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네트워크 저 | 홍디자인 | 2008년 01월 20일
176쪽 | 188*254*20mm
'DT 네트워크'는 디자인 연구자들이 중심이 됐던 '디자인텍스트 동인'에서 출발한 느슨한 연대 조직이다. 이 책의 참여자들은 '메소드'에 관련한 하나의 층위를 가진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메소드'는 '이성적인 과정', '분류의 체계', '지식의 추구', '조사의 방식' , '특정한 실용적 예술에 적합한 과정과 법칙의 집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이다. 이 책에서 '메소드'는 단지 주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형식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차원에서 같은 주제와 형식을 다르게 반복하거나 변주함으로써 자신만의 특정 문제 항을 만들었다.
목차
본문
김형재.홍은주 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
구동희 부재하는 변명을 만드는 방법
윤원화 오늘의 책, 책의 오늘: (아직도 혹은 이제야) 책을 말하는 방법들
박미나 검정 펜 DB
구동희 없어진 기억을 찾는 또 다른 방법
이영준 도둑의 방법
잭슨 홍 아이디어 발상법 (혹은 얼토당토않은 믿음)
김상길 YESTER ME_YESTER YOU_YESTER DAY add#2
구동희 '성공한-작가-되기'를 피하는 방법
Sasa [44] Platform20071023
박해천 분산의 다이어그램 혹은 냉전에서 살아남기
최성민 구체적 사례 1: 어떤 인공 지능적 대화
제이슨 박 Poz & Pround
임근준 (aka 이정우) 번역의 어떤 원칙
성재혁 당신은 어떻게 (그래픽) 디자인을 연습하십니까?
잭슨 홍 의자도
박윤영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파란 기둥들
박해천 메모: 펫 숍 보이즈 카탈로그
최성민 구체적 사례 2: 디자이너의 음악
이동기 재회/ 풍력 발전기/ 아이를 찾습니다/ 세 개의 귀를 가진 쥐
최성민 구체적 사례 3: 직설적 도그마
이푸로니 비슷하게 바꾸기 (동물 도시를 위한 스케치)
권오상 The Flat 19
임근준 (aka 이정우) 포스트-미디엄의 문제
최성민 구체적 사례4: 어떤 그래픽 디자인 방법론
모든 펼친 면 아래
에밀 고 Trailor (Speed)
이은우 매일매일 더 좋아질 것입니다 (Every day what will be getting better and better)
169-175
김소라 Howling Words
앞표지, 앞표지 안쪽
잭슨 홍 이삿짐 싸기
뒤표지 안쪽
슬기와 민 이 책의 디자인 (어도비 인디자인 CS2에 의하면)
김형재.홍은주 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
구동희 부재하는 변명을 만드는 방법
윤원화 오늘의 책, 책의 오늘: (아직도 혹은 이제야) 책을 말하는 방법들
박미나 검정 펜 DB
구동희 없어진 기억을 찾는 또 다른 방법
이영준 도둑의 방법
잭슨 홍 아이디어 발상법 (혹은 얼토당토않은 믿음)
김상길 YESTER ME_YESTER YOU_YESTER DAY add#2
구동희 '성공한-작가-되기'를 피하는 방법
Sasa [44] Platform20071023
박해천 분산의 다이어그램 혹은 냉전에서 살아남기
최성민 구체적 사례 1: 어떤 인공 지능적 대화
제이슨 박 Poz & Pround
임근준 (aka 이정우) 번역의 어떤 원칙
성재혁 당신은 어떻게 (그래픽) 디자인을 연습하십니까?
