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비평

 


저자
 이영준 |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목차

복간에 부쳐: 기계비평 10년

초판 서문: 기계비평이라는 것, 그 낯설고도 특수한 담론

비평가의 항해 일지
너무 빠르다! 우리 시대의 속도에 대한 성찰
디젤기관차의 풍경
KTX의 속도미와 죽음감
추억의 비행기에서 기만의 테크놀로지까지: 항공기 이미지의 변천사
보이는 부산항과 보이지 않는 부산항
KLM 아카이브 조사 연구 일지
사진이 과학의 증거가 되는 불가사의한 정황
테크놀로지의 배신

에필로그: 기계기의 형성과 부침, 내가 기계비평가가 되기까지

참고 문헌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약력

책 속으로

2006년에 『기계비평: 한 인문학자의 기계문명 산책』이란 책을 냈을 때 내 생각은 나만의 작은 놀이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계라는 나만의 장난감을 가지고 나의 놀이 방식으로 노는 작은 방 같은 것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니까 그 놀이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나의 장난감과 놀이 방식을 재미있어 했다. 그들 중 미디어 비평가 임태훈은 가장 열성적으로 기계비평을 추구했고 이 책의 복간본 출간을 제안하고 추진했다. 10년 전의 원고를 다시 들여다보니 부끄럽기만 하지만 있는 그대로 다시 내기로 했다. 그 책을 그대로... 더보기

출판사 서평

“『기계비평』에서 이영준은 테크놀로지와 테크노컬처, 포스트휴먼의 상황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인문학적 사유/실천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인문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융합적 새 인문.사회과학의 가능성을 실제로 열어 보여준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 천정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글쓰기와 비평, 인문학과 기술학 사이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든 새로운 비평의 획기적 시작을” 알린 이영준의 『기계비평』이 워크룸 프레스에서 재출간되었다. 2006년 기계비평이란 분야를 개척하고 그 개념을 정립한 이 기념비적 저작은 이후 기계비평을 다루는 대학의 정규 과목 개설, 학술대회 개최 등의 성과로 이어지며 한국에 기계비평의 싹을 틔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함께 출간된 『기계비평들』(전치형 외 지음, 2019)은 이영준의 “선구적 비평 작업에 동의하거나 그 의의를 좇는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와 성과들”을 엮은 책으로 “이영준의 『기계비평』을 향한 헌정이면서, 2010년대 한국 기계 문화에 대한 뼈아픈 진단을 담고 있다.”

