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비평 _ 깻잎머리에서 인공위성까지

지은이_이영준 
ISBN 8974091232 
눈빛 출판사
발행: 2004 
230×170mm. 308쪽 







『이미지 비평』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미지에 대한 비평과, 이미지를 통한 비평을 의미한다. 비평은 평론가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잣대로 넓은 세상을 재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사물들끼리 부딪히게 하여 거기서 생긴 불꽃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미지 비평』은 이미지를 사물로 취급하여, 이미지들을 부딪히게 했을 때 생기는 불꽃과 파열음을 듣는 것이다. 

● 『이미지 비평』은 다양한 사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글쓰기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학술논문, 수필, 인용, 인터뷰 등 다양한 스타일에 걸쳐서 사물의 이미지들이 하는 얘기를 듣는다. 깻잎머리의 스타일에서부터 인공위성 사진까지 다루는 『이미지 비평』은 산만하고 체계가 없으나, 이는 이 세계가 기본적으로 파편적이며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일 뿐이다.

『이미지 비평』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앞은 Sense이며 뒤는 Non-sense이다. Sense는 그래도 온전한 글의 모양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거기에는 점잖게 기승전결이 있고 인용이 들어간 글들이 실려 있다. Non-sense는 글쓰기 형식의 파괴를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형식을 파괴하여 또 다른 형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신나게 망가진 글들이다. 펑크록 가수가 미친 듯이 헤드뱅잉을 하며 기타를 치듯이, 미친 듯이 되도 않는 형식으로 써갈긴 글들이며,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기 딱 좋은 글들이다. 

● 『이미지 비평』은 평론집이지만 최대한 비주얼한 책이다. 책에는 필자가 찍은 사진 뿐 아니라 사진가, 언론사, 미항공우주국, 미국방부, 인공위성 회사 등 다양한 소스로부터 얻어온 사진들이 실려 있다. 이미지들은 서로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런 모습들을 해석하는 것, 그리고 보기를 즐기는 것이 『이미지 비평』이다. 무엇보다도 평론가는 자신이 즐겁게 보는 이미지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이미지 비평』의 생각이다. 

● 각각의 다른 이미지들에 대해 『이미지 비평』은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깻잎머리를 다룰 때는 스타일과 역사의 반복성을 다루고 있지만, 피부색의 문제를 다룰 때는 색채라는 기표에 덧붙여지는 기의가 얼마나 덧없고 엉터리인가, 나아가 그에 기초해서 인종을 분류하는 지식이 얼마나 사이비이고 악의에 가득 찬 것인가를 고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지 비평』이 이미지의 정치적인 면을 강조해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비평』은 이 세계에 떠도는 이미지들의 자리를 확인하려는 것 뿐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전통의 이미지를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전통 자체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전통의 이미지가 이미 탈산업사회로 치닫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스펙타클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미지 비평』은 동시대의 시각문화를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도 동시대 문화의 일부로 간주되는 것이지, 과거로부터 왔다고 해서 뭔가 특권적인 자리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비평』이 특히 관심 있는 것은 테크놀로지의 문제이다. 오늘날 테크놀로지라면 사람들은 당장 '첨단'이라는 두 글자부터 떠올리는데, 이 세상에는 세계와 삶을 움직이는 아주 두텁고 다양한 층위의 테크놀로지들이 있다. 이 세상에는 컴퓨터와 모니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를 돌리는 모터도 있고 끈적거리는 윤활유도 있다. 이 세상에는 어제 나와서 다음주에 사라지는 테크놀로지만이 아니라 바퀴 같이 천년이 넘었고 앞으로도 몇천년 더 쓰일 테크놀로지도 있다. 『이미지 비평』은 이런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감각'을 뿜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공위성 사진이나 군사적 테크놀로지에 대한 글은 첨단으로 치닫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과거를 끊임없이 인용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역사적 반복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 『이미지 비평』은 또한 자연경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자연경관이야말로 아무 말도 안 하면서 묵묵히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북한산에 대한 글은 필자의 개인사적 얘기와 자연경관의 변화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재규정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글은 또한 도시화의 과정에서 자연경관의 의미는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가를 다루고 있다.

보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사적인데서 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이미지 비평』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작가를 다루고 있는 글은 최정화에 대한 것인데, 남들이 얘기하는 최정화가 아니라 필자 자신이 보고 겪은 최정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는 개인으로서의 비평가의 눈으로 관찰한 작가의 모습이다. 

● 남들이 해 놓은 말을 정리해서 다시 내놓는 것은 비평가가 아니다. 비평가는 자신만의 대상을 개발하여 자신의 어휘로, 자신의 수사로 말해야 한다. 단순한 평가나 해석이 아니라, 발견의 눈을 가질 때 비평도 창조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 이영준

https://neolook.com/archives/20040421c

깻잎머리에서부터 인공위성사진, 군복의 얼룩무늬, 피부색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 저자는 "이미지가 망막에 꽂히는 그 순간의 섬광을 설명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을 다시금 낯선 모습으로 불러내는 것이 이미지 비평의 의의라고 한다. 센스와 넌센스로 크게 나누어진 이미지 비평 체계도에 의해 저자는 풍경, 시선, 전쟁, 전체성, 테크놀로지, 시간, 공간, 예술, 인간, 기록 등의 개념을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참고도판을 풍부히 곁들여 가며 이미지의 실체로 해석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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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_가든과 카키색: 환경과 가시성
_나만의 북한산: 자연, 역사, 개인
_돌고 도는 깻잎머리: 패션과 기억
_피부색과 정체성
_탑골공원에서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_전통의 이미지
_아트와 테크놀로지, 우아하고도 신비스런 만남
_원격탐사 이미지와 탈근대적 예술
_오리엔탈리즘과 전쟁의 변증법: 알자지라와 CNN
_이동통신 광고와 성의 정체성
_대중 미술의 스펙트럼
_광주 비엔날레에 나타난 다큐멘트의 의미
_멀티플 최정화
_역설과 진실
_풍경의 단편
_엄마에 관하여
_가화만사성
_재료와 인간에 관하여
_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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