잭슨 홍 의자도
박윤영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파란 기둥들
박해천 메모: 펫 숍 보이즈 카탈로그
최성민 구체적 사례 2: 디자이너의 음악
이동기 재회/ 풍력 발전기/ 아이를 찾습니다/ 세 개의 귀를 가진 쥐
최성민 구체적 사례 3: 직설적 도그마
이푸로니 비슷하게 바꾸기 (동물 도시를 위한 스케치)
권오상 The Flat 19
임근준 (aka 이정우) 포스트-미디엄의 문제
최성민 구체적 사례4: 어떤 그래픽 디자인 방법론
모든 펼친 면 아래
에밀 고 Trailor (Speed)
이은우 매일매일 더 좋아질 것입니다 (Every day what will be getting better and better)
169-175
김소라 Howling Words
앞표지, 앞표지 안쪽
잭슨 홍 이삿짐 싸기
뒤표지 안쪽
슬기와 민 이 책의 디자인 (어도비 인디자인 CS2에 의하면)
출판사 리뷰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젊은 연구자, 작가, 디자이너의 두 번째 지적 모험
이 책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
DT는 디자인, 예술,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접점들을 비스듬한 각도에서 탐색하는 매체다.
DT는 정해진 주기 없이 연속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 형태를 취한다.
DT는 분명한 의미가 있는 영문 이니셜이다.
DT 2의 주제는 '(현대 디자이너와 미술가를 위한) 메소드'다.
지은이 'DT 네트워크'
'DT 네트워크'는 디자인 연구자들이 중심이 됐던 '디자인텍스트 동인'에서 출발한 느슨한 연대 조직이다. 현재는 멤버가 불분명한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연구자 외에 현대 디자이너와 미술가도 참여하고 있다. 부정기적으로 단행본 형태의 연속 간행물을 발간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텍스트 동인' 시절에 《디자인 텍스트 01 - 디자인의 미래, 미래의 디자인》(홍디자인, 1999)과 《디자인 텍스트 02 - 포스트 휴먼 디자인, 비정한 사물들》(홍디자인, 2001)을 발간했고, 'DT 네트워크'로 모임의 내용과 명칭이 바뀐 뒤 《DT 1》(시지락, 2005)을 출간한 바 있다. 'DT 네트워크'가 《DT 1》을 출간하면서 내세웠던 (가변적인) 주요 원칙은 이렇다. DT는 "디자인, 예술,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접점들을 비스듬한 각도에서 탐색"하고, "능동적이고 모험적인 연구 작업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공간" 노릇을 하며, "정해진 주기 없이 연속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학제적 접근에 대한 환상 없이 여러 분야의 문화 생산물을 다룬다."
《DT 2》는 어떤 책인가?
《DT 2》의 주제는 '메소드(method)'다. 참여자들은 '메소드'에 관련한 하나의 층위를 가진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전에서 '메소드'는 다층적 의미를 갖춘 흥미로운 단어이다. 고대 그리스어인 '메토두스(methodus)'에 연원을 두는 이 단어는 16세기에 '이성적인 과정'을 뜻하며 처음 등장한 이래, '분류의 체계', '지식의 추구', '조사의 방식' 따위의 뜻을 획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실용적 예술에 적합한 과정과 법칙의 집합'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하다. 따라서 《DT 2》는 '메소드'라는 영어 단어 대신 '방법'이라고 적을 것을 검토했지만 기각했다. 사전적 의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메소드'는 단지 주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형식이기도 하다. '메소드'에 관한 원고도 있고, '메소드'에 대한 작업도 있으며, '메소드'를 통한 혹은 '메소드'를 취한 작업도 있다.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차원에서 같은 주제와 형식을 다르게 반복하거나 변주함으로써 자신만의 특정 문제 항을 만들었다. 결국 《DT 2》는 디자이너와 미술가가 봉착한 어떤 한계 지점을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은 '메소드'에 주목해야 할 때
오늘날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는 다시 모호해지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술-디자인-공예의 접면은 전례 없이 흐트러지고 있고, 사람들이 인공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천재적인 영감' 따위를 강조하며 구태의연한 '창조성의 신화'에 기댄 채 작가와 디자이너 스스로를 브랜드화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문화적 사기 행각'에 불과하다.
