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광주: 12 리뷰

2012년 9월 광주에서는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 행사들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었다. 제8회 광주비엔날레와 광주 미디어아트 12를 비롯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광주 아트 페어 ‘아트: 광주: 12’도 함께 열렸다. 지난 9월 5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렸던 이 행사는 단순히 지역의 아트 마켓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 각지의 갤러리들과 해외의 갤러리, 대안 공간과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현대 미술 시장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전시였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아트: 광주: 12 사무국


2000년대 중반 현대 미술 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국내에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작품들로 인해 미술 시장은 크게 성장하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단순히 가격과 소수 작가의 인지도에 한정되는 이러한 현실 속에 장기간 발전은 기대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활발하게 열리던 아트페어 역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여러 예술 행사에 맞물려 진행되는 이번 아트페어에 대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 모습은 조금 달랐다.
여타의 아트페어와 달리 '아트: 광주: 12’는 사무국에서 직접 선정한 갤러리 및 공간들에 한해서만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참가 신청을 통해 전시 부스를 대여하는 방식을 하는 아트페어와 달리 다소 폐쇄적인 참여 방법일지 모르지만, 이를 통해 전시를 기획한 이들의 관점이 살아 있는 아트페어 이전에 하나의 전시로 봐도 무방한 기획이 가능했다.
서울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의 국내 갤러리, 유럽 및 중동, 아시아 국가 등의 해외 갤러리, 아트페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대안 공간 등 미술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들을 한 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색적인 부스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중국 상하이의 IFA 갤러리는 ‘중국의 드로잉’이라는 주제로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드로잉 작업들을 선보였다. 드로잉 작업은 대부분 작가들의 작업에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것이니만큼 좀 더 유명하거나 한국에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음에도 갤러리 특유의 실험적인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드로잉만한 것이 없었기에 이 전시를 위한 드로잉 전을 따로 구상했다고 한다. 부스 안을 가득 채운 드로잉 작업들은 도장을 사용해 그리거나, 이미지 패널 위에 덧입힌 것 등 드로잉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국제 구호개발구호단체 더 프라미스의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직접 참여를 약속한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을 직접 기부했다. 관객들에게 작품을 소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은 미술품 소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또한 작가들로 하여금 작업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의지를 독려하는 것이기도 했다. 독립출판과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더북소사이어티의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출판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다. ‘아트: 광주: 12’ 외에도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리는 ‘인생사용법’, 동경아트북페어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직접 작성한 목록을 갖고 전시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 목록은 공간과 시기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더북사이어티 부스에서는 디자인 서적 도미노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아트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전시를 보여주는 부스 외에도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들도 함께 선보였다. 사진 작업과 퍼포먼스 프로젝트 작업을 동시에 선보이는 천경우 작가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과 아트 마켓으로서 인지도가 높은 갤러리들의 참여로, 마켓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부스에 상주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비엔나 갤러리 크링징거의 제니타 코메드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해주었다.
‘아트: 광주: 12’는 미술 시장을 이루는 다양한 측면의 공간들과 함께 신진작가들의 전시도 적극 지원했다. 이번 아트페어의 특별전 ‘double democracy 2’는 대학을 막 졸업한 신진작가나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같은 범주 안에서 만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아트페어 부스 전시의 현실상 한정된 공간에서 작품이 나뉘어 전시될 수 밖에 없어서 다양한 작가 군을 한 자리에서 만나본다는 의미만 살필 수 있었던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트페어나 미술 시장에 쉽게 만날 수 없던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미디어 아트는 높은 가격과 정해진 테크니션 등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 판매가 잘 되지는 않지만, 이들 역시 현대 미술의 범주 안에 속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는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가 돋보였는데 영국의 아놀피니나 런던의 갤러리 세디션 등은 미디어아트만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였던 만큼 한국 갤러리들과의 교류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한국의 킴킴갤러리는 미디어 아트 작품 각각을 전시한 것은 아니지만 부스 안에 미디어와 사진 작업이 어우러진 실험을 통해 보는 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현대 미술 시장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공존의 시간을 보여주었던 아트: 광주: 12’는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보임과 동시에 이 전시 자체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미술 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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