너무 때늦은, 혹은 너무 때 이른 기계비평의 출현
『기계비평』 초판 서문에서 이영준은 기계비평의 근거를 “기계인간의 출현”에서 찾는다.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기계와 떨어질 수 없는 기계인간, 물론 이런 인간은 출현한 지 오래다.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현대인은 모두 기계를 자기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인 기계인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계인간 출현 이후 기계비평이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기계는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작동과 사용의 대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KTX가 서울역에 도착한 다음의 상황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서울역에 도착하면 자신이 타고 온 열차의 구조와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힘과 장치가 자신을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만에 옮겨놨는지, 매일 그렇게 다녀도 탈이 없는 건지, 탈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어떤 일들을 하길래 그런 건지 전혀 관심이 없다. 재빨리 서울역을 빠져나와 노숙자들을 지나쳐 자기 갈 곳으로 가버릴 뿐이다. 기계비평의 관심은 다르다. 서울역에 도착한 KTX는 고양 행신 차량기지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대접을 받는지, 어떤 식으로 검수(철도에서는 정비를 검수라고 부른다)가 이루어지는지, 차량의 구조에 어떻게 손대는지 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즉 기계비평은 일반인이 관심 없는 기계의 속 구조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몇 어려움이 따른다. 일단 일반인은 KTX 차량기지에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들어간다 하더라도 복잡한 기계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계비평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건 기계의 물리적, 화학적 메커니즘이 아닌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기계와 자연이 맞닿는 접면이다. “결국 기계는 인간적, 사회적이고, 인간과 사회도 기계적이기 때문에 기계비평은 오늘날 우리가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물들과 그것의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계비평의 출현은 때늦은 감이 있다. 기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해하기 어려운 탓이다. 동시에 기계비평은, 즉 기계를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여전히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니 10여 년 전 『기계비평』의 출간은 너무 때 이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기계를 향한 동경에서 인문학적인 사유로
기계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혹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질베르 시몽동, 폴 비릴리오와 같은 사상가들의 저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홍성욱, 송성수 등도 꾸준히 과학과 인문학, 기술과 사회의 비평적 관계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이영준이 이들과 다른 점은, 무턱대고 일단 기계 속으로 뛰어든다는 데 있다. 그를 기계비평으로 이끄는 것은 학문적 관심이나 이론적 연구 차원이 아닌, 기계 자체에 대한 동경과 지적 호기심이다. 그에 따르면 “프로이트가 인간의 성장발달 단계를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생식기로 나누듯이, 대부분의 인간의 성장 발달에는 기계기(machinic stage)라는 단계가” 있는데, 그가 기계비평가가 된 까닭은 그의 성장기에 형성된 이 기계기가 여러 부침을 겪다가 마침내 기계비평이라는 형태로 발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기계기’는 ‘기계비평’과 마찬가지로 이영준이 명명한 용어다.)
그는 기계라는 복합체를 조망하고 그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결국 불가능함을, 그가 바라본 테크노스케이프는 일부에 불과함을 알면서도 본능이 이끄는 대로 정교하고 육중한 기계들을 찾아다니며 이에 대한 비평을 인생의 낙이자 업으로 삼는다. 결국 이 책에 실린 거대한 컨테이너선, 디젤기관차, 비행기, 항구 등에 대한 비평과 성찰이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은 까닭은 그가 직접 체험하고 겪은 경험이, 기계에 대한 그의 무모할 정도로 충동적인 애정이, 기계비평가가 되기 전 사진과 이미지 비평으로 닦인 그의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함 없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운동장을 넘어, 광장으로
스스로 ‘기계비평가’라 칭하며 『기계비평』을 출간한 지 10여 년, 이영준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그간 나를 ‘사진 비평가’나 심지어는 ‘미술 비평가’로 소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계비평가’로 소개한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러나 한국 인문학계에 끼친 『기계비평』의 영향은 그렇게 간단하게 요약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후 그가 스스로 쓰거나 기여한 출간물, 전시 등을 제외하더라도, 2015년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에 개설된 ‘기계비평’ 강의를 필두로, 대중서사학회 주최로 열린 ‘기계비평’ 심포지엄 등에서 보듯 기계비평은 점차 학술 제도권 내부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임태훈, 오영진, 강부원 등 그의 비평에 공감한 후속 연구자들의 노력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기계비평』과 함께 발간된 『기계비평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기계비평에 공명하고 활동한 임태훈이 주도해 펴낸 책이다. “2006년에 『기계비평: 한 인문학자의 기계문명 산책』이란 책을 냈을 때 내 생각은 나만의 작은 놀이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계라는 나만의 장난감을 가지고 나의 놀이 방식으로 노는 작은 방 같은 것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니까 그 놀이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나의 장난감과 놀이 방식을 재미있어 했다”는 이영준의 말처럼, 어느덧 놀이터에서 운동장으로 확장된 기계비평의 장을 실감할 수 있는 저작이다.
그러나 『기계비평들』은 『기계비평』과 그 결이 다르다. 물론 이는 『기계비평』이 출간된 지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달라진 테크놀로지와 기계들의 풍경 차이에서 기인한 바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계비평들』의 필자들이 바라본 2010년대 한국 기계 문화의 풍경은 더 이상 유쾌하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호부터 구의역 스크린도어,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까지.... 이 책은 2010년대 끝자락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위기에 처한 기계를 구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삶과 세계를 빼꼭히 채운 기계와 기계들의 질서를 궁구하여 더 나은 삶의 실천에 닿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기계비평은 더욱 실천적인 지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계비평이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시민들 위한 실천적인 공부법이 되기 위해서는, 운동장을 넘어 광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서 『기계비평』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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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문학의 시작을 알린 기계비평가, 기계에 둘러쌓여 기계와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한 공부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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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3월 22일 금요일, 3월 23일 토요일
- 시간: 금요일 저녁7시30분 / 토요일 오후4시30분
- 참가비: 1만원
ISBN9791189356149(1189356147)
쪽수344쪽
크기127 * 210 * 30 mm /57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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