종종 현대 미술가들은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디자인 문화에서 많은 요소들을 취한다. 디자인 방법, 과정의 컨벤션을 특히 자주 차용한다. 반대로 디자이너들은 현대 미술에서 메타 디자인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니면 그저 상호 인접 분야의 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 활동의 원동력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것은 '영역 파괴'니 '혼성'이니 '학제적 활동'이니 하는 단어로 긍정되기 일쑤지만, 실제로 그리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대미술 전체가 '문화산업'의 형태로 포섭되며, 제조업이라는 전통적 기반을 잃은 디자인계가 '예술'의 이름으로 모호한 차별의 영역을 구축하는 현재, 양 영역의 상호침투는 대단히 부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은 지각 변동의 상황에서 일군의 연구자/작가/디자이너들은 제각각 유효한 형태의 글/작품/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메소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내로라하는 연구자/작가/디자이너들은 어떤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까? 그들의 '메소드'가 궁금하지 않은가.
《DT 2》의 주요 내용
신참 디자이너 듀오인 김형재 · 홍은주는 "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란 원고에서 자신들이 처한 무원칙한 창작 환경을 낱낱이 고백하고 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들의 논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방법을 공개한다. 특별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척하는 대개의 디자이너들과 달리 좌충우돌하며 디자인하는 현실을 SOS 조난 메시지의 형식으로 고백하는 이 글엔 독특한 리얼리티와 유머가 있다. 특히 디자인 학교에서 예비 디자이너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해 볼 만하다.
미디어연구자인 윤원화는 "오늘의 책, 책의 오늘: (아직도 혹은 이제야) 책을 말하는 방법들"에서 미디어로서의 책의 위상이 변화해 온 궤적을 점검하고 그간 책을 둘러싼 논쟁들의 공과를 따져 묻는다. 책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데 도움되는 글이다.
작가 박미나는 "김진혜 갤러리 전시 후, 2007년 7월까지 계속 수집한 검정 펜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한 목록"을 출품했다. 그는 '인간 제품 시험기'가 돼 수집한 펜으로 A4용지에 가득 가는 선들을 그어 "라인 드로잉의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했었다. 인간성에 위배되는 이 작업을 진행한 뒤 시력이 저하됐다고 한다.
기계비평가 이영준은 "도둑의 방법"이라는 블랙 코미디 같은 글을 썼다. 본디 다른 지면에서 게재를 거절당했던 글로 《DT 2》에서 비로소 삶을 찾았다.
디자이너 잭슨 홍은 독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슐로스 아카데미에서 1년을 보내고 귀국했다. 귀국을 위해 이삿짐 계획을 세웠는데, 그 계획안은 '독일인의 꼼꼼함'에 대응하고자 하는 '조선인의 호연지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 이미지가 표지에 사용됐다.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법 (혹은 얼토당토않은 믿음)"이라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전혀 농담이 아닌, 아주 요긴한 팁을 제공하는 글도 제출했다. 하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창시한 호신술인 "의자도"이다.
사진작가 김상길은 자신의 작업에 근간이 되는 DB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이미지 "Yester Me_Yester You_Yester Day, add#02"를 발표했다.
작가 구동희는 "'성공한-작가-되기'를 피하는 방법" 등을 통해 야릇한 비논리의 논리를 보여줍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특유의 순환 구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순환하다.
작가 Sasa [44]는 지면용 신작 "Platform2007102368"을 출품했다. 이 작업은 지난 2007년 10월 6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한 화랑 및 미술관의 문화지도를 바탕으로 10월 23일 하루에 얻을 수 있는 공개된 자료(등기부등본: 건물, 등기부등본: 토지, 토지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조사하고 수집한 데이터베이스 작업이다.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은 "분산의 다이어그램 혹은 냉전에서 살아남기"라는 글을 통해 냉전의 테크놀로지가 시각성의 변동에 미친 영향을 이론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했다. 냉전 시기에 등장한 분산 네트워크의 조망 체계를 1차적 주제로 삼아 해당 시기의 시각성 체제(혹은 그에 대응하는 현대인의 주체)를 정신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흥미로운 글이다.
