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에스파스에서 확인한 한국의 변신

 루이 비통이 한국의 복잡다단한 변화를 10명의 한국 아티스트와 더불어 새롭게 해석했다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끼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농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인지 올림픽 이후 경제와 정치 변화를 거쳐 인터넷 붐과 월드컵으로 이어진 한국을 설명하는 데 ‘변화change’라는 단어로는 뭔가 부족하다. ‘변화’보다 더 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며 더 복잡한 한국의 지난 20년. 루이 비통이 올가을, 그 복잡다단한 한국의 변신을 10명의 아티스트와 더불어 새롭게 해석했다.

진중한 변신술 교본, 김범; 에스파스 갤러리의 둥근 벽을 따라 흐르는 그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다른 작품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읽어가야 하니. 오래전, 그러니까 영은미술관 레지던스 때와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보다 이번, 파리라는 낯선 장소에서 만나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기발한 착안과 유머를 담은 그의 작품은 이 전시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다. 작품 타이틀 ‘변신술’, 이것이 결국 메터모퍼시즈의 완벽한 표명 아닌가. “가능한 한 고향으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곳이든지 가능하고, 심지어는 큰 화분을 이용하는 것도 무방하다…. 사전에 남에게 발치에 물을 부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되, 누군가 발치에 물을 부어주면 막연히 행복해한다…” 그가 적어 놓은 ‘나무가 되는 법’을 읽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외에 표범이 되는 법, 사다리나 에어컨이 되는 법, 강이 되는 법도 있다. 이것이 과연 미술일 수 있을까 하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관람객에게 그는 특유의 진지함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뭐, 편하게 보고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 것이지요. 보는 사람과 소통되면 좋고 안 되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구요.” 무엇인가로 변신하고 싶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의 자발적 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노력해서 나무나 표범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과 다른 무언가가 되려는 열망이야말로 변신의 핵심이니. 글 김은령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LUXURY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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