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없는 생활들, 모험들 Life, no Peace, only Adventure

부산시립미술관 2층 

2011. 12. 17 - 2012. 2. 12. 


이 전시는 경제관념으로 환원된 오늘날의 행복에 대한 단상에서 시작한다. 

개개인의 일상에 침투한 자본의 논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에 대한 접근인 셈이다. 동시대의 몇몇 예술가들은 개인의 행복이 경제주의 차원으로 환원되는 현상에 초점을 두면서, 행복의 조건들을 성립시키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품는다.

한편으로 예술가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 그토록 간절한 행복은 어떤 장치들에 의해 작동되는 가에 더 관심이 많다. 개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행복이라는 테제는 단순히 개인적 욕망의 차원을 넘어 사회와의 관계망 속에서 발생한 하나의 지배체제이며, 우리는 그러한 체제 안에서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60, 70년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의 경제성장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유포하여 개개인을 하나의 국민 집단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개인과 그가 속한 가정마다의 근검절약을 강요하는 하나의 지배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 시절 개인들에게 삶이란 오로지 국가의 성장에 봉사함으로써 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고, 나의 행복은 곧 국가의 안녕이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80, 90년대 들어서면서, 행복은 목숨을 건 시위와 피 섞인 투쟁으로 쟁취하여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국가지배체제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그리고 개별적인 욕망을 쟁취하는 것이었으며, 더 이상 국가와 나의 삶을 동일시하는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과격한 시위나 투쟁 없이도 행복을 얻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국가의 안녕을 걱정해야 하는 국민이 아니라 국가 지배체제로부터 자유를 획득한 세계시민이 되었다. 우리에겐 오직 자신을 위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고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나의 욕망을 실천하는 무대가 될 수 있으며 단지 “내 꿈을 펼쳐라”라는 미시적인 명령을 받을 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나의 행복을 위해 꿈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이자 모든 책임이다. 나는 나의 삶을 경영하는 주체이자, 나의 삶의 관리인이고 책임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행복 쟁취를 위한 합리적인 자기 경영이란 자신을 고품질의 노동력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의 다른 말로써, 그것은 마치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 동일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때 비로소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의 속성이 들춰지는데, 그 자유란 생존을 위해 무한경쟁에 뛰어들기를 강요하는 자유로써, 노동, 취미, 교육, 결혼, 소비와 같이 개개인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들, 심지어 먹고 자고 휴식하는 원초적 행위조차 ‘행복한 삶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유이자, 궁극적으로 나의 꿈과 행복 성취를 위해 나의 신체, 감정, 욕망 같은 것을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설적 자유이다. 또한 더 많은 자본에 의해 더 나은 생산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짜여진 자산가적 자유이며 그러한 자유는 제한적이고 탈환으로서만 가능하며 자기 강박을 불러오는 자유이다. 삶이 궁극적으로 행복의 이름으로 둘러져있기만 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해 무한 매진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은 나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구조에서 자기성취에 실패한다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며 그러한 시민은 소외되고 배제되어 마땅하다.

