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k 싱크대
<싱크대>는 2011년 정서영 개인전 <사과 vs. 바나나> 전에서 발표되었다. 서울 중구
계동 현대사옥 지하에는
1990년대 초 현대아파트 모델하우스 두 채가 잊혀진 채 남아있는데, 작가는 모델하우스에 비치된 기성품 싱크대를 활용, 변형시킨 작품을 제작하였다. <싱크대>는 이 전시의 대표작으로서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으며, 미디어를 통해 지면에 다수 소개된 바 있다.
<싱크대>에서 정서영은 레디메이드 싱크대를 변형시키고 재조합함으로써 사물의 기능성을 축소하고 그 형태와 구조만을 남겨두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예술품이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성에 대한 의심을 표명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사물에 대한 언어적 정의와 실용적 기능의 관계를 상쇄시킴으로써 사물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고, 기능과 비기능, 의미와 무의미, 관계와 비 관계에 대해 사유한다.
<싱크대>는 두 개의 하부장과 한 개의 상부장으로 구성되며, 상부장은 네 개의 돌로 지탱되어 있다. 얼핏 보면 일상의 싱크대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바닥에 사각으로 칠한 백색 페인트 위에 놓인 싱크대에 다가서면 낯선 높이와 크기, 그리고 말끔한 싱크볼, 손잡이를 제거한 닫친 문,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톤과 색의 니스칠을 한 가구의 비일상적인 표면을 발견하게 된다.
Pagoda (Carpet)
2011
Work in Progress
April 2011
Hyungdai Cultural Center, Seoul
Nikola
Dietrich (독일 미술평론가)
시멘트 가든 중에서
정서영의 작품은 이질적인 오브제들의 흔들리지 않는 구성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 오브제들은 정적인 개별적 그림들로서 그만큼 설득력 있는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전체 구성에서는 일종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모든 작품은 끊임없이 새롭게 계속되고 중단되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찾아내도록 만든다. 이야기는 결코 직선의 형태로 증식되는 법이 없으며 어렵게 전체 그림과 통합될 뿐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은 자주 텍스트를 토대로 하고 있는 정서영의 작업에서 텍스트 내재적인 진술을 찾으려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진술 뒤에 존재하는 주체를 찾을 수 있다고 믿은 그 순간에, 말하자면 그 주체는 이야기된 것이 다른 쪽으로 옮겨지면서 함께 사라져 버린다. “글을 쓸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주체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있는 주체가 끊임없이 사라지는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작가의 본질적 특징은 작가 자신의 부재성이라는 특성에 있다.” 일상적인 관용구, 기술적 지시, 부차적인 것을 드러내는 몸짓, 그리고 개개의 말들은 그림으로 상징화되며 단순한 시각화의 기능 없이 3차원적 관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사물의 구상성은 여러 의미차원들 사이의 상황을 제공하는 공간을 점유한다. 사물을 그 사물의 실용성에서 완전히 분리하거나, 반대로 무엇인가 다른 것을 위한 알레고리 수단으로 사물을 끼워 넣는 대신, 사물은 오히려 여러가지 변화 가능한 인식의 입장을 필수적으로 만드는 하나의 형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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