
버려진 쓰레기들로 로봇을 만들어 센서를 부착한 안규철의 ‘쓰레기 로봇’은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방향을 바꾸어 움직인다. 목적 없이 떠밀려 사는 인간군상들의 끝없는 서성거림을 보여준다. 노상균의 ‘One End’는 둥근 알루미늄 판에 푸른색 시퀸(일명 반짝이)을 촘촘하게 붙여 깊은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기법으로 사실적인 사진들을 오히려 비사실적이고 낯선 것으로 보여주는 황규태는 화사한 벚꽃을 촬영한 사진에 곤충과 꽃무늬 팬티 등의 이미지들을 합성함으로써 숨은 그림 찾기의 즐거움을 유도한다. 이기봉은 익명의 공간에 놓인 식물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뿌옇게 아크릴로 처리함으로써 실재의 재현보다는 복제된 이미지들의 환영을 보여준다.
문범의 사진은 강렬한 사실성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예민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압정, 비린내가 훅 풍겨나올 듯한 생선 등 스트레이트로 찍은 이미지들이 강렬한 원색이나 검은색 평면 위에 고립되고 확대돼 놓여 있다. 게다가 압정이 발레리나가 되고, 생선은 무정부주의자가 되는 제목들의 장난기는 포스트모던 시대 미술의 한 단면을 엿 볼 수 있게 한다.
일상에서 버려진 목재나 나무로 된 가구들로 집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 어머니’의 애환을 담아온 윤석남은 ‘살찐 소파의 기억’을 선보인다. 기형적인 살찐 소파를 거울 앞에 배치한 이 작품은 뚱뚱한 사람이 세상에 등을 돌린 채 움츠려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각종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적 맥락에서 누락된 부분을 재검토하거나 상상으로 잇는 작업을 해온 조덕현은 이번 전시에서도 설치 형태를 바꿔 발굴 프로젝트 일부분을 보여준다. 전통적 묵법으로 대상을 점차 추상화해 한국적인 정신을 보여주는 김호득은 누런 포장 종이 위의 목탄 드로잉 작품을 출품했다. 긴장감과 절제에 대한 작가의 감성을 자유롭게 드로잉했다.
이 밖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는 홍승혜 황인기 김수자 김영진 심재현 오인환 윤영석 홍명섭 이인현 우순옥 등의 출품작들도 만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술은 작가와 작가, 장르와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기호들의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미술의 현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이번 전시로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세계일보 2005-05-03 편완식 기자
각종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적 맥락에서 누락된 부분을 재검토하거나 상상으로 잇는 작업을 해온 조덕현은 이번 전시에서도 설치 형태를 바꿔 발굴 프로젝트 일부분을 보여준다. 전통적 묵법으로 대상을 점차 추상화해 한국적인 정신을 보여주는 김호득은 누런 포장 종이 위의 목탄 드로잉 작품을 출품했다. 긴장감과 절제에 대한 작가의 감성을 자유롭게 드로잉했다.
이 밖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는 홍승혜 황인기 김수자 김영진 심재현 오인환 윤영석 홍명섭 이인현 우순옥 등의 출품작들도 만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술은 작가와 작가, 장르와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기호들의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미술의 현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이번 전시로 확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세계일보 2005-05-03 편완식 기자
https://m.segye.com/view/200505020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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