과학자인 제이슨 박은 미국의 게이 하위문화에서 새로이 형성된 HIV 보균자의 육체 이미지를 추적하고 분석해 의미심장하고 문제적인 데이터베이스 "Poz & Proud"를 만들었다. 죽음의 이미지와 겹쳐져 무기력하게 표상됐던 HIV 보균자의 이미지는 이제 옛말이다. 1990년대 후반 이래 독특한 '병자의 건강미'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데 성공한 일군의 HIV 보균자들은 대단히 흥미로운 하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심히 보면, 기묘한 표상체계와 각 그룹별 위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이들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디자이너 성재혁은 "당신은 어떻게 (그래픽) 디자인을 연습하십니까?"에서 자신의 디자인 연습 과정을 밝혔다. "이 연습은 '직구만을 구사하던 투수가 커브 볼을 익히기 위한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학생들과의 워크숍에서 시험해 볼 만한 연습 프로그램이다.
작가 박윤영은 자신의 작업에 근간이 되는 서사를 정리한 글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파란 기둥들"을 공개했다. 성경의 서사 체제를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는 소설 같아 보이지만, 어쩌면 작가의 믿음을 담은 비망록일 수도 있다.
작가 이동기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에 대한 댓구를 이루는 신작 넉 점 "재회", "풍력 발전기", "아이를 찾다", "세 개의 귀를 가진 쥐"를 발표했다. 아마도 앞으로 발표할 새로운 작업들에 대한 힌트가 될 것 같다.
디자이너 이푸로니는 "비슷하게 바꾸기 (동물 도시를 위한 스케치)"를 출품했다. 그의 드로잉에서는 동물과 도시의 건축 구조라는 상호 무관한 두 개의 메트릭스가 겹쳐지며 오묘한 메타모포시스가 전개된다.
작가 권오상은 신작 "The Flat 19"을 공개했다. 이 작업은 2000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한국의 월간지 <럭셔리>에 광고로 게재되었던 시계들로 구성됐다.
미술·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은 "포스트-미디엄의 문제"에서 포스트-미디엄의 문제를 둘러싼 이론적 지형을 점검했다. 사실 이 글은 '상징 형식으로서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위해 정리했어야 하는 국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가와 디자이너라면 부록으로 제시된 데이터베이스 "분류: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인터페이스 재조합"에 더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작가 에밀 고는 기존의 영화를 각각 다른 기준에 맞춰 압축하는 작업을 해 왔다. "Trailor (Speed)"는 전체 영화를 일반적인 예고편 길이인 2분으로 압축한 비디오 작업이다. 보는 이는 영화의 3,600프레임만을 보고 듣게 된다.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블록이 출연한 영화 <스피드>는, 단지 작업에 쓰인 가속화 과정과 연관이 있기에 선택됐다. 이 책에서는, 정해진 지면 176페이지(88장)에 맞춰, 41프레임 간격으로 다시 한 번 압축된 영상이 소개된다.
작가 이은우는 "매일매일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이상한 기생적 작업을 내놨다. 그는 하루 동안 전화, 문자 메시지, 이메일을 받은 시간을 시, 분, 초 단위로 기록했다. 총 27번 기록된 자료에서, 27음절로 된 문장을 만들었다. 각 음절을 기록된 시간에 따라 정해진 지면과 위치에 배치했다.
