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S 2016 “색각이상(色覺異常) : 피의 온도 展”
MMCA Art Fab Lab, Seoul
Dec. 2016
photos via https://www.facebook.com/
엘리스 온 인터뷰
Q 배혜정: 킴킴 갤러리에 대한 소개와 각자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나영: 또한 킴킴 갤러리(Kim Kim Gallery)는 저와 그레고리 마스(Gregory Maass)가 2008년 창립한 갤러리이자 작업이기도 합니다. 일정한 공간 없이 기획 의도에 따라 작품이 이상적으로 기능할 장소와 형식을 새롭게 모색하며 현대미술의 구조에 개입하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이번 우리 팀은 조각가들의 모임이에요. 이미지 또는 개념을 사물력(thing-power)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박수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에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질문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혹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질문들을 이어나가거나,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보기, 새로 명명하기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테마로 세분이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수지: 킴킴 갤러리와는 전부터 알고 지내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 전에도 형태적, 재료적인 측면에서 ‘Vessel’에 관심이 있었어요. 꽃병과 같은 그릇을 칭하기도 하고 혈관을 뜻하기도 하죠.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가 혈액형과 관련된 유사 과학이라는 부분을 다루는데요. 유사 과학은 내 작업의 방법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Q 이번 작품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나영: 혈액형별 성격 해석이 소재입니다. 혈액형별 성격 해석에 대한 설치 작품을 구현했어요. 4개의 유리병 형태의 Vessel이 중심이 되고, 이 안에 혈액과 같은 붉은 액체가 흐르는 분수 같은 조형물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각 혈액형을 상징하는 4개의 선반과 여기에 놓인 오브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수지: 우리의 몸은 굉장히 건축적인 구조라고 생각하는데요. 분수 형태를 통해 혈액이 흐르는 모습,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킴킴 갤러리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Blood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시나요?
김나영: Blood를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유사과학적 가정에 대한 연구로써 접근했습니다. 인종, 외모, 성별에 이어 혈액형이라는 유사 과학이 사회의 편견을 조장한다는 가정을 시작으로 혈액형별 성격 해석에 대해 미술적으로 접근ㄴ한 것이에요.
박수지: 작업을 진행하며 각기 다른 혈액형의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생각보다 이들의 혈액형에 대한 반응이 개인적이었고, 혈액형에 자기 자신을 투영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사람들은 혈액형에 따라 자신을 설명하기가 어떤 방법의 하나라고 믿지만, 사실 그 사회적인 틀 안에 자신을 넣어 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킴킴 갤러리가 이번 ‘과학 예술 융복합 전시 <색각이상(色覺異常): 피의 온도>’에 참여하시면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키워드에 접근한 독특한 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나영: 믿음, 오해 등은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예술 분야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기초로 제3의 어떤 다른 단계의 것으로 발전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죠. 혈액형별 성격 해석은 모호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작업에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Q 혹시 이전에 과학과 예술과의 융합에 대하여 연구하거나 전시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요?
김나영: 2012년 과학자 그룹과 제작한 과학극 “라면 앙상블”(서울 페스티벌 봄 참여작, 백남준 아트센터 및 국립극단 대극장 공연, TED 부산 발표)을 연출하면서 과학적인 접근이 예술에 제공하는 풍부함과 다층적인 레이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4명의 각기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라면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분석을 발표하는 내용이었어요. 이때 많은 관객들이 허구로 꾸민 작품을 사실로 받아들였는데, 과학자들과 같이 제작하였기 때문에 일반 관객에게 '과학적'으로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이번 ‘홀 블러드(Whole Blood)’ 작품의 경우에는 유사과학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재현(representation)의 방법에 더 집중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자문을 구하거나 함께 연구한 협업자들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나영: 런던 웰컴 컬렉션(Wellcome Collection)의 레슬리 홀(Leslie Hall) 박사의 조언을 받고 유사과학 및 과학적 유물의 수집, 분류와 전시에 관한 리서치를 했습니다. 특히 웰컴 컬렉션은 이번 작업을 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줬는데요. 크리스털 분수는 20세기 초 과학 기술의 발달이 유례 없던 시기에 박람회 등을 통해 기술의 발달을 선전하곤 했던 당시의 기술 발달을 상징하는 조형물 중 하나였거든요. 당시 호화롭게 반짝이는 용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기술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웰컴 컬렉션은 또한 과학과 예술의 현대적인 관계를 잘 보여주기도 해서 이런 재미난 관계가 이 작업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Q 킴킴 갤러리는 일정한 공간 없이 운영하는 대안적 미술기관으로, 기존 예술가-기획자 혹은 관객과의 구조를 비트는 실험과 연구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하시게 되었는지, 기존 미술 기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또 다른 가능성을 체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영: 킴킴 갤러리는 우리가 미술기관이라는 형식을 작품으로 해석하고 연출한 것입니다. 오늘날 미술과 사회의 관계 변화에 대한 실용주의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기존의 전시 방법과 미술의 경제 구조에 질문을 던지고 “비정규 마케팅 Unconventional Marketing” 전략으로 그 해결점을 찾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립성과 효율성을 지향하지요. 미술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가며, 작품의 상업화보다는 작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를 추구합니다. 또한,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작품이 이상적으로 기능할 전시공간을 모색합니다. 킴킴 갤러리의 전시는 우리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대중적인 취향에 도전하고, 상업화된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기 어려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기능을 하는데요. 이런 기동성 있는 기획력과 실용적인 접근이 주목을 받는 것은, 우리의 예술적 동기가 매력적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비전을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다양한 조건에 적용해 연쇄적으로 실현해나가려고 합니다.
Q 박수지 작가님께서는 뉴질랜드에서 청소년기와 학업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인 은 어떤 작품인가요?
박수지: 이라는 것은 작년에 한 개인전의 제목이에요. 사실 작업의 시작과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사람들은 내 작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많이 묻곤 하거든요. 그때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해하던 중 박물관에서 어느 행성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운석의 캡션에서 ‘Original Unknown’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어요.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말이죠. 또 한 번은 경매에서 거북이 화석을 샀는데, 이 화석도 ‘Original Unknown’이었어요.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얼마짜리였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였죠. 그 화석을 사서 작업을 했어요. 기원을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죠. 저와 오랜 친구인 3명의 큐레이터가 1년 동안 저와 함께 다니며 대화를 하고 각자 글을 써주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완결된 작업이라기보다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기대됩니다.
Q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나 결과가 있다면요.
김나영: <홀 블러드>는 강한 은유법으로 혈액이 흐르는 분수와 각 혈액형 별 성격 차이를 표현합니다. 생명이 없는 유사 과학이 활기 찬 생명(우리, 존재)을 분석하는 기존의 관습을 찬찬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학은 명확히 규정되어지만 미술은 불명확하기 때문에 ‘모호하면서도 완고하며, 감각적으로 견고함에도 희미하다’는 선입견을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기회로 그 틈새를 보면 좋겠지요.
Dec. 2016
Seoul
http://aliceon.tistory.com/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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