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모서리

Ordinary magazine, Seoul. 2017

Editor 박예하 

Photographer 김경수 

잉고 바움가르텐은 도시를 그리는 화가다. 오래된 양옥을 비롯한 서울의 건물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아내 온 그는 내년 2월 다가오는 5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곧은 선과 조형미로 서울의 풍경을 낯설게 하는 그의 그림에 따뜻함과 노스탤지어가 서려 있는 건 이상한 일이다. 

여러 도시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 당신의 작품 역시 언제나 도시를 소재로 하고 있고요. 왜 도 시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 

저는 뒤셀도르프에서도 버스로 1시간 거리에 10시면 막차가 끊기는 작은 동네에서 자랐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었어요. 뭔가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 로 가야 한다고 늘 생각했죠. 처음 미대에 진학하면서 조금 더 큰 도시로 갔지만 그나마도 마포구보다 작은 곳이었어요. 파리로 유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외국의 대도시를 경험하게 됐어요. 그런데 나가 보니 같은 대상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하고, 논하는 방식이 나라와 도시마다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때부터 그 문화적 차이가 궁금해졌어요. 

도시의 어떤 면에서 영감을 받나요? : 

처음 여러 도시를 다닐 때 저를 사로잡은 건 각 도시의 분위기였어요. 거기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도시의 정서. 20년, 30년 전에 그린 제 초기작들 을 보면 분위기를 잡아내려는 노력이 보여요.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디테일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 디테일들이 모여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죠. 요즘은 도시에서 즉흥적이랄지,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나는 조합을 그리고 있어요. 일본에서 4년, 대만에서 1년 그리고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어요. 

거의 15년을 아시아에서 보낸 셈인데, 왜 이곳으로 오게 됐나요? : 

재미있는 얘기인데, 1994년에 파리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대전 엑스포로 단체 견학을 왔어요. 이미 굉장히 산업화된 시대였으니 겉은 유럽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문화적 기반이 전혀 달랐어요. 그때부터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후에 일본으로 오는 계기가 됐어요. 홍대에서 미술을 가르치게 되면서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서울의 풍경 중에서도 주택과 양옥을 주로 그리고 있어요. 

첫눈에 반했던 건가요? :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지나쳤어요. 한국에 온 지 1년쯤 지난 후 이사를 했는데, 부동산 아저씨와 산책을 하다 보니 정말 우울한 아파트나, 창밖에 새로 지은 건물들만 가득한 집들 뿐이었어요. 그때 어느 집 창문 밖으로 정원이 있고 너른 베란다가 트인 주택을 보게 됐어요. 저거다 싶었죠. 결국 부동산을 졸라 그런 집 하나를 찾았고 가족들과 거기서 5년을 살았어요. 한국 주택들에서는 서로 다른 양식과 재료, 색, 미감이 독특한 방식으로 뒤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한옥처럼 나무를 쓰지도 않고, 쭉 뻗은 수평선이라든지 벽을 쓰는 방식에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져요.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건축물인데도 한국적인 레퍼런스가 정말 많이 녹아 있어요. 사용하는 방식도 그래요. 서양 사람들이 테이블을 놓고 햇볕을 쬐겠다고 나오는 베란다를 장독대 보관하는 데 쓰잖아요. 저는 그런 차이와 이질감에 흥미를 느껴요. 6, 7년 전부터 이런 건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 주택들이 굉장히 빠르게 없어지면서 처음에 의도치 않았던 기록의 기능과 노스탤지어라는 감상이 더해졌어요. 서교동과 망원동에 모여 있던 주택들만 해도 모두 헐리거나 리모델링돼 카페, 게스트하우스, 디자인 회사 등으로 바뀌었잖아요. 

건축에 대해 굉장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꼭 주거용 건축물만이 아니라 대형 빌딩들의 이상한 부분을 찾아내 그리고 있다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건축과 도시의 관계는 뭔가요? : 

건축은 도시의 성격, 도시가 거쳐온 시간, 도시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줘요. 북한이나 중국 같은 곳의 건축물은 당연하고 명백히 이데올로기적이죠. 하지만 저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한국이든, 모든 건축물이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미묘한 표현이 오히려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제가 보기에 한국 주택들은 전통적인 한국식 사고와 현대적 삶이 함께할 수 있다 는 믿음과 의지를 담고 있어요. 70년대 무렵 한국은 낙후된 동네들을 억지로 밀어버리고 현대식 건물들을 세우며 굉장히 발전된 나라라는 인상을 해외에 남기고 싶어 했잖아요. 제가 그리는 주택들은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는 건축물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런 믿음이 필요를 잃었죠. 그러니 함께 사라지는 거예요. 

이곳에 산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이 도시의 풍경을 예상치 못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낯선 접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있나요? : 

제 그림은 사실주의지만 사진을 그대로 베끼는 식의 사실주의는 아니에요. 미적으로는 엄격한 구조와 곧은 선들, 대칭과 균형을 선호합 니다. 저는 이것들을 이용해 대상을 재구성하고 재조합하는 사람이에요. 실제와의 차이를 통해 사람들이 도시에서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시각적 경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고 싶어요. 


Untitled (주택 박공, 문, 서교동, 서울), 2011. 

Untitled (아파트 옥상, 석양, 서울), 2011. 

 Untitled (유황색 발코니, 서교동, 서울), 2012~13. 

Untitled (서울역사박물관, 문들, 서울), 2015. 

https://www.ingobaumgarten.de/texts/Ordinary_007_CityLife_the_edge_of_seou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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