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디자인 경계를 허문다

 2001.01.08 19:14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는 어디부터일까. 미술과 컴퓨터그래픽과 디자인의 결합, 광고와 디자인과 미술의 혼성 등 미술과 디자인의 접점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이 시대에 현대미술가들이 시도하는 디자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디자인 혹은 예술전’(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에 참여한 작가들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중인 작품들은 아트선재센터가 기획하고 디자인 미술관의 외부지명 공모에 당선된 것들이다. 출품작가는 김순기·한수정·유현미·홍경택·이소미·이미경·박이소·안규철·최정화·이수경·김홍주·주재환·우순옥·양혜규·김나영·박기원씨 등 20~50대 작가 17명. 미술계 내부에서 제기하는 디자인적 요소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차용한 이들은 도발적이고도 웃음을 자아내는 시도로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 허물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범씨는 ‘임신한 망치’를 통해 모든 사물은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역설한다. 김순기씨의 ‘표준시력검사표’는 눈을 청소한 후 편견을 없애고 사물을 보라고 암시한다. 이수경씨의 ‘미술가제복’은 6가지 제복을 부위별로 구분해 놓은 작품인데 관람객들이 미술가의 제복으로 적절한 부위를 선택해 조합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최정화씨는 길에서 주운 의자와 도자기에 꽂힌 인조무궁화를 통해 ‘속’된 것을 ‘성’스럽게 보여준다. 그동안 디자인쪽에서 미술과의 경계문제를 고민해 온 시도는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미술쪽에서 디자인과의 소통을 위한 작업은 매우 드물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행사다. 

https://m.khan.co.kr/culture/art-architecture/article/200101081914261#c2b


표준시력검사표 Edition

Nov.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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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0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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