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여름 음식 사물 읽기




구민자 작업실에서 열리는 작은 집담회;

음식과 그 역사, 이미지와 소비, 등 이야기꾼들이 준비한 슬라이드 따라 이야기를 듣고 나눕니다.
편안한 집담회입니다. ‘툭 터놓고 이야기 듣고, 하고, 생각 나누기' 라고 생각합시다.
탄력적으로, 느슨하게, 그러면서도 집중력 잃지 않고 진행합니다. 아주 간단한 음식 또는 음료를 준비합니다.
저마다 준비해 오셔도 좋습니다. 모여서 이런저런 궁리, 상상력 나누어 봅시다.
2022년 여름, 구스투디오는 이야기 나누며 공부하고, 그러면서 상상력 펼치는 공간입니다.
음식문헌 연구가 고영, 기계비평가 이영준 두 분이 이끌어가시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눠보아요.

(이미지는 ‘은자의 나라 코레아’- W.E. 그리피스, 1889년 제 3판, 영국도서관)

제 1일차 8월 18일 14: 00
1720년 조선 청년, 와인 시음기를 쓰다 (고영)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의 여행, 그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기까지의 과정, 내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은 말은 통하지 않는 데서, 짧은 외국어와 보편적인 문어의 필담으로 나누는 대화와 대화의 장면, 그리고 난생처음 맛본 음식과 음료 앞에서 새로이 몸을 나투는 감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난생처음인데, 그런데, 감각이 열리죠. 솔직하게 내 감각을 들여다본 사람이 제대로 표현도 합니다. 이 대목에 집중해 봅시다. 아울러 개인에게 경험이라는 걸 가능케 하는 역사적, 문화적 조건까지 돌아봅시다. 저기 보이는 문서는, 세관 업무를 둘러싼 19세기 조선의 문서입니다. 보르도와인을 포함한 별별 와인, 샴페인, 위스키, 럼, 브랜디, 진, 레몬에이드, 진저에일, 체리코디얼... 말로 다 주워섬기기 복잡한 음식/식품/주류이 담겨 있습니다. 19세기 말이면 그럴 만한 상황이 된 겁니다. 1720년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이어지는지, 나눌 말씀 참 많습니다.


(이미지는 조선어 사전. 1938년 간행)

국수 1.모밀가루를 물에 반죽하여 국수틀에 눌러서 가늘고 길게 만든 음식. 2.밀가루를 물에 반죽하여 가늘고 길게 만든 음식.
Day 2- 첫번째 : 8월 19일 12:00 /아지노모토- 한국 음식문화사 최근 100년의 충격의 핵심(고영)
1909년 MSG의 첫 상품 아지노모토가 일본 판매를 시작합니다. 이윽고 1910년 5월 대만, 같은 해 조선 판매를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발명자, 생산자, 판매자의 준비는 오죽하겠습니까. 이렇게 파는 판인데 왜 광고를 안 해요. 해야죠. 그러느라 아지노모토 사는 식민지 조선에 어마어마한 광고를 했습니다. 가령 광고 모델로는 최승희 같은 사람을 기용했지요. 초기에는 제국의 영광도 등에 업었지요. 이윽고 신선로에 냉면에 칼국수에 수제비에 파고듭니다. 그러느라 어린이며 고양이 등 일본말로 ‘카와이’한 형상도 잘 썼습니다. 여성의 형성은 또 다른 주제가 될 테고요. 이 광고의 형상은 그 자체로 깊이 읽을 만한 자료입니다. 사람의 욕망, 사람의 원망과 희망에 어떤 말과 어떤형상이 붙는지 살펴봅니다. 수십 편의 광고, 일단 한 번 보시죠. 만화로 구성한 광고까지 해서, 단 장면의 승부라도 그 서사가 어마어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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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두번째 : 8월 19일 14:30 /국수를 찾아서 (고영)
국수 앞에 반죽, 반죽 앞에 밀가루, 밀가루 앞에 밀... 밀이랑 한참 다른 종이지만 메밀도 중요하죠.
또는 한반도라면 칡전분이 메밀가루에 버금갔어요. 부자들은 녹두전분 국수로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국수를 해먹었지만요. 지금도 한반도 북녘에서는 느릅나무에서 국수용 전분을 받습니다. 옛날 중국에서 백이숙제가 고사리만 먹다가 죽었다? 글쎄 암만 생각해도 고사리에서 전분을 받아 국수를 해 먹었다고 봐야죠... 아우르면 분식(粉食), 분식과 마주한 사물과 문화로서 입식(粒食)… 반죽 치고 밀어 칼로 가닥 내는 방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죠. 손으로 잡아 빼는 방식은 인체의 조건 안에서 실현되고요, 휴먼스케일 넘는 국숫발은 도구와 장치와 시설을 적극적으로 써야죠. 구멍 또는 분창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한반도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냉면, 막국수 사리 떠올리시면 됩니다. 올챙이국수도 그 계통입니다. 이건, 덜 뻑뻑하니까, 그냥 물반죽을 구멍으로 흘리면 되지요.쌀국수는? 쌀국수는 밀가루 중심의 제면하고는 분야가 또 달라요. 쌀국수는 따로 봐야 할 사물입니다. 아무튼 국수 한 그릇은 지구의 역사, 온 지구 네트워크의 역사를 담을 만한 한 그릇입니다. 어마어마한 형상의 보고이기도 한 일상의 사물이 곧 국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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