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http://rasun.org/press/centripetal-works/hannajeol
https://www.instagram.com/p/CzlRyL8J6KR/?img_index=1

얼마 전의 주말, 북적이는 북촌의 한 찻집에서 『한나절』을 만든 사람들이 만났다. 
저자이신 변영림 선생님, 표지 글자를 작업하신 정서영 작가, 책의 꼴과 면면을 조형한 전용완 디자이너, 
저자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은 김혜원 작가, 글을 다듬고 가지런하게 만든 김유진 편집자. 
책이 나온 지는 1년이 되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곧장 만나지 못해 미뤄졌던 자리였다. 
인사와 축하와 잡담을 나누고 헤어지며 남은 사진을 보다 보니 문득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드는 건 겉으로는 각자가 자기의 일을 하는 분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떤 책의 경우는 그 일이라는 것이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선물이고 선물을 잘 길들여야 하는 일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책은 만드는 일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그건 조금 이상한 물건이 된다. 나는 『한나절』에 대해서 소개하려 할 때 나선프레스의 다른 여느 책을 소개하려 할 때보다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의 면간에서 슬금슬금 나타났다 사라지는 향기의 연유를 헤아리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건 문채같은 것이 아니라 어떤 흔적 같은 것인데 종종 그것에 마음을 뺏겨 책 속에서 길을 잃곤 했다. 
책의 일부는 아니지만 책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어쩌면 1년 만에 모이게 된 것은 미뤄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의 천천한 시간을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한나절』을 처음 쥐어 보는 순간 무척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과 함께 무척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건 드문 일이다.
- 이한범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