작가 김소라는 "Howling Words"라는 지시를 내렸다. 편집 디자인을 마친 뒤에 5쪽 분량을 늘이도록 글자 크기를 키우라는 명령이다. 디자이너가 임의로 지면을 골라 변형을 시도하되, 마치 음향기기에서 하울링 현상이 나듯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도록 요구했다. 이외에도 짧은 메모와 인용이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 듀오인 슬기와 민이 이 모든 복잡한 원고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번 디자인은 일종의 예술 경지에 닿았던 1910년대의 곡예와도 같다. '아방'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컨벤션과 직관과 다듬어진 기술과 반복된 훈련이 어떤 아름다움(혹은 미적으로 우수한 타협의 지점)을 결과 지었다.
이 책과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
DT는 디자인, 예술,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접점들을 비스듬한 각도에서 탐색하는 매체다.
DT는 정해진 주기 없이 연속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 형태를 취한다.
DT는 분명한 의미가 있는 영문 이니셜이다.
DT 2의 주제는 '(현대 디자이너와 미술가를 위한) 메소드'다.
지은이 'DT 네트워크'
'DT 네트워크'는 디자인 연구자들이 중심이 됐던 '디자인텍스트 동인'에서 출발한 느슨한 연대 조직이다. 현재는 멤버가 불분명한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연구자 외에 현대 디자이너와 미술가도 참여하고 있다. 부정기적으로 단행본 형태의 연속 간행물을 발간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텍스트 동인' 시절에 《디자인 텍스트 01 - 디자인의 미래, 미래의 디자인》(홍디자인, 1999)과 《디자인 텍스트 02 - 포스트 휴먼 디자인, 비정한 사물들》(홍디자인, 2001)을 발간했고, 'DT 네트워크'로 모임의 내용과 명칭이 바뀐 뒤 《DT 1》(시지락, 2005)을 출간한 바 있다. 'DT 네트워크'가 《DT 1》을 출간하면서 내세웠던 (가변적인) 주요 원칙은 이렇다. DT는 "디자인, 예술,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접점들을 비스듬한 각도에서 탐색"하고, "능동적이고 모험적인 연구 작업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공간" 노릇을 하며, "정해진 주기 없이 연속적으로 발행되는, 잡지와 단행본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학제적 접근에 대한 환상 없이 여러 분야의 문화 생산물을 다룬다."
《DT 2》는 어떤 책인가?
《DT 2》의 주제는 '메소드(method)'다. 참여자들은 '메소드'에 관련한 하나의 층위를 가진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전에서 '메소드'는 다층적 의미를 갖춘 흥미로운 단어이다. 고대 그리스어인 '메토두스(methodus)'에 연원을 두는 이 단어는 16세기에 '이성적인 과정'을 뜻하며 처음 등장한 이래, '분류의 체계', '지식의 추구', '조사의 방식' 따위의 뜻을 획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실용적 예술에 적합한 과정과 법칙의 집합'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하다. 따라서 《DT 2》는 '메소드'라는 영어 단어 대신 '방법'이라고 적을 것을 검토했지만 기각했다. 사전적 의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메소드'는 단지 주제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 형식이기도 하다. '메소드'에 관한 원고도 있고, '메소드'에 대한 작업도 있으며, '메소드'를 통한 혹은 '메소드'를 취한 작업도 있다.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차원에서 같은 주제와 형식을 다르게 반복하거나 변주함으로써 자신만의 특정 문제 항을 만들었다. 결국 《DT 2》는 디자이너와 미술가가 봉착한 어떤 한계 지점을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은 '메소드'에 주목해야 할 때
오늘날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는 다시 모호해지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술-디자인-공예의 접면은 전례 없이 흐트러지고 있고, 사람들이 인공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천재적인 영감' 따위를 강조하며 구태의연한 '창조성의 신화'에 기댄 채 작가와 디자이너 스스로를 브랜드화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문화적 사기 행각'에 불과하다.
