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환은 미술인 사이에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형성한 작가로 오랫동안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 기회는 많지 않았다. 주재환은 예순이 다 되어서야 첫 개인전을 가졌고 지금까지 그 숫자는 9회에 그친다. 본 전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의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그 동안 주재환 작품 세계에 대한 논의는 작품의 사회 비판적 주제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서 이루어졌다. 한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그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와 완전히 분리해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품을 이러한 맥락 속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작품의 의미를 부분적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본 전시는 더욱 넓은 의미에서 미학적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다.
민중미술 작가 주재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민중미술 전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평가 역시 모색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민중미술은 사회적 맥락과 정치적 운동의 연관 속에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평가되어 왔다. 즉 그것의 가치는 그것이 구현하고 있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어 왔다. 민중미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미학적, 정서적 표현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본 전시는 이런 좁은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주재환은 자기 자신을 '광대형' 작가로 표현한다. 그가 말하듯 그의 작품은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는 공통적인 배경과 사건이 있다. 바로 '밤'과 '변신'이다. 주재환에게 '밤'은 단순히 일몰부터 일출까지의 물리적 시간이 아니다. 그에게 '밤'은 사회 질서와 규율 밖에 존재하는 예술의 존재 방식이 드러나는 미학적 공간이다. 이성, 질서, 규율의 의미를 상징하는 '낮'과 반대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생성과 변모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우주적 공간이다. 자연을 포함한 많은 것들은 어둠 속에서 자라고, 확장하고, 변신한다.
주재환은 일상의 사물과 현상을 미학적, 우주적 공간인 밤의 세계에 옮겨와 '변신'시킨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파괴하고, 일상에서 익숙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예술이 규범과 제도가 강제하는 제한성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표현과 소통 방식을 갖게 한다.
2016.03.07 우먼 데일리 전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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