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oun-Gui: Stock Exchange 김순기: 주식거래

2000. 9. 22 - 10.29
아트선재센터





Installation view of Kim Soun Gui: Stock Exchange at Art Sonje Center, 2000
《주식거래》전은 김순기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반영하는 최근작을 선보인 전시로, 작가는 현 세계를 움직이는 두 가지 원리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별자리들의 움직임이며, 다른 하나는 주식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주식의 오르내림은 얼핏 보면 사회의 변화를 그저 단순하게 반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 사회의 변수를 넘어서는, 비정한 테크놀로지의 반영물로 진화한 채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작가의 최근작 <주식거래>(2000)는 TV모니터로 된 네 개의 높은 기둥에 올라앉은 판잣집의 모양을 하고 있다. 네 개의 기둥에는 작가가 촬영한 일상의 장면들이 쉴새 없이 나타나고, 신문의 증권지면으로 도배되어 있는 판잣집은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을 전시장의 벽면과 천정으로 쏘아댄다. 또한 이미지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은 반복되는 미니멀 사운드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이미지와 사운드는 랜덤하게 선택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닛케이 주식거래소와 다우존스, 유로 50, 코스닥의 주식지수 변동에 따라 선택되는 것들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풍자인 동시에, 냉철한 갈파이다. 관람객은 이 작품을 통해 주식변동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또 다른 ‘대자연’이 되었는지를, 그리고 이 인공적 대자연을 결코 이성적으로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으리라는 불행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순기는 플럭서스 운동에 참여하고 실험적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김순기의 작품은 고정된 미학적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백남준의 작업이 최소한의 조형적 외향과 신화적 서사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대중들과의 높은 친화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김순기의 작업은 작업 자체의 컨셉을 물화物化 시키는 기본적인 장치들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소위 ‘썰렁한’ 광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조금 더 주목했을 때, 관람객은 작가가 단순한 외형을 통해 현대사회의 이면을 명민하게 폭로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http://artsonje.org/00_09_k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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