이렇듯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신자유’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지배체제 안으로 구속하는 오늘날의 지배방식은 일상의 영역에서 개인의 윤리관을 형성하기에 통제하기에 벗어나기 어렵고, 지배 하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련된 것이며, 개인으로부터 가족집단, 도시집단, 나아가 국가집단을 자생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이처럼 정교한 방식의 지배체제가 작동하는 곳에서 우리는 어쩌면 안녕이 없는 생활들을 연속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안녕을 위해 삶을 모험해 나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전시는 오늘날 이같이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지배체제에 반응하는 예술가들의 응답에서 시작된다. 일상 혹은 생존과 밀접한 영역에서 체제에 대항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일상의 전방위적인 영역에 침투하여 작동하는 지배체제일수록 체제를 거스르는 것조차 다시 체제 안으로 흡수하는 역학관계를 발휘한다. 이미 우리는 그 안에 있고, 단지 그 안에서 다채로운 모험을 해나갈 뿐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영상, 출판, 퍼포먼스, 방송, 투어, 다큐멘터리, 리서치 등 다양한 매체로, 협업, 연대, 게릴라, 참여, 초대 등 대안의 방식을 통해 오늘날 이와 같은 개개인의 삶의 형식과 조건에 대해 살피고, 제안하며, 공유한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무의미하며,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성공이나 실패와 같은 단어와는 관련이 없다. 우리에게 삶은 곧 모험 자체이며, 이것이 어쩌면 우리를 둘러싼 온갖 체제에 응답하는 예술가들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민자는 통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제시하려는 국가적 의지와 개별 삶의 불일치를 체감하게 하는 퍼포먼스를 행한다. 물론 우리가 국가 혹은 각종 리서치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통계자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통계수치가 우리의 삶으로 하여금 얼마나 많은 박탈감을 맞게 하는지 이미 경험적으로 안다. 그것은 진짜인지 가짜인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환상적 실재로 다가오는데, 역설적으로 그러한 수치들은 자기 개발의 의지를 부추기고, 자기 관리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마침내 우리는 우리의 육체를 관리하여 예컨대, ‘아침형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을 발명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결코 국가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자유에 의해서 작동되는 오늘날의 지배 시스템을 드러내는 수많은 예들 중에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성공한 삶을 위해서 개인은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자기억압과 자기통제없이 불가능한 ‘신자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시대는 모든 개개인의 일상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탈바꿈시키는데 특히, 오늘날 ‘결혼’이 ‘운명’으로 포장된 채 ‘시장’이라는 단어와 결합함으로써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구민자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마치 상품의 모든 정보를 가리듯 어떠한 외적 조건도 감춘 ‘맞선 퍼포먼스’를 행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결코 타인의 진정한 주체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더욱 아무것도 알 수 없게 하는 모호함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아이러니를 만나게 된다. 





구민자_잘 살아보세_맞선 프로젝트_사진, 설치_가변크기_2010

잘 살아보세, 2010

artist statement
2010년 5월 30일 안양에서 30세 이상 미혼 남녀들이 참여하는 단체 맞선을 주선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얼굴 가면을 쓰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다양한 게임과 대화의 시간을 통해 맞선의 기회를 가졌다. 결혼은 운명적 만남을 통한 백년해로(Happily ever after)를 떠올리게 하지만 맞선이라고 하면 구시대적이며 현실적이고 사회적 조건과 기준에 맞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획일화된 얼굴을 보여주며 진행되었던 단체 맞선 ‘잘살아보세’는 군중 속에 묻혀 가려진 개인의 모습처럼 개개인의 진정한 바램은 관심없이 사회적 기준이나 틀, 정책 속에 맞추어 넣으려고 하는 타인, 사회, 국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맞선에서 중시되는 조건이나 외모를 가린다는 상황은 순수한 만남 혹은 운명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혼에 얽혀있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모순적이고 어긋난 다양한 시각과 태도를 동시에 보여주는 맞선 과정을 통해 결혼과 맞선-만남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다시 드러내고자 했다.

https://geonhi.com/korean/%EA%B5%AC%EB%AF%BC%EC%9E%90-%EC%9E%98-%EC%82%B4%EC%95%84%EB%B3%B4%EC%84%B8-2010/

Life, no Peace, only Adventure

Busan Museum of Art, 2012. Paperback. Gray wraps with red and white illustrations and lettering. 

107 pp. BW and color illustrations. 
ISBN: 9788992225694

Catalogue of an exhibition from December 17, 2011 to February 12, 2012 at the Busan Museum of Art. 

Text in Korean and English.

  • 저자; 강선주 [기획] ; 강태훈, 구민자, 김장트랙티스!!, 김혜지, 리슨투더시티, 문경원, 박제성, 오재우, 옥인콜렉티브, 이광기, 이해민선, 침폼, 팀스크래치, 파트타임스위트
  • 크기; 22 x 28 cm
  • 디자인; 아트랩
  • 발행처;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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