종종 현대 미술가들은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디자인 문화에서 많은 요소들을 취한다. 디자인 방법, 과정의 컨벤션을 특히 자주 차용한다. 반대로 디자이너들은 현대 미술에서 메타 디자인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니면 그저 상호 인접 분야의 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 활동의 원동력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것은 '영역 파괴'니 '혼성'이니 '학제적 활동'이니 하는 단어로 긍정되기 일쑤지만, 실제로 그리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대미술 전체가 '문화산업'의 형태로 포섭되며, 제조업이라는 전통적 기반을 잃은 디자인계가 '예술'의 이름으로 모호한 차별의 영역을 구축하는 현재, 양 영역의 상호침투는 대단히 부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같은 지각 변동의 상황에서 일군의 연구자/작가/디자이너들은 제각각 유효한 형태의 글/작품/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메소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활동 중인, 내로라하는 연구자/작가/디자이너들은 어떤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까? 그들의 '메소드'가 궁금하지 않은가.
《DT 2》의 주요 내용
신참 디자이너 듀오인 김형재 · 홍은주는 "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란 원고에서 자신들이 처한 무원칙한 창작 환경을 낱낱이 고백하고 그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들의 논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방법을 공개한다. 특별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척하는 대개의 디자이너들과 달리 좌충우돌하며 디자인하는 현실을 SOS 조난 메시지의 형식으로 고백하는 이 글엔 독특한 리얼리티와 유머가 있다. 특히 디자인 학교에서 예비 디자이너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해 볼 만하다.
미디어연구자인 윤원화는 "오늘의 책, 책의 오늘: (아직도 혹은 이제야) 책을 말하는 방법들"에서 미디어로서의 책의 위상이 변화해 온 궤적을 점검하고 그간 책을 둘러싼 논쟁들의 공과를 따져 묻는다. 책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데 도움되는 글이다.
작가 박미나는 "김진혜 갤러리 전시 후, 2007년 7월까지 계속 수집한 검정 펜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한 목록"을 출품했다. 그는 '인간 제품 시험기'가 돼 수집한 펜으로 A4용지에 가득 가는 선들을 그어 "라인 드로잉의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했었다. 인간성에 위배되는 이 작업을 진행한 뒤 시력이 저하됐다고 한다.
기계비평가 이영준은 "도둑의 방법"이라는 블랙 코미디 같은 글을 썼다. 본디 다른 지면에서 게재를 거절당했던 글로 《DT 2》에서 비로소 삶을 찾았다.
디자이너 잭슨 홍은 독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슐로스 아카데미에서 1년을 보내고 귀국했다. 귀국을 위해 이삿짐 계획을 세웠는데, 그 계획안은 '독일인의 꼼꼼함'에 대응하고자 하는 '조선인의 호연지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 이미지가 표지에 사용됐다.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법 (혹은 얼토당토않은 믿음)"이라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전혀 농담이 아닌, 아주 요긴한 팁을 제공하는 글도 제출했다. 하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창시한 호신술인 "의자도"이다.
사진작가 김상길은 자신의 작업에 근간이 되는 DB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이미지 "Yester Me_Yester You_Yester Day, add#02"를 발표했다.
작가 구동희는 "'성공한-작가-되기'를 피하는 방법" 등을 통해 야릇한 비논리의 논리를 보여줍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특유의 순환 구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순환하다.
작가 Sasa [44]는 지면용 신작 "Platform2007102368"을 출품했다. 이 작업은 지난 2007년 10월 6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전시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은 "분산의 다이어그램 혹은 냉전에서 살아남기"라는 글을 통해 냉전의 테크놀로지가 시각성의 변동에 미친 영향을 이론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했다. 냉전 시기에 등장한 분산 네트워크의 조망 체계를 1차적 주제로 삼아 해당 시기의 시각성 체제(혹은 그에 대응하는 현대인의 주체)를 정신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흥미로운 글이다.
