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ng coastline 움직이는 해안선
로베르트 에스터만(Robert Estermann) / Fans / 132×72×5cm 혼합재료, 발사나무 / 2009
2009 OPEN TO YOU
International Artist-in-residence program
Moving coastline
Space Bandee, Busan
Aug. 21st - 6th Sep. 2009
작가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르다. 지리멸렬한 일상이 변화하기를 바라거나 그 동안 작업해왔던 작업들을 정리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작업이 갱신, 변화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욕구만을 채우기 위해서 이동을 감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이동은 고립된 자아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이며, 또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영민한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이주와 이동은 다른 것, 즉 차이를 몸소 느끼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어떤 경향성을 갖고 있는가는 그것을 운영하는 공간이 주도하기도 하지만 이동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연대를 통해서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된다. 오픈 스페이스 배와 입주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가 단순하게 프로그램만을 수행하지 않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일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먼저, 국경(국가나 민족), 지역을 넘는 작가들, 다른 젠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오픈 스페이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각자의 작업공간과 함께 공동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배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작업 공간의 확보라는 사적인 욕구만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시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각자 삶의 형식들은 쉽게 변화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삶의 테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의 여러 가지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반디에서 진행되는 배의 입주 작가들의 전시는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반디는 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빌려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들은 그들이 일정 기간 거주했던 타지에서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움직이는 해안선’ 이라는 주제로 반디에서 풀어 놓게 된다. 이 전시에는 배에서 떠난 작가, 앞으로 입주하게 될 작가, 지금도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작가의 경우에는 기존의 작업을 낼 수밖에 없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새로운 삶의 배치를 통한 생각이나 경험들을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의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벽면에 스멀거리며 무리지어 있는 장윤선의 개미떼는 대중에 대한 은유이다. 평면작업과 함께 설치된 이 작품은 새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작업을 변모시키기 위한 행위이다. 김순임의 지우개 가루는 바닥을 닦으면서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의 켜이다. 그녀의 반복된 손의 움직임과 솔질은 행위로만 기억되고 흔적으로만 남게 된다. 개인적인 성찰로부터 출발하는 전준영의 달팽이 무리는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지 않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며, 홍원석의 평면 작품들은 개인적인 작업 내용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가영은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추상회화로 표현했다. 강민수의 영상작업은 잊혀진 이미지 데이터의 과거를 통해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외국 작가들의 대부분은 이동을 통해 느꼈던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담아냈다. 프랭크 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드로잉과 영상작업으로 보여주고, 일케 일마스도 배에서 했던 개인전 때 했던 퍼포먼스를 새롭게 영상으로 작업한다. 나탈리는 대나무로 의자를 만들어 쉬어 갈 공간을 만들어 주고, 로베르트 에스터만은 부채를 들고 있는 눈사람을 미니멀하지만 아이러니 하게 표현했다. 첸쾅은 중국의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체험으로 투영시킨 유화작업을 선보인다.
해안선은 원래 유동하는 선이다. 대게 바다와 육지를 나누는 경계라고 생각하지만 고정된 선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허구’의 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안선은 끊임없이 경계를 이동할 수 있는 열린 사유에 비유해 볼 수도 있고, 이동한 작가들을 비유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해안선은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삶의 경계들이 될 수 있으며, 이 경계에서는 타인의 삶이나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거나 통증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경계를 넘나들기 위한 이동이 작가들에게 창작을 갱신하는 일만은 아니다. 다른 공간에서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는 행위가 가능하며,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낯설음과 불편함은 차이를 인정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교환 프로그램이 어떤 의미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지금 당장 단정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교환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바라보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전시이기를 희망한다.
http://www.spacebae.com/w3c/board.php?board=AIR&command=body&no=18&search=robert+estermann&shwhere=t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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