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2. 29 ▶ 2004. 1. 30
대안공간·반디, 부산
대안공간·반디, 부산
근대이후 도시는 자연과 더불어 예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하였고 사회상을 반영하는 여러 흐름을 만들기도 하였다. 인간의 삶을 추출하고 도시 자체를 미학적으로 접근했던 몬드리안의 태도나 기계와 힘의 역동성을 숭배했던 미래주의 자들 그리고 1950년대 미국의 현실을 쓸쓸한 뒷골목에 비유했던 호퍼의 작품 등은 이미 도시자체가 우리가 읽어야할 하나의 담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특유의 다양한 시선들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환경을 친 인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대안들을 제시하는 김명건·노진석, 도시의 건축적 환경을 개념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강윤식, 도시와 그 역사성을 함께 오버랩시킨 박태현의 작품들이 건축적 관점에서 바라본 도시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흐린날의 창에 비친 쓸쓸한 도시의 자화상을 느끼게 하는 홍수민, 공적공간에 게시된 사인(Sign)물들 속에 자신의 개인사를 담고있는 쁘리야김, 달동네와 고층 아파트를 쉼 없이 오가는 도시민의 일상을 표현하고있는 양주원·정진택, 홈리스들의 애환을 담고있는 김성철, 유년의 아픈 기억을 가방이라는 오브제에 투영하는 이정민 등의 작품에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도시의 오브제들을 좁은 골목길속에 다시 재현하고있는 정윤선·홍정우·신무경의 공동작품, 획일적이고 걷기도 불편한 보도블럭을 마치 눈길을 밟는 듯한 부드러운 보도를 만든 백성준의 작품,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오브제 등과 같은 도시의 부산물을 나열하는 강태훈의 작품, 건축구조물들을 촬영한 사진을 인화하여 새로운 도시로 재구성하고 있는 이수미의 포토 콜라주 등은 우리가 가까이서 접해왔던 도시적인 성향을 가진 오브제들을 이용한 작품들이다.
어느 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빛 바랜 벽돌담을 그린 김영준이나 끝도 없이 이어졌던 기와집을 먹의 농담과 필획으로 재현하는 김현철, 도시의 야경을 재구성하는 김순미, 그리고 아직도 근대화 폭력이 미치지 못한 수정동의 한적한 골목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있는 김수우의 사진 등은 전통적인 매체에 있어서도 도시는 주요한 조형적 소재로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 외에도 만화적 기법의 이승엽·조민협, 영상의 김현명·이광기·김재정, 도시구조에 대한 조형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구영경·김창언·전효진, LED를 이용한 박재현, 이선희의 라인드로잉, 동판 스크래치 드로잉의 정진윤 등 다양한 기법으로 도시를 해석한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는 전시공간을 가파른 비탈길이나 계단 그리고 골목길처럼 변형하여 부산이라는 도시구조의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2004년 1월 31일에는 도시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박훈하, 김용규 교수의 초청강연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거대한 인공적 환경인 도시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다듬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https://neolook.com/archives/2004011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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