과학자인 제이슨 박은 미국의 게이 하위문화에서 새로이 형성된 HIV 보균자의 육체 이미지를 추적하고 분석해 의미심장하고 문제적인 데이터베이스 "Poz & Proud"를 만들었다. 죽음의 이미지와 겹쳐져 무기력하게 표상됐던 HIV 보균자의 이미지는 이제 옛말이다. 1990년대 후반 이래 독특한 '병자의 건강미'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데 성공한 일군의 HIV 보균자들은 대단히 흥미로운 하위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심히 보면, 기묘한 표상체계와 각 그룹별 위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이들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 현상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디자이너 성재혁은 "당신은 어떻게 (그래픽) 디자인을 연습하십니까?"에서 자신의 디자인 연습 과정을 밝혔다. "이 연습은 '직구만을 구사하던 투수가 커브 볼을 익히기 위한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학생들과의 워크숍에서 시험해 볼 만한 연습 프로그램이다.
작가 박윤영은 자신의 작업에 근간이 되는 서사를 정리한 글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파란 기둥들"을 공개했다. 성경의 서사 체제를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는 소설 같아 보이지만, 어쩌면 작가의 믿음을 담은 비망록일 수도 있다.
작가 이동기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에 대한 댓구를 이루는 신작 넉 점 "재회", "풍력 발전기", "아이를 찾다", "세 개의 귀를 가진 쥐"를 발표했다. 아마도 앞으로 발표할 새로운 작업들에 대한 힌트가 될 것 같다.
디자이너 이푸로니는 "비슷하게 바꾸기 (동물 도시를 위한 스케치)"를 출품했다. 그의 드로잉에서는 동물과 도시의 건축 구조라는 상호 무관한 두 개의 메트릭스가 겹쳐지며 오묘한 메타모포시스가 전개된다.
작가 권오상은 신작 "The Flat 19"을 공개했다. 이 작업은 2000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한국의 월간지 <럭셔리>에 광고로 게재되었던 시계들로 구성됐다.
미술·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은 "포스트-미디엄의 문제"에서 포스트-미디엄의 문제를 둘러싼 이론적 지형을 점검했다. 사실 이 글은 '상징 형식으로서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위해 정리했어야 하는 국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작가와 디자이너라면 부록으로 제시된 데이터베이스 "분류: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인터페이스 재조합"에 더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작가 에밀 고는 기존의 영화를 각각 다른 기준에 맞춰 압축하는 작업을 해 왔다. "Trailor (Speed)"는 전체 영화를 일반적인 예고편 길이인 2분으로 압축한 비디오 작업이다. 보는 이는 영화의 3,600프레임만을 보고 듣게 된다. 키아누 리브스와 샌드라 블록이 출연한 영화 <스피드>는, 단지 작업에 쓰인 가속화 과정과 연관이 있기에 선택됐다. 이 책에서는, 정해진 지면 176페이지(88장)에 맞춰, 41프레임 간격으로 다시 한 번 압축된 영상이 소개된다.
작가 이은우는 "매일매일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이상한 기생적 작업을 내놨다. 그는 하루 동안 전화, 문자 메시지, 이메일을 받은 시간을 시, 분, 초 단위로 기록했다. 총 27번 기록된 자료에서, 27음절로 된 문장을 만들었다. 각 음절을 기록된 시간에 따라 정해진 지면과 위치에 배치했다.
작가 김소라는 "Howling Words"라는 지시를 내렸다. 편집 디자인을 마친 뒤에 5쪽 분량을 늘이도록 글자 크기를 키우라는 명령이다. 디자이너가 임의로 지면을 골라 변형을 시도하되, 마치 음향기기에서 하울링 현상이 나듯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도록 요구했다. 이외에도 짧은 메모와 인용이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 듀오인 슬기와 민이 이 모든 복잡한 원고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번 디자인은 일종의 예술 경지에 닿았던 1910년대의 곡예와도 같다. '아방'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되려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컨벤션과 직관과 다듬어진 기술과 반복된 훈련이 어떤 아름다움(혹은 미적으로 우수한 타협의 지점)을 결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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