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카텔란도 놀랄 김범 세계관…'임신한 망치~노란 비명 지르기'

 리움미술관 김범 개인전 시작은 '동물의 왕국' 다큐 영상으로 시작한다. *

이태원 리움미술관서 13년 만의 개인전 1990년~2010년대 중반까지 신작 없는 서베이 전시 

'바위가 되는 법'...회화~설치 70점

임신한 망치, 1995, 목재, 5 × 27 × 7cm. 개인 소장. ⓒ김범. 

'임신한 망치'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불뚝이 망치'일 뿐인데, 망치라는 공구가 지닌 생산적 기능성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시켜 허를 찌를 해학을 발휘한다. 뿐만 아니다.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2010), '바다가 없다고 배운 배'(2010), '새라고 배운 돌' 등의 ‘교육된 사물들’ 연작은 '병맛'을 넘어 웃다가 울게 만드는 감정의 기복까지 흔든다. 돌과 배에게 열심히 강의하는 선생들의 진지함이 새삼 각인된다. 교육 과정의 맹점과 교육된 현실의 ‘부조리’를 뒤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를 봤다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있다는게 자랑스럽게 다가온다. 카텔란이 정치 종교 예술의 권위와 신념에 대해 노골적으로 도발했다면 김범은 이 모든 것들을 해학적으로 비틀어 우리를 깨닫게 한다.

특히 카텔란의 '노란 바나나'와 김범의 '노란 비명 지르기'는 비견 될 만하다. 카텔란이 바나나 1개 달랑 벽에 붙여 놓곤 어차피 썩을 바나나도 작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미술계의 현실을 조롱했다면, 김범의 '노란 비명 그리기'는 한 수 위다.

노란 비명 그리기, 201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1분 6초. ⓒ김범. 

'으아아악~' 힘껏 소리를 지르며 한 획씩 추상화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튜토리얼 영상은 보는 순간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1990년대 '미술 참 쉽죠' 유행어를 남긴 '밥 아저씨'를 패러디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해학적인 상황이지만, 이상과 관념을 포착하는 불가능한 과업에 매진하는 예술가의 애환을 드러낸다. 소리를 지르며 한 획 한 획 칠해진 그림은 결국 '노란 단색화'로 벽에 걸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4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관습을 비트는 해학과 시각성에 대한 비평적 탐구를 펼치는 작가 김범의 서베이 전시 '바위가 되는 법' 언론공개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은 '새 라고 배운 돌' 작품.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 2010, 돌, 목재 탁자, 12인치 평면 모니터에 단채널 비디오(12시간 11분), 2010, 가변 크기. 매일홀딩스 소장, 제공 리움미술관. ⓒ김범. 촬영 이의록, 최요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4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관습을 비트는 해학과 시각성에 대한 비평적 탐구를 펼치는 작가 김범의 서베이 전시 '바위가 되는 법' 언론공개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의 제목은 '바위가 되는 법'. 김범 작가의 아티스트 북 '변신술'(1997)에 수록된 글의 제목이다. 생존을 위한 자기 변화와 가변적인 인간의 모습을 주제 삼아 독자에게 다양한 생물이나 사물이 되는 법을 지시한다. 이번 전시는 캔버스에 다양한 지시어로 머릿속에 그림을 만들게 하는 독특한 관람을 제안한다. 김성원 부관장은 “김범의 작업은 보이는 것과 그 실체의 간극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며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의미심장한 이미지는 자기성찰의 장을 열어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 고 밝혔다. 

30년 전에 부조리를 주시했던 작가의 반항이 세상과 통하고 있다. 소박한 표현과 덤덤한 유머로 산다는 것에, 미술에 대해질문하고 있어 신선하다. 13년 만의 전시, 리움미술관에서 초대한 개인전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제작한 고 김세중 조각가와 김남조 시인의 아들이다. 전시는 12월3일까지. 관람료 1만2000원으로 사전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https://www.fnnews.com/news/202307241708075500

김 범? 누구지? 갸우뚱하는 순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허리가 휠 정도로 휘몰아치게 달리는 치타 영상으로 맞이한다. KBS '동물의 왕국' 한 장면을 따 온 영상은 이 전시의 핵심이다. 

아 그 '동물의 왕국!'쯤으로 여기고 무심코 지나가면 안된다.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13년 만에 김범(60) 작가를 전시장으로 끌어낸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이번 전시는 김범의 작업을 주의 깊게 오래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치타와 영양이 쏜살같이 내달리는 장면은 알고 보면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영양이 치타를 쫓는 장면이다. 

김 범 작가가 "약육강식의 세계가 뒤바뀌면 어떤 세계가 될까?"라는 의심에서 재편집한 영상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발한다.

김 범 작가는 미술시장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들과 미술학도들에겐 전설적인 작가다. 

인간의 지각이 근본적으로 의심되는 세계를 다룬다. 장난스럽게 보이는 작품은 알고 보면 진지하다. 암시적으로 관습을 뒤집는 유머와 부조리한 제안이 특징이다. 초기 회화부터 해외 소장품 등 국내에서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을 포함하여 총 70 여 점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렇다고 엄근진’(엄격·근엄·진지)관람은 금물이다. 요즘 MZ세대를 관통하는 트렌트 코드로 '병맛(맥락없고 어이없는)'가 깔렸다. 

사물을 의인화로 비튼다. 생명이 없는 사물을 마치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물활론적 세계관'이 담겼지만 어설픈 아재 개그와는 결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