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뒤돌아 보기

개관 10주년 성곡미술관 ‘쿨&웜’

현대미술은 끊임없는 도전과 모색으로 영역이 다양화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와 관념을 띤 많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추이는 발전과 혼란을 거듭해 온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우리가 접하는 현대미술은 공통된 경향의 그림일지라도 작가마다의 개성과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더욱 세분화되어 나뉘어지고 있다. 서울 신문로의 성곡미술관은 지난 95년 개관이후 꾸준히 한국현대미술과 젊은 작가 지원 및 발굴에 주력해 온 미술관이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아 성곡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을 돌아보는 ‘쿨 & 웜(Cool & Warm)’ 전을 미술관 전관에서 29일부터 개막한다. ‘Cool & Warm’은 미술 속에 담겨진 두 가지 표정을 ‘이성’과 ‘감성’의 얼굴로 들여다보는 전시다. 개성 있는 작품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김범, 윤석남, 이기봉, 문범 등 19명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임신한 망치, 라디오 주전자 등 실재하지 않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김범은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뉴스는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TV에서 뉴스 앵커가 보도하는 것을 편집하여 내용 하나하나가 끝을 맺지 않고 다음 내용과 겹쳐져 반복되어 뉴스의 허구성을 꼬집는다. 문범의 사진은 그 사실성으로 인해 깊은 의미의 세계로 우리의 시선을 인도한다. 그러나 서슬 퍼런 톱니,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압핀, 비린내가 날 듯한 생선 등 스트레이트로 찍은 이미지들은 강렬한 원색이나 검은색의 평면 위에 고립되고 확대되어 놓임으로써 곧 그런 시선을 차단된다. 게다가 톱니가 중재자가 되고, 압핀이 발레리나가 되고, 생선은 무정부주의자가 되는 제목들은 작가 특유의 장난기를 느낄 수 있다. 일상에서 버려진 물건이지만 친근감이 묻어있는 목재나 나무로 된 가구들로 집안의 한정된 공간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 어머니’의 애환을 담아온 윤석남은 ‘살찐 소파’의 기억을 보여준다. 한 방을 다 차지할 정도의 기형적인 살찐 소파가 등장한다. 이밖에도 노상균, 이인현, 조덕현, 홍명섭, 안규철, 김호득, 심재현 등의 작품 세계를 접 할수 있다. 이번 전시는 각각의 장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존의 미시적인 포스터 모더니즘 분석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이 교묘하게 섞여 그 우의를 구분하기 모호해진 무경계를 통해, 서로 다르고 이질적이면서도 공유하는 작가들의 여러 흔적과 개성들을 만날 수 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HMGHL8DCD
